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아파트값 6억∼9억원 구간의 매매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2일 부동산114를 통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날까지 등록된 지난달 서울아파트 매매 건수는 3천182건으로, 이 가운데 6억∼9억원 거래가 33.5%(1천66건)를 차지했다.

6억∼9억원 매매 비중은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26.6%→28.7%→30.9%→33.5%)하며 최근 1년 새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울아파트 매매 3건 가운데 1건 이상이 이 구간 거래인 셈이다. 반면 6억원 이하의 서울아파트 매매 비중은 지난 3월 32.7%, 4월 31.7%, 5월 31.1%, 6월 28.2%, 7월 23.0%로 급속한 하락세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면서 6억원 이하의 매물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6억∼9억원 구간의 매매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서민·실수요자가 주택담보대출 우대를 받는 주택 기준이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상향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폭을 지난달 1일부터 10%포인트(p) 높였다. 주택가격 기준은 투기과열지구가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이 기존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완화됐다. 이처럼 9억원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는 6억∼9억원 구간의 매물이 부족해지며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5단지 전용면적 58.46㎡는 지난달 19일 8억9천700만원(6층)에 팔려 이 면적 기준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일대에서 영업하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같은 평수 매물은 현재 1층 8억8천만원, 3층 9억4천만원에 나온 것 둘 뿐"이라며 "작은 평수 매물도 이제는 9억원 이하를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9억∼12억원 구간의 매매 비중과 가격도 상승세다.

서울아파트 9억∼12억원 구간의 매매 비중은 지난 4월 13.1%, 5월 15.1%, 6월 17.0%, 7월 17.9%로 넉 달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성내2차e편한세상 전용 84.79㎡는 지난달 15일 11억9천500만원(10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종전 최고가인 지난 1월 26일 10억6천만원(6층) 대비 6개월도 안 돼 2억3천500만원 뛰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6월 중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하자 가격이 12억원에 수렴하는 키 맞추기와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10억원대 아파트가 고스란히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시세 9억∼12억원 1주택 소유자들이 양도세 혜택을 받기 위해 법 시행까지 매각을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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