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싱 메이퇀 창업자

시진핑 총서기를 핵심으로 한 중국 공산당이 민영 기업들에 '복종'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가운데 중국의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당국에 철저히 순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1일 베이징청년보 등에 따르면 왕싱 메이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공동 부유'를 메이퇀의 DNA에 뿌리내리게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을 맞춘 '공동 부유' 국정 기조를 전면화했는데 중국 안팎에서는 이런 행보가 내년 시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의 장기 집권 시작을 앞두고 서민과 대중의 민심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왕 CEO는 "(당국의) 감독 측면에서 많은 변동이 있는데 이는 공동 부유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터넷 부분에서 감독의 변화는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말했다.

왕 CEO의 이런 발언은 메이퇀이 알리바바에 이어 당국의 반독점 규제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나왔다.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4월부터 음식 배달 서비스 부문의 반독점 문제로 메이퇀을 조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앞서 3조원대 벌금을 맞은 알리바바에 이어 가장 많은 1조원대 벌금을 부과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메이퇀은 이번 실적 발표 자료에서 현재 진행 중인 반독점 조사와 관련해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메이퇀 창업자인 왕 CEO가 처음부터 당국의 인터넷 플랫폼 규제 강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트위터와 비슷한 중국 SNS 판퍼우에 당나라 시인 장갈(이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비판하려고 쓴 한시 '분서갱'을 올려 중국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공산당에 불만을 드러낸 왕 CEO가 '제2의 마윈'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 속에서 메이퇀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지자 왕 CEO는 이 한시를 삭제했다.

한편, 중국 최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인 텐센트는 전날 밤 성명을 내고 당국의 지시에 따라 중국 내 음악 독점 판권을 포기하는 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텐센트는 과거 중국 시장에서 독점 사용하는 조건으로 중국 및 해외 음원 저작권자로부터 음악을 구매해왔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텐센트가 음악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중국의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텐센트 계열인 텐센트뮤직이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지난 7월 24일 독점을 문제 삼아 텐센트에 온라인 음악 독점권을 포기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작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설화'(舌禍) 사건 이후 당국이 '인터넷 공룡' 관리와 통제를 대폭 강화한 가운데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퇀 등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은 쏟아지는 규제 속에서도 납작 엎드리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규제에 순응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일부 인터넷 기업들은 당국의 '공동 부유'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거액을 기부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충성심'을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500억 위안(약 9조원) 기부를 약속했고,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인 핀둬둬도 100억 위안(약 1조8천억원)의 농업과학기술전담 기금 조성 계획을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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