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보고서만 봐서 잘 몰랐다고? 그렇게 말해선 안 돼"
이재명 무죄 준 그 사건 대법관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 맡은 권순일 前대법관 정면 반박

법관 출신으로, ‘미스터 쓴 소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태규 변호사가 소위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전혀 몰랐다”고 한 권순일 전(前) 대법관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추진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관 출신으로서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룬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 편에 선 권순일 전 대법관이, 대법관 퇴임 직후, 문제의 자산관리회사(AMC)의 고문을 맡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지방법원 부장 판사 출신의 김태규 변호사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에서 “권순일 대법관은 ‘이 지사 사건은 주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쟁점이 된 사항만 요약된 보고서를 봤을 뿐, 대장동 개발 문제가 이 사건에 포함돼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주심이 아닌 대법관들이 공판 기록이나 사건 전체를 보고 판단하는 것은 이니다’라고 말하지만, ‘요약된 보고서’라고 해서 짧은 메모지나 보고 재판하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태규 변호사.(사진=김태규 변호사)
김태규 변호사.(사진=김태규 변호사)

김 변호사는 “그 요약보고서라는 것이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연구보고서’를 말한다”며 “그것이 그리 간단한 문서가 아니다. 수십 페이지에서 많으면 거의 학위 논문 분량에 이른다. 대법원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헌법재판소 연구관 경험으로 말하면, 매 사건 거의 논문 하나 쓰는 느낌”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이 지사 사건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법리를 바꾸면서 ‘예상 밖의 판결’을 하게 되는 순간이고, 이재명이라는 거물 정치인의 정치 생명이 걸린 일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단지 내가 주심이 아니라서 대강 요약 보고서만 봤고, 그래서 내가 ‘대장동’이든 ‘화천대유’든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납득이 되나. 잘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친형 이재선 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도록 조치했다는 혐의(직권남용)와 지난 2018년 6월 실시된 경기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 한 사실이 없다”고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경기지사 선거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5500억원의 수익금이 실현되기도 전에 “수익금을 시민 몫으로 환수했다”고 홍보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으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에서 대장동 관련 험의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2심에서는 이 지사가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라오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 지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대법 전원합의체는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당시 대법관 사이에서도 의견은 7(파기환송) 대 5(상고기각 원심 확정)로 첨예하게 갈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법관 퇴임 후 ‘대장동 개발사업’의 컨소시엄에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고문을 맡은 권순일 당시 대법관이 이 지사의 ‘무죄’를 주장한 것이 이 지사 사건 ‘무죄’ 결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 지사 사건에서 대법 전원합의체는 선거 후보자가 토론회에 참여해 하는 질문이나 답변, 주장과 반론은 해당 토론회 맥락과 상관없이 일방적·의도적·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닌 이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민주주의 보장을 위해 후보자 토론에서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캡처=인터넷 검색)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캡처=인터넷 검색)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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