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 백신 개발 추진 (PG) [일러스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 백신 개발 추진 (PG) [일러스트=연합뉴스]

코로나 백신 1차 접종률이 70%를 넘어선 이후, ‘일상생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높아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 뿐만 아니라 ‘먹는 치료제’도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다만 모더나에게 끌려다니면서 백신을 지각 구매했던 정부가 치료제 구매에서는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백신접종 마쳐도 코로나 치료제 확보해야, 신종플루도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종식시켜

의료계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무증상, 경증 환자라도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원칙으로 하는 나라에서는 '전원 격리'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먹는 치료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확진자를 입원 치료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과 의료 인프라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먹는 치료제' 가 반드시 필수적이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먹는 치료제' 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따라서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 가능한 감염병으로 취급하기 위해서는 백신뿐만 아니라 쉽게 투약할 수 있는 '먹는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먹는 치료제가 확보돼야 확진자 수에 얽매이는 지금의 대응 기조를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돌파감염과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도 먹는 치료제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더라도 돌파감염과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독감 백신이 있다고 타미플루가 필요없는 건 아니듯이 코로나19도 장기적으로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도 먹는 치료제 ‘타미플루’가 개발되면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미국 머크사의 치료제 개발 속도가 가장 빨라...‘백신 악몽’ 겪은 정부도 치료제 구매 서둘러

먹는 치료제는 빠르면 10월 미국에서 승인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먹는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선 제약사는 미국 ‘머크(Merck)’사로, 이르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목표로 임상 3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 로슈사, 미국 화이자사도 각각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우리 정부도 ‘위드 코로나’의 전제 조건으로 먹는 치료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백신 늑장 도입’으로 비판을 받았던 경험 때문에, 선구매에 일찌감치 뛰어드는 양상이다. 백신에 이어 먹는 치료제 확보전에서까지 밀릴 수 없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먹는 치료제 도입을 위해 올해와 내년 총 3만8000여명분에 예산 362억원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선구매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예방접종 ▲먹는 치료제 ▲글로벌 변이 감시 체계가 갖춰져야 방역 기조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백신 접종을 전제로 투약이 편리한 먹는 치료제가 확보되고, 전 세계의 변이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돼야 '위드 코로나'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치료제 가격이 고가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배정된 362억원의 예산은 1인당 90만원을 가정한 액수이다.

1인당 300만원 드는 생활치료센터 입원보다 90만원인 치료제가 ‘가성비’ 높아

배경택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지난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아직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라 계약 사항에 대해 다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90만원이 아니라 9만원도 비싼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 부분은 맞는 것 같다"고 답해 치료제가 고가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먹는 치료제를 드시지 않게 되면, 병원에 입원하거나 생활치료센터를 가야 한다. 그런 경우 들어가는 직접적인 비용과 경제적 활동을 못하는 데 따른 비용을 계산해 비교해서 평가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생활치료센터에 열흘 간 입원하면 1인당 거의 300만원이 드는데, 90만원 정도의 치료제를 먹고 입원하지 않을 수 있다면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것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12억 달러를 들여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 170만명분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1명(1코스)당 700달러 가량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의 가격 책정 자체가 높았던 셈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기밀유지 협약에 따라 가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제약사의 투트랙 전략에 따라, 우리나라는 비싸게 구입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제약사는 '잘 사는 국가'에는 비싸게, '못사는 국가'에는 싸게 판매한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글로벌 제약 시장에선 선진국 대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90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치료제 선구매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천은미 교수, “독감 환자가 타미플루 복용하듯이 코로나 걸리면 치료제 먹어야”

천은미 이화여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독감 환자가 생기면 경증, 중증 여부와 상관없이 타미플루를 복용하듯 코로나19 확진자에게도 치료제를 투여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하루 2000명이 확진되면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3만8000회분으로는 환자들이 20일도 못 먹는다. 미국처럼 대량 선구매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는 약 90만원으로 고가임에도 불구, 가성비가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현재 미국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는 약 90만원으로 고가임에도 불구, 가성비가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반면 아직 먹는 치료제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백신 접종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당연히 방역에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3상 결과가 나오지 않아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며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백신보다 좋기는 어렵다. 적절한 수준의 치료제 확보는 필요하겠지만,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먹는 치료제 개발은 현재 진행 중으로, 업계에서는 내년이 돼야 국산 치료제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대웅제약, 신풍제약, 종근당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5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국산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제약사들과 상시적으로 연락하며 지원하고 있다"며 "치료제는 백신과 함께 반드시 필요하다.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를 중심으로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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