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나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할 수 있는 ‘카카오 T’ 앱이 국내 최대 플랫폼이 되면서, 이를 운영하는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YTN 방송 화면 캡처]
택시나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할 수 있는 ‘카카오 T’ 앱이 국내 최대 플랫폼이 되면서, 이를 운영하는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YTN 방송 화면 캡처]

대표적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당국의 금융플랫폼 규제방침에 따라 연이틀째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카카오가 심각하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어지듯이, 네이버보다 적극적인 사업다각화로 네이버보다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였던 카카오의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8,9일 이틀간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18조 8140억원이 증발했다. 그중 11조 3400억원이 카카오 주가 하락 금액이다. 카카오 주가는 이틀새 16.6%나 급락했다.

금융당국 규제가 카카오에 더 큰 타격 가해...‘카카오 갑질 방지법’ 주장도 제기돼

특히 카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가 카카오페이나 토스, 뱅크 샐러드 같은 온라인 금융플랫폼이 새로 시작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카오의 지나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카카오 갑질 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해 상품, 서비스를 거래하거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장터’를 제공하며 급성장한 플랫폼 기업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더 나은, 개선된 생활을 위한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기존 오프라인 소상공인과 이익단체들은 플랫폼 사업자의 전략에 대해 “거대 정보기술(IT)·스타트업이 이미 만들어진 시장을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장악한 후 통행세를 뜯어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2가지 악재가 겹친 카카오의 주가 대폭락은 예견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① 향후 금융플랫폼의 ‘중개행위’는 금소법상 라이선스 취득해야 가능해져

최근 금융권에서는 기존 금융사와 비교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7일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중개’ 행위로 판단해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금융 플랫폼의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단순 광고 대행’이 아닌 ‘투자 중개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핀테크. [연합뉴스TV 제공]
핀테크. [연합뉴스TV 제공]

이에 따라 이들 온라인 금융플랫폼 기업이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려면 금융위에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는 24일까지 금소법 유예기간 이내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하거나, 플랫폼의 인터페이스를 전부 바꿔야 한다. 결국 카카오페이는 최근 P2P상품 소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조치로 인해 국내 플랫폼 대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이번 지침은 특정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영업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 금소법 적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9일 오후 빅테크·핀테크 13개 기업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앞으로 온라인 금융플랫폼 기업에 대한 특혜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7일 온라인 금융플랫폼 기업의 금융 상품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서 관련 기업들의 반발이 커지자 업계 목소리를 청취하겠다며 마련된 자리에서, 금융당국의 입장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이 자리에는 네이버파이낸셜·마이뱅크·뱅크샐러드·비바리퍼블리카(토스)·SK플래닛·엔에이치앤페이코·팀윙크·핀다·핀마트·핀크·카카오페이·한국금융솔루션·해빗팩토리 등이 참여했다.

이날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추가적인 빅테크 규제를 예고해, 정부 당국의 강경한 입장이 확인됐다. 고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빅테크에 대해 “전자금융거래법, 대환대출 플랫폼,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여러 이슈가 있다”며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앞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빅테크, 핀테크, 기존 금융사 등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만큼 업권별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② ‘문어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불공정거래 규제방안 공론화로 투자 심리 악화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카카오의 계열사는 105개로 나타났다. 카카오톡으로 시작해 은행, 택시, 엔터테인먼트까지 카카오의 '무한확장'은 일상 곳곳을 파고들면서 ‘국내 2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계열사가 2번째로 많은 기업이 된 것이다. 카카오의 이같은 공격적 행보는 카카오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문어발 확장, 기존 재벌경영의 답습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카카오의 공격적 행보는 기존 사업자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갈등을 빚고 있다. 택시나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할 수 있는 ‘카카오 T’ 앱이 국내 최대 플랫폼이 되면서, 이를 운영하는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수년째 갈등 중이다. 택시업계는 국내 택시 호출 플랫폼 1위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업계와 논의 없이 일반 호출에도 유료화 상품을 도입하는 등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이 제기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6일 국내외 자율주행 기업과의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서비스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자율주행 생태계의 성장을 도모하는 ‘KM 자율주행 얼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6일 국내외 자율주행 기업과의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서비스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자율주행 생태계의 성장을 도모하는 ‘KM 자율주행 얼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모바일업계의 관계자는 "카카오는 비대면 열풍속에서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의 영향력과 막대한 자금력을 결합해 문어발식으로 세를 키우고 있다"면서 "카카오만의 혁신성이 엿보이는 사업모델도 있지만 최근에는 카카오가 강조해온 비전이나 사회적 가치보다는 덩치부터 키우려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카카오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송갑석,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여당 의원들이 특정 기업을 겨냥해 토론회를 개최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정치권에서 카카오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소 사업자와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카카오의 사업 확장·성장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대리운전, 꽃 배달, 미용실 등 대부분 소상공인의 영역에서 낮은 수수료로 경쟁사를 몰아내고 이후 독점적 위치를 활용해 플랫폼 수수료와 이용 가격을 인상하는 정책으로 논란을 빚은 사업방식을 문제삼은 것이다.

발제를 맡은 서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카카오는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카카오 생태계'라 불릴 만한 서비스 군을 형성 중"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의 승자독식을 견제하고 카카오를 비롯한 대기업 온라인 플랫폼과 골목상권 생태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플랫폼 기업들은)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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