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감방생활 일부가 알려져 화제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가석방심사위원회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사회의 감정, 수형 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가석방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 ‘수형 생활 태도’ 알려져 눈길

‘사회의 감정’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60~70%의 국민이 이 부회장의 사면이나 가석방에 찬성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실제 감방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박 장관의 브리핑만으로는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없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13일 서울구치소 문을 나선 이 부회장은 이전에 비해 많이 수척해진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이전보다 날카로워져 예리하면서도 강인한 이미지를 풍겼다. 게다가 이 부회장의 첫 행선지가 한남동 자택이나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안장된 수원의 선영이 아니라,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알려지면서 이 부회장의 속내를 짐작케 했다. 총수 부재 속에 삼성이 직면한 위기와 불확실성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서울구치소 3층짜리 수용동 앞 운동장서 웃통 벗고 매일 30분씩 달려

단단함으로 무장한 이 부회장의 수형 생활 일부분이 법조계에서 알려지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코로나 재확산 전까지 매일 웃통을 벗고 운동장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구치소에는 칸막이가 쳐진 10여 개의 독립된 운동장이 3층짜리 수용동 앞에 마련돼 있다고 한다. 2~3층 수용실에서는 운동장 내부가 훤히 보였는데, 구치소 안에서는 ‘매일 웃통 벗고 달리는 JY(이재용)’가 화제였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운동시간이 ‘주(週) 1회’로 제한되기 전까지, 이 부회장은 매일 30분씩 어김없이 웃통을 벗고 100여 평의 공터를 전력 질주했다고 한다. 사형수를 비롯한 독방 수용자는 운동도 혼자 해야 했는데, 이 부회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독방에 있으면 급격히 체력이 무너진다. 살려고 운동하는 것이라는 말이 전해진다”며 “당시 함께 수감돼 있던 다른 대기업 회장은 이 전 부회장과 달리 매일 환자복을 입고 환자방에서만 살았다”고 한다.

3만4650원 짜리 운동화 신고 달리기...운동장 못 나가면 매일 30회씩 10세트 스쿼트

이 부회장이 이렇게 운동에 집중한 것은, 지난 3월 급성 충수염으로 외부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한 때문이라고 한다. 운동장에 못 나가는 날에는 독방에서 ‘스쿼트(앉았다 서는 하체운동)’를 매일 30회 10세트씩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지낸 독방은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6.05㎡(1.8평) 규모로, 화장실을 제외하면 성인 한 명이 누우면 꽉 차는 넓이라고 한다. 거물급 재계 인사도 구치소에서는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 특히 이 부회장은 구치소 식사 외에 일체의 사식(私食)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모 재벌 계열사 대표는 요구르트를 자주 사 먹었지만, 이 부회장은 “속이 부대낀다”며 사식을 일절 구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감방에서 지내는 동안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구치소 생필품을 직접 구매해 사용했다고 한다. 1만4380원짜리 칼날 없는 전기 면도기와 1만 8790원짜리 전자 손목시계, 3만4650원짜리를 운동화를 사서 운동장을 뛰었다.

이 부회장의 ‘특혜 없는 감방생활’은 충수염 사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3월 당시 이 부회장은 통증을 느꼈지만, 특혜 시비를 우려해 치료를 미루다 병세가 더 악화됐다고 한다. 수술과 회복 과정에서 7~8kg 정도 몸무게가 빠진 데다, 한여름을 구치소 내에서 보내면서 몸무게가 13kg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인사성 밝은 ‘매너갑’으로 통해...이재용 독방 있는 1층 수용자들, “이재용 파이팅” 외치기도

이처럼 다른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감방 생활을 한 것 외에도, 이 부회장은 구치소 내에서 ‘매너갑’으로 통했다고 한다. 누구와 마주쳐도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넨 탓에 붙은 별명이라고 알려진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등 인간적인 면모에, 예의가 발랐다. 확실히 다른 재벌 회장과는 남다른 모습이었다”고 평했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 내에서 누구와 마주쳐도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넨 탓에 ‘매너갑’으로 통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구치소 내 다른 수용자들에게서도 많은 응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밤 9시 불이 꺼지면 이 부회장 독방이 있는 구치소 1층의 다른 수용자들이 ‘이재용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출소하자마자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만나 경영현안을 챙겼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7개월 동안 경영 현장을 지킨 사장단을 격려하고 자신의 소회를 밝히는 한편, 긴급한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출소 첫날부터 서초사옥 출근을 강행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 심화 등이 겹친 상황에서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취업제한 논란과 보호관찰 등 가석방 출소에 따른 여러 제약 속에서도 이 부회장 스스로 최대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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