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정기공채…더 좁아진 취업문
기업들은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 찾아
코로나로 부실해진 대학교육…성업중인 ‘코딩 학원’

무전무업(無錢無業), 돈이 없으면 취업도 할 수 없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기업들이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수시채용으로 선발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구직자들이 대학 교육 외 ‘업무 능력’을 쌓기 위해 학원에 다니거나 자격증을 따고 어학시험을 준비하는 등 '취업 준비'에 개인적으로 많은 비용을 추가적으로 들여야만 하는 상황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난 8일 SK의 마지막 정기공채 원서접수가 마감됐다. 이로써 하반기에는 5대 그룹(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중 삼성만이 정기공채를 유지하게 됐다. 코로나19 및 사무 디지털화로 필요 인력 규모가 감소하고, 신입사원 교육비용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IMF, 세계금융위기에도 이어져 온 공채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채용을 아예 진행하지 않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6일 조사·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7곳(67.8%)은 하반기 신규채용이 없거나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취업 경기가 얼어 붙으면서, 구직자들은 ‘바늘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더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취업준비생 8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월 평균 약 44만원을 취업 준비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과반 이상(56.4%)은 ‘인강비, 학원비’가 취업 준비 비용에서 가장 부담되는 항목이라 답했다. 취업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이에 따라 비용 발생은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재학중인 모 학생은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 하고 있다고 밝히며, “인문·사회 계열의 전공 학위만을 가지고 졸업하면 요즘은 취업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복수전공을 하더라도 코딩 실력이 뒤떨어지면 취직이 힘들어, ‘코딩 학원’에 다니고 있다. 이 비용도 큰 부담이다”고 덧붙였다.

동국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코로나 19사태로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학교 수업이 더욱 실질적인 취업과 괴리감이 더 커진 듯 하다. 등록금이 아깝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8월 26일 내년도 예산 중 약 23조원을 청년세대 주거, 취업, 자산형성 등에 투입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청년특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취업 장려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이 ‘퍼주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고, 근본적인 취업시장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정재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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