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 2016.1.15(사진=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18대 대선 당시 지지자에게 선물받은 '사람이 먼저다'가 적힌 목각을 들고 있다. 2012.12.12(사진=연합뉴스)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 2016.1.15(사진=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18대 대선 당시 지지자에게 선물받은 '사람이 먼저다'가 적힌 목각을 들고 있다. 2012.12.12(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치켜세웠던 (故)신영복의 흔적이 대한민국 전역에 산재해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바로 글씨체(體)가 문제가 된 것인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여기서 신영복은, 과거 1968년 지하단체 통일혁명당 사건에서 '중간책'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간첩전력자'다. 즉, '간첩전력자의 서체'가 대한민국 전역에 각계각층에 유행처럼 산재해 있음이 확인된 것.

'신영복 글씨체'가 세상을 놀라게 만든 단 한장의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핵심 안보수사기관인 국가정보원의 심장부에 지난 6월4일 신영복 글씨체(體) 원훈석을 기어코 새겨넣은 그 사진이다.

서울경찰청 역시 지난 7월9일 해당 글씨체가 담긴 비전표어를 뒷배경으로 한 최관호 신임 청장 취임식 사진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왼쪽)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하관된 홍범도 장군의 유해 위에 허토하고 있다. 2021.8.18(사진=연합뉴스) /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1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2021.8.21(사진=연합뉴스)
왼쪽)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하관된 홍범도 장군의 유해 위에 허토하고 있다. 2021.8.18(사진=연합뉴스) /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1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2021.8.21(사진=연합뉴스)

놀랍게도, 신영복 글씨체는 지난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유해 안장식의 묘비에도 새겨졌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직접 허토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지난 21일 해당 묘비를 어루만지는 모습이 포착되기에 이른다.

국정원과 경찰청에 이어 국립현충원까지 '신영복 글씨체'가 휩쓴 모양새인데, 이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2월9일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 리셉션장의 北 김영남 앞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는 신영복 선생"이라고 말했다는 점이 관건.

이미 지난 2017년 1월15일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신영복 1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신영복 선생은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라는 당명을 주고 가셨고, 더불어 많은 촛불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실 사례를 통해 신영복에 대한 그의 관심이 결코 작지않다는 것이 엿보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영복 글씨체 등 유산 일체는 현 정치권을 넘어 서울시의 혈세지원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펜앤드마이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대한민국 전역을 덮고 있는 '신영복 글씨체'를 추적해 공개한다.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간첩수사 보고서 내용이 담긴 30년 전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간첩수사 보고서 내용이 담긴 30년 전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1. 통혁당, 통일혁명당···'쇠귀 신영복(申榮福)' 도대체 누구길래?

故 신영복은, 1968년 지하혁명단체 '통일혁명당 사건'에서 '민족해방전선 조직비서·학생지도책'을 맡았다가 20년간 복역 후 1988년 가석방된 인물이다. 지난 1966년 2월, 통혁당 위원장 김종태이 이어 김질락 민족해방전선 책임비서에게 포섭됨에 따라 '민족해방전선 조직비서·청년학생 지도책'을 맡았다.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대공수사(對共搜査) 보고서 내용이 담겨진 30년 전 작성됐던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입수했다. 해당 문건에서는 北 공작사업지침서 등의 내용이 적나라하게 수록돼 있는데, 여기서 통일혁명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해당 문헌에 따르면 '민족해방전선 조직비서 신영복'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무총리였던 한명숙의 남편인 박성준을 포섭한다. 박성준은 그의 아내 한명숙을 끌어들인다. 이외에도 과학기술처 행정주사 노인영을 포섭했고 그는 훗날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방역기획관 기모란의 부친 기세춘과 접촉한다고 명시됐다.

1988년 가석방된 신영복은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재직한다. 그는 2016년 1월16일 세상을 떠난다. 기자는 그가 남긴 유작(遺作)인 <손잡고 더불어>를 통해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밝힌다.

기자는 최근 '신영복 유고 1주년 특별기획 손잡고 더불어와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를 확인했다. 2021.08.28(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최근 '신영복 유고 1주년 특별기획 손잡고 더불어와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를 확인했다. 2021.08.28(사진=조주형 기자)

#2. 그의 유작 <손잡고 더불어>에 담긴 변혁론에 대한 열망···여전히?

-통일혁명당에 관여한 사정이 무엇인가.
▲<청맥>지의 편집자 김질락 선배를 통해서다. 그게 최초의 인연이었다···지하당 조직 원칙 중 하나는 상부선에 대해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된다. 통혁당 서울시당이 이를 철저히 지켰다기에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

-북한의 통일 노선과 혁명 노선에 대한 인식은 어떠했나.
▲···주체사상의 내용을 이루는 자주·창조·의식성에 대해 논의가 있었으나 그게 주체사상이란 이름으로 행해진 건 아니다. 우리의 통일·혁명 역량이 그 조직 역량에 있어 저급 수준이었던 분명하나, 혁명의 남한 주체성은 원칙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통일혁명당의 뿌리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소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모든 변혁 운동의 뿌리는 그 사회의 모순 구조 속에 있다.

기자는 서울시가 밝힌 '신영복기념관 건립 지원 계획 문건'을 최근 확인했다. 2021.08.28(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서울시가 밝힌 '신영복기념관 건립 지원 계획 문건'을 최근 확인했다. 2021.08.28(사진=조주형 기자)

#3. 박원순 서울시와 구로구청, 42억원 들여 '신영복 기념관' 건립 추진?

신영복은 통일혁명당의 뿌리에 대해, '그 사회의 모순 구조'에서 모든 변혁 운동이 비롯된다고 말한다. 통일혁명당이 아니더라도, 다른 지하혁명 사건이 나올 것임을 암시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등 간첩전력을 가진 신영복에 대해 서울시는 '신영복기념도서관 건립 지원 사업'을 구상한다. 지난 2018년 9월, 지금의 오세훈 서울시장 재직 시절이 아닌 '박원순 서울시'는 서울 구로구 항동에 위치한 '신영복기념도서관' 건립 지원 사업에 7억6천500만원의 세비를 기획한다. 총 사업비는 무려 42억8천100만원으로 명시돼 있다.

담당 부서는 서울시의 문화본부로, 사업목적으로 '대규모 주택건설 사업으로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항동에 공공도서관을 건립한다'라는 것이다. 사업근거는 구로구 문화관광과로, 사업기간은 2018년 9월부터 2020년 10월까지이며 사업수행주체가 구로구이다. 구로구는 2010년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성 청장이 3번 연속 재직 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시는 28일 기준 뉴미디어담당관실이 관리하는 '내 손안에 서울'이라는 서울소통포털(미디어허브)에 <신영복 선생의 숨결이 느껴지는 '더불어 숲길', 2020.02.14>이라는 홍보성 기사가 버젓이 내걸려 있음이 확인됐다.

해당 기사에서는 성공회대 뒷산 일대에 조성된 '더불어숲길'의 존재를 밝히는데, 이 숲길은 신영복을 '기리는 길'이라며 그의 서화작품 31점이 전시돼 있음을 알린다. 핵심은 '더불어 숲길'이다.

'내손 안에 서울'이 밝힌 2020년 2월14일자 기사 '신영복 선생의 숨결이 느껴지는 '더불어 숲길''.2021.08.28(사진편집=조주형 기자)
'내손 안에 서울'이 밝힌 2020년 2월14일자 기사 '신영복 선생의 숨결이 느껴지는 '더불어 숲길''.2021.08.28(사진편집=조주형 기자)

#4.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까지 가세한 '더불어숲'···요즘에는 붓글씨 전시회도?

조희연 교육감이 재임중인 서울교육청 역시 예외가 아니다. 28일 오전, 이 역시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결과 <지금 서울 교육 뉴스레터>에 따르면 홈페이지에 <함께 읽는 책, 신영복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신영복 더불어숲, 2017년02월호>를 게재했다.

그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그곳은 사람들 사이에 박힌 불신이 사라지고 갇혀 있던 역량들이 해방되는 봄의 나라인가요? 무성한 들풀과 풍성한 나무들이 서로를 넉넉히 포용하는 ‘더불어숲’에 머무시길 바라봅니다. ▲ 여기는 아직도 식민의 잔재와 일그러진 근대화가 켜켜이 쌓여 악취를 흩뿌리고 있습니다. ▲ 세찬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나목들이 ‘더불어숲’이 되고, 서로를 감싸며 손잡고 함께 광장의 촛불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열고···등이다.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은, '더불어숲'이다. '더불어숲'은 '사단법인 더불어숲'과 연결되는데, 이 법인은 비전으로 "신영복사상 계승 발전의 영구적 터전"을, 미션으로 "우리 더불어 신영복 선생님의 제자가 되어, 더불어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지키자"라고 밝힌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일부 홈페이지 확인 결과, '더불어숲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2021.08.28(사진편집=조주형 기자)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일부 홈페이지 확인 결과, '더불어숲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2021.08.28(사진편집=조주형 기자)

해당 법인에 따르면, '신영복 붓글씨 전시회'도 오는 29일까지 인사동 일부갤러리에서 전시된다고 알린다. 그외에도 일명 '어깨동무체'라고 불리는 '신영복 글씨체(體)'에 대해 "상업적 용도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무료폰트로 제공하려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 결과, '신영복 글씨체'는 소주 '처음처럼'에도 쓰였다. 이를 제작한 이는 크로스포인트 대표였던 손혜원 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그는 '신영복 글씨체'를 사용하기에 앞서 신영복과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국립대전현충원과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에 쓰인 '신영복 글씨체(體)'가 어떻게 들어가게 된 것인지도 알아볼 수 있는 주요 대목이다.

(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16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 계류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2019.1.16(사진=연합뉴스) / (아래)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더불어민주당 명의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2020.7.12(사진=연합뉴스)
(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16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 계류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2019.1.16(사진=연합뉴스) / (아래)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더불어민주당 명의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2020.7.12(사진=연합뉴스)

#5. 노무현 묘비석, 박원순 추모현수막, 경기도의회 현판, 민주열사추모비까지?

'신영복 글씨체'는 비단 국정원과 현충원에만 쓰이지 않고 지난해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피소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더불어민주당 현수막에 쓰였다.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묘비문에는 신영복 글씨체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고 새겨졌다.

'사람중심, 민생중심 의회'라는 경기도의회의 현판 역시 신영복 글씨체로 제작됐다.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묘지에서 민주열사묘역에도 그의 글씨체로 '모란공원 민주열사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이 글씨체는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추모식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함께 나란히 포착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2020.7.14(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2020.7.14(사진=연합뉴스)

2017년 1월1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고민정 당시 아나운서가 자신의 SNS를 통해 신영복 추모 공원을 찾아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전날인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신영복 1주기 추모식에서 사회를 맡았다.

1주기 추모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당시 민주당 대선 주자가 참석했는데, '신영복 글씨체'는 지난해 7월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대회'에서도 재등장한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신영복 글씨체'는 그의 과거 '통일혁명당 사건 이후 대법원 판결' 내용과 상관없이 문화계와 지방자치단체, 현역 정치권 등을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 쓰이고 있는 셈이다.

한편, 그의 과거 수감 이력에 대해 국민들이 깊이 알게 된다면, 그의 글씨체는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성미가엘성당에서 열린 故 신영복 선생 1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17.1.15(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성미가엘성당에서 열린 故 신영복 선생 1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17.1.15(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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