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5일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호텔에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주최하는 '2019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와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7.25(사진=연합뉴스) /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왼쪽) 5일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호텔에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주최하는 '2019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와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7.25(사진=연합뉴스) /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북한 공작원의 지령에 따라 국내에서 미(美) 스텔스기 도입 반대 여론전(戰)을 벌인 일당이 지난 2일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속했던 시민사회단체가 북한지역 나무심기(묘목)를 빌미로 돈을 모금하려 했던 것으로 9일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여기서 관건은 '묘목'이다. 이번 사건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과거 '평화협력사업' 속 아이템과도 맞닿아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우선, 북한의 지령문에 포함됐던 '북한으로의 통일밤묘목 100만 그루 보내기 운동'이라는 대남사업의 달성을 위해 청주 간첩 피의자들은 현 집권여당 중진 의원들을 만나기까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모조리 '묘목'이라는 사업 소재와 통한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이들이 왜 하필 '묘목'을 통해 공작금 모금 활동을 벌인 것인지 또한 북한에서 왜 '묘목 100만 그루 보내기'를 지령문에 넣었는지 그 이력을 추적, 직접 찾아봤다.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2021.08.02 (사진=연합뉴스)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2021.08.02 (사진=연합뉴스)

① 北 지령 받고 여론몰이 앞장선 '청주시민대책위원회'···'묘목 사업'도 北 지령 따랐다?

우선, 청주 지역에서 북한 지령에 따라 '여론몰이'를 했던 간첩 혐의 및 피의자 4명이 속했던 단체는 '청주시민대책위원회'다. 이들은 지난해 7월9일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군에게 보내는 공개제안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2년 통일 밤나무 묘목 100만 그루 보내기(50억원 모금) 전국민운동을 발기한다"라고 밝힌다.

문제의 '청주시민대책위원회'는, "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 등이 통일밤나무(10만주) 분양 사업으로 1차 기금(50억원)을 조성 후 전 국민 운동으로 1천억원 모금 운동을 진행한다"라고 알린다.

이들은 북한이 지령문에 넣은 '통일밤 묘목 운동'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다선 의원을 만났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의원들은 '만났지만 그 후 접촉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뿐만 아니라 현 집권여당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소속 관계자들과 접촉하기도 했다. 북한의 지령에 따른 '묘목 사업'의 달성을 목표로 했던 것.

기자는 9일 '통일부-전략물자관리원'을 통해 대북제재 품목건인 '유엔 대북제재 품목 및 HS코드' 속 28개 항목을 조사했다. 2021.08.09(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9일 '통일부-전략물자관리원'을 통해 대북제재 품목건인 '유엔 대북제재 품목 및 HS코드' 속 28개 항목을 조사했다. 2021.08.09(사진=조주형 기자)

② 펜앤, 대북제재 품목 28종 및 통제품목 1400여종 조사 결과 '묘목' 없어

여기서 북한의 지령문을 비롯해 이들은 왜 '묘목'에 집중했을까. 펜앤드마이크는 9일 오전 통일부를 포함한 전략물자관리원(KOSTI)을 통해 유엔(UN) 결의안 2321호·2270호·2094호에 누적 명시된 대북 일반제재 품목 총 28종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대북 일반제재 품목 중 반출 제한이 걸려 있는 품목은 반출 제한 9개 품목(▲항공유 ▲헬리콥터 ▲선박 ▲천연가스액체·컨덴세이트 ▲운송수단 ▲철강금속류 ▲정유제품 ▲원유)과 반입 제한 19개 품목(▲금 ▲바나듐광 ▲티타늄광 ▲희토류 ▲은 ▲동 ▲아연 ▲니켈 ▲조형물 ▲석탄·철·철광석 ▲납 ▲납광석 ▲해산물 ▲섬유 ▲산업전자기계 ▲식료품·농산품 ▲마그네사이트 토석 ▲목재류 ▲선박)으로 확인됐다.

그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전략물자수출입고시' 등에 따르면 통제품목수는 1천400여개(2016년 12월 기준)에 달한다. 모두 핵무기 전용 물자·생화학무기·미사일·재래식무기 및 이중용도물자 품목에 해당하는데, 주요 감시 품목으로 핵·미사일·잠수함 품목이 올랐다. 이들 중에서도 '묘목'은 명시되지 않았다.

일반제재 품목인 '목재류'가 포함됐지만, '묘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즉, 대북제재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묘목'은 北 대남공작기관의 '타깃'이자 청주 지역 간첩 피의자들의 공작금 모금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결국, 북한의 지령에 따라 추진됐던 공작 소재 '묘목'은 대북제제의 교묘한 빈틈이었다는 게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기자가 2019년 입수한 경기도 문건 '대북인도적 지원 사업 추진'. 2021.08.09 (사진=조주형 기자)
기자가 2019년 입수한 경기도 문건 '대북인도적 지원 사업 추진'. 2021.08.09 (사진=조주형 기자)

③ 與 이재명의 경기도, '대북 인도 지원' 명목으로 15억원 어치 '묘목·밀가루'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북지원 사업의 단골 품목으로 오른 '묘목'은 경기도의 '평화협력사업' 아이템으로 이미 한 차례 나타났었다. 지난 4월22일자 펜앤드마이크의 <[2021 대북정책] 文 통일부 '지자체 대북지원 확대' 본격화···경기도는 2년 전부터?> 보도에서 공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평화협력사업'의 일환인 '대북인도적 지원 사업 추진' 문건에서 '묘목'의 존재가 나타났었다.

경기도는 지난 2019년 5월22일 北 평안남도 일대 밀가루·묘목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브리핑을 했던 인사는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던 이화영 現 킨텍스(KINTEX) 대표이사였는데, 그는 이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경기도의 노력에 국민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알렸다.

당시 기자가 입수했던 경기도 문건 '대북인도적 지원 사업 추진'에 따르면 대북 지원용 밀가루는 9억6천500만원 어치, 묘목은 4억7천400만원 어치였다. 통일부가 그해 4월16일 물품 반출 승인을 했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었고, 묘목 등은 중국 단둥에서 北 신의주와 평양으로 그해 5월중 1차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묘목' 지원 사업의 근원은 '북한 측의 인도적 지원물자 요청'이었다고 경기도는 문건을 통해 밝힌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가 22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착국면에 접어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물꼬를 트기 위해 남북평화협력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5.22(사진=연합뉴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가 22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착국면에 접어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물꼬를 트기 위해 남북평화협력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5.22(사진=연합뉴스)

④ "2019년 12월이죠. 그 때 다 마무리해서 넣었을 겁니다"···北으로 넘어간 묘목들?

다음은 지난 4월22일자 펜앤드마이크 보도 <[2021 대북정책] 文 통일부 '지자체 대북지원 확대' 본격화···경기도는 2년 전부터?>에서 공개한, 당시 기자가 현 정부 당국자와 실제 나눴던 대화 일부로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해봤다.

- 2019년 북한 밀가루 사업은 어떻게 됐습니까?
▲ 중국 단둥에서 (북한으로) 넘어갈때, 그때가  2019년 12월입니다. 다 마무리해서 넣었을 겁니다.

- 그때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 한창 언론에서 나오고... 그러다보니 북한에서 공신력 있다는 기관에서 받아 배분하는 것으로, 그렇게 정리하는 것으로 처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분위기 마저 좋지 않았습니다.

- 도대체 어떠했길래 그러는 겁니까?
▲ 남북교류협력 사업 진행된 게 거의 없었습니다. 정부 부처에서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하다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경기도는 대북제재 면제 신청도 협의했고...당시 (대북지원사업) 제한폭이 컸습니다. 4.27 판문점 선언 당시 분위기하고 지금은 딴판인 것 같습니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13일 오후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20 경기도 평화협력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2020.1.13(사진=연합뉴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13일 오후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20 경기도 평화협력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2020.1.13(사진=연합뉴스)

당시 이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던 이화영 씨는 그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다할 설명 자체를 하지 않았다.

'경기도 밀가루 북한 지원 사업'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그는 기자에게 "지금 바빠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 나중에 다시 전화하시라"라는 답변을 끝으로 통화를 종료했었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묘목'은 '대북 제재'의 빈틈이나 마찬가지다. 그 틈을 파고든 북한은 청주 지역 인사들에게 '통일밤 묘목 운동'을 지령문으로 하달함으로써 국내에서 '묘목'을 통한 각종 대남 사업을 수행해왔다는 게 국가정보원 등 보안기관의 지적이다.

한편, '묘목'을 통해 모금하던 '청주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1일 '조국반도, 통일혁명의 시계작동'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내전 위험으로 몰아간 이명박·박근혜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노동 특보단은 4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과 함께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2017.5.4(사진=연합뉴스) / 관계자들의 지적으로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2021.08.10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노동 특보단은 4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과 함께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2017.5.4(사진=연합뉴스) /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2021.08.10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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