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중 핵심키워드 5개.(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중 핵심키워드 5개.(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9월부터 모든 지방자치단체를 '대북지원사업자'로 일괄지정하겠다고 지난 23일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한마디로 시장·도지사에 의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이 별도로 추진될 수 있는 발로를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박원순 서울시'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발(發) 남북교류협력사업의 형태와 종류가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황에서 급속히 추진될 경우 실효성 없는 무분별한 '혈세낭비'가 우려된다는 것.

심지어 국제적 대북제재 전선의 빈틈을 파고든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29일 펜앤드마이크 취재 결과 포착됐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통일부의 '지자체 대북지원사업자 일괄지정안'의 허점을 지적, 실제로 유엔 안보리 제재를 피해 설계된 지자체 발(發) 수십억원짜리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실 사례를 밝힌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찾아 분향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회가 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개성뿐만 아니라 북한의 어느 곳에서든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협력할 일이 있다면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20.07.30(사진=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찾아 분향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회가 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개성뿐만 아니라 북한의 어느 곳에서든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협력할 일이 있다면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20.07.30(사진=연합뉴스)

#1. 통일부, 그간 불허됐던 지자체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안 '허용' 행정예고

통일부는 지난 23일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및 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 개정(안) 행정예고(통일부공고제2021-105호)'를 밝혔다. 다음달 13일까지 고시되는데, 이 개정안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대북지원사업자로 일괄 지정"이다.

문제의 '지방자치단체의 대북지원사업자 일괄지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인영 現 통일부장관이 지난 23일 통일부를 통해 밝히며 수면위로 떠올랐다.

우선 대북지원사업은, 중앙 당국 차원의 직접 지원 및 통일부 인증 민간단체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간접 지원의 형태로 추진된다. 29일 기준으로, 통일부의 대북지원 지정단체 현황은 156개 단체다.

지방자치단체가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될 경우 전국 200여개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대북지원사업이 난립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대북인도적 지원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되는, 이른바 '일방적 대북 퍼주기 사업' 등이다.

관건은 '인도적 지원'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대북제재 상황 속에서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목하에 추진되는 지자체 사업이다. 일부 지자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같은 변화를 감지해왔던 거으로 파악된 것.

기자는 최근 서울시의 2020년, 2021년 주요 업무 보고 문건 속 '서울-평양 대동강 수질 개선 사업 계획 보고 문건'집 일부를 확인했다. 2021.08.29(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최근 서울시의 2020년, 2021년 주요 업무 보고 문건 속 '서울-평양 대동강 수질 개선 사업 계획 보고 문건'집 일부를 확인했다. 2021.08.29(사진=조주형 기자)

#2.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은 UN 안보리 대북제재 빈틈?

기자는 지난 3월경 서울시를 통해 2020년 남북교류협력사업 중 하나였던 '北 대동강 수질 개선 사업' 계획 문건 일부를 확인한 바 있다.

지난 2월26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도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위한 남북교류협력기금 사업비는 총 129억5천600만원이었다. 전년도인 2020년 예산안은 150억원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줄어든 액수다.

그중 최다 사업비로 책정된 사업은, 서울시가 기획했던 '서울-평양 도시간 교류 활성화 사업(98억8천500만원)' 가운데 '서울-평양 간 대동강 수질개선 협력 사업'이었는데, 무려 1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같은 사업은 2020년 계획 문건에서도 등장한다. 서울시는 업무 보고 문건을 통해 ▶ 국내외 정치상황을 고려해 사업 실행력 확보 ▶ 인도협력 우선 추진으로 서울-북한의 평양 간 도시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고 알린다.

'깨끗한 물 공급 협력사업'의 구체적 안건으로 지하수 시추장비의 공급안도 물망에 올랐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하나의 명분은 바로 "인도협력 우선 추진"이라는 것.

해당 사업을 추진했던 서울시는, 2021년 초 동일 사업의 강화를 강조한다. 일명 '평화생태계'를 강조한 것인데, 서울시는 "北 긴급상황 발생 및 남북교류 재개 대비 연중 실행분야 지속 발굴", "국내외 환경 변화를 고려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사업 추진 시기를 조율한다"라고 명시했다.

지난해 초 명시된 것에 이어 올해 업무보고 문건에서도 확인된 사업인 만큼, 여직원 성추행으로 피소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前 서울시장의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이 집권하기 직전까지도 강행했던 사업이라는 점이 도출된다.

최근 기자는 2019년 작성된 서울연구원의 정책보고서 일부를 확인했다.2021.08.29(사진=조주형 기자)
최근 기자는 2019년 작성된 서울연구원의 정책보고서 일부를 확인했다.2021.08.29(사진=조주형 기자)

#3. '남북 인도적 지원' 앞세운 보건 협력에 얹힌 '北 대동강 수질 개선 사업'?

그외에도 98억원 규모로 서울시가 추진했던 '남북교류협력사업' 중 또다른 최다액수 사업은 '서울-평양 간 보건의료 협력 사업(10억원)'이다.

지난해 초경 등장한 것으로 명시된 '서울-평양 간 보건의료 협력사업'은 이미 2년 전부터 물밑에서 정책개발됐던 사항이다.

'박원순 서울시'의 지방자치단체형 남북교류협력사업의 뿌리는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을 통해 일부 기획제안 받기도 한다. 2019년 8월 등장한 해당 정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서울-평양 도시협력 계획'의 주요 내용과 그 한계점이 파악됐다.

해당 문건에서는 2016년부터 '서울-평양 포괄적 도시협력방안 3대 분야 10대 사업'으로 추진됐는데, 그 중 보건의료 협력이 '시민교류형 사업'으로 분류됐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근거로 들어 "남북 간 합의만으로 교류협력 추진이 불가능하다"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대북제재 예외 사업을 거론한다.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 구현을 위한 남북보건의료협력 세미나'에 참석한 이인영 통일부장관. 2020.11.20(사진=연합뉴스)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 구현을 위한 남북보건의료협력 세미나'에 참석한 이인영 통일부장관. 2020.11.20(사진=연합뉴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예외사항'으로써 '보건의료지원 사업'을 편성하기에 이른다. '남북보건의료협력 사업'의 경우,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현 정부의 주요 중점 과제였다 점이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확인된다.

지난해 11월 열린 '남북보건의료협력 세미나'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고, 이날 함께 참석했던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지난 봄 문재인 정부가 신설한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임명되기에 이른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남북 보건 의료 협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대북제재를 피할 수 있는 사업 중 대표격 사업이 '보건 의료 사업'인데, 이는 '인도적 지원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서울시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예외사항으로써 '대동강 수질개선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 세부적인 중장기 과제 안건으로 "北 평양의 상하수도 개량 사업"을 제시했다.

즉,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피우고 있는 남북 보건의료 협력 사업 등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중 유엔 안보리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사업으로 '北 평양 대동강 수질개선 사업'이 이미 5년 전부터 면밀히 파악되고 있었다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기자는 최근 지난 2018~2019년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법 처리 협조 문건]과 [정책협의회 현안 건의 문] 일부를 확인했다. 2021.08.29(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최근 지난 2018~2019년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법 처리 협조 문건]과 [정책협의회 현안 건의 문] 일부를 확인했다. 2021.08.29(사진=조주형 기자)

#4. 3년 전 경기도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주체로 지자체 명시하는 법안 필요하다"···?

그렇다면 서울시 말고도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직접적 대북지원사업을 거론한 지자체는 어디일까. 바로 경기도(이재명 경기도지사 재임 중)다. 경기도는 "정부의 대북사업의 성과 제고를 위한 북한과의 '직접 소통' 채널 확보"를 강조한 것.

우선, 통일부가 예고한 지방자치단체의 대북지원사업자 일괄 지정 개정안 행정예고에 앞서 경기도 역시 2년 전부터 이와 연관된 법적 개정 등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기자는 2019년 경기도가 생산했던 해당 문건집 <경기도 정책협의회 현안 건의> 일부를 입수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폭파됐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지방자치단체 사무국 설치'를 건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들어선지 1년만인 지난 2019년, 경기도는 지자체 단위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국회 입법 동향 등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국회의 지자체 대북지원 입법 현황 파악 내용이 담긴 경기도 자체 분석 문건 <남북교류협력법 제·개정 통합법안(정부입법) 처리협조>도 입수했는데, 여기에는 현행법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이 곤란하다"라면서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주체로 명시하는 특례 조항 신설이 필요-협력사업 승인 완화"를 명시했다.

해당 문건에서는 "남북교류협력법 민주당 우상호 의원 개정안 관련 통일부 입장"이 담겼고 여기에 대해 "지자체 협력사업 통일부 승인시 요건 완화 : 일부수용"이라고 적시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협의체인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가 21일 공식 출범했다. 사진은 해당 협의회 출범식에 참여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2021.05.21(사진=연합뉴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협의체인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가 21일 공식 출범했다. 사진은 해당 협의회 출범식에 참여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2021.05.21(사진=연합뉴스)

#5. 베일에 가려진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사업···통일부, '알맹이' 공개 없이 프리패스 예고 

앞서 펜앤드마이는 경기도의 이같은 지자체 대북사업에 대해 지난 10일 및 22일자 기사 <[단독] 대북제재 교묘히 피해간 청주 간첩단의 北 지령 속 '묘목 사업'···경기도까지?>, <[탐사기획] 與 이재명, 文 평화프로세스 계승 의지 천명···하지만 경기도는 2년 전부터 시행 중?>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

이를 포함해 서울시의 北 평양 대동강 수질 개선 사업 등을 관통하는 공통된 정책적 제한점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대북지원'이라는 것.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現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지난해 8월부터 경기도 화성·수원, 강원 고성, 광주 남구 등 각종 지자체와 맺고 있는 업무협약 행태도 주요 관심사항이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지금까지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대북지원 사업의 형태와 내용, 사업 계획과 재원 마련안 등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대북지원사업자 지정 개정안'을 통일부가 추진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편 대북제재를 피할 수 있는 사업을 '인도적 지원 사업'의 일부로 편성해 추진 중인 현 정부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 출정식에서 엄지척 하고 있다. 2018.5.16(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 출정식에서 엄지척 하고 있다. 2018.5.16(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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