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SK뷰테라스 조감도. 도시형생활주택은 청약통장과 주택 소유, 거주지 등의 자격 제한 없이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사진=SK에코플랜트·포애드원 제공]
판교SK뷰테라스 조감도. 도시형생활주택은 청약통장과 주택 소유, 거주지 등의 자격 제한 없이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사진=SK에코플랜트·포애드원 제공]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완화 정책을 급히 마련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이 미지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잘못하다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는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더 부추길 위험성도 높다는 분석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지난 1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개최된 제3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아파트 공급속도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9일 열린 국토부와 주택기관 간담회에서 나온 민간업계의 규제완화 건의사항을 검토한 뒤 나온 방안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수요가 많은 도심 주택 공급 물량 확대와 아파트 공급 속도 가속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도시형생활주택’ 및 ‘오피스텔’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책들은 한결같이 ‘고분양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한 예방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김영한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9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통해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규제 개선 및 자금·세제 지원 강화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한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9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통해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규제 개선 및 자금·세제 지원 강화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 분양가상한제는 일단 ‘기준’만 통일...상한제 완화는 여론 눈치 보며 만지작

지난 9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언급한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큰 줄기는 건드리지 않고 일부만 손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장관은 지난 9일 LH와 민간협회, 건설사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 “고분양가 제도운영과 분양가상한제 심사과정 등에서 민간의 주택공급에 장애가 되는 점이 없는지를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 장관이 분양가상한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즉각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노형욱 국토부 장관의 인식전환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오 시장은 "실제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서울 한복판에서 분양가격을 결정하지 못해 주택공급을 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당장에 강동구 '둔촌주공'의 1만2000여가구 공급이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앞으로 서울시는 공급을 위축시키는 분양가상한제 관련 심사 기준이나 관리제도 등과 관련해 비합리적인 부분은 국토부에 적극 건의하고 협의해 나가겠다"며 분양가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장관의 발언에 오 시장이 환영의 뜻을 내놓으면서 분양가상한제 완화의 기대감이 커졌다. 규제가 풀리면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올릴 수 있게 돼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분양가상한제 ‘부분 손질’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분양가상한제를 검토하겠다'는 노형욱 국토부장관의 발언에 환영을 표했다. [사진=오세훈 서울시장 페이스북]
오세훈 서울시장은 '분양가상한제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노형욱 국토부장관의 발언에 환영을 표했다. [사진=오세훈 서울시장 페이스북]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지난 15일 "'(상한제를 손봐서) 분양가를 올리겠다, 상향시키겠다' 이런 목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분양가격은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를 더해 상한선을 정하는데, 자치단체마다 인정 항목과 심사 방식이 달라 혼선이 있는 만큼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차원으로 한정했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기본 골격을 건드릴 경우, 집값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분양가가 오를 경우, 중도금 대출 및 특별공급이 제한되는 분양가 9억 원 초과 물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무주택 서민들의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분양가상한제가 완화될 경우, 오 시장이 지적한 둔촌주공의 경우 소형평형대도 9억원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기준을 맞추는데 자치단체와의 협의가 필요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9일 노형욱 자관이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공식적으로 ‘고분양가 심사제와 분양가상한제 개선을 언급’했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 완화는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② 아파트보다 분양가 높은 ‘도시형생활주택’ 완화...아파트 실수요자에겐 큰 도움 안돼

도시형생활주택.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시형생활주택.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택 공급에 조바심이 난 정부가 내놓은 처방은 크게 두 갈래로 풀이됐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비(非) 아파트’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주택 실수요자의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중소 사업자들이 짓는 경우가 많아,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이런 ‘비(非)아파트의 아파트화’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민간 건설사들이 비아파트 공급을 늘릴 유인이 커지긴 했지만, 수요자 입장에선 도시형생활주택이 아파트보다 ‘가성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300채 미만의 규모로 짓는 주거 시설을 말한다. 아파트에 비해 빨리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15일 회의에서 전용 50㎡ 이하로만 지어야 하는 도시형생활주택 원룸형을 전용 60㎡까지 짓고, 내부공간도 2개(침실1+거실1)에서 4개(침실 3+거실1)까지 늘려주기로 했다. 2인 이상 가구도 거주할 수 있도록 면적과 평면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다만 공간을 늘릴 수 있는 세대수는 전체 세대의 3분의 1로 제한된다.

이처럼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도, 실수요자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 웬만한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높기 때문이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이후 지금까지 분양한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의 3.3㎡당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분양가가 높은 단지 1~8위가 모두 도시형생활주택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분양한 서울 서초구 ‘더샵 반포 리버파크’의 3.3㎡당 분양가는 무려 7990만 원으로, 분양가가 가장 비싼 아파트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5273만 원)보다 2717만 원 비쌌다.

도시형생활주택은 빨리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분양가를 간접적으로 인상시키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다.

③ 주거용 오피스텔 허용면적을 120㎡로 확대...분양가 높지만 집값 하락시 직격탄 위험

도심주택 공급확대의 또다른 축은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오피스텔은 바닥난방 설치 허용면적 기준을 85㎡(전용면적 기준)에서 12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선호도가 가장 높은 85㎡ 아파트와 유사한 넓이까지 바닥난방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오피스텔 역시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실수요를 꺼리게 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건설사들은 규제가 없는 비아파트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려 하다보니, 입지나 면적이 비슷한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높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도 걸림돌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아파트와 동일하게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으면 중도금 집단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오피스텔 대출 규제는 다소 느슨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권이 대출총량을 줄이고 있어 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비아파트 매수나 분양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용면적이 같은아파트에 비해 좁고 주차 등 주거 여건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당장 아파트 공급이 워낙 적다보니 대체 주거상품으로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한계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도시형생활주택(공시가 1억 원, 전용면적 20㎡ 이하는 제외)은 주택 수에 포함되므로, 매수를 할 경우 무주택자 자격을 잃기 때문에 향후 청약에도 불리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집값 조정기에는 가격이 먼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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