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설치 지시한 '홍길동중고서점' 건물주, "'헌법 가치 파괴됐다' 尹 발언에 분노"
29일 오전, 윤석열 前총장 지지한다는 시민들이 몰려가 차량 등으로 벽화 가려버려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각역 뒤편 골목길, 옛 우미관이 있던 장소.
이곳에 들어선 중고서점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 서점의 명칭은 ‘홍길동중고서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와 관련한 벽화를 건물 외벽에 설치한 사실이 최근 알려져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곳이다.
해당 벽화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쥴리의 남자들’ 벽화로 불리고 있다. 여기에서 ‘쥴리’란 윤석열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말한다. 소위 ‘윤석열 X파일’에 등장하는 윤 전 총장의 부인 김 씨의 별칭으로, 김 씨가 과거 강남 유흥업소에서 일할 당시 사용한 예명이라는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해당 벽화에는 김 씨를 연상케 하는 여성의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등의 글귀가 적혀 있다. 또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글귀 밑에는 ‘2005년 조 회장’ ‘2006년 아무개 평검사’ ‘2006년 양 검사’ ‘2007년 BM 대표’ ‘2008년 김 아나운서’ ‘2009년 윤서방 검사’ 등의 글귀가 연달아 적혀 있기도 하다. 윤 전 총장과 결혼하기 전, 김 씨가 사귀어 온 남자들 목록이라는 취지다. ‘윤석열 X파일’의 내용이 사실임을 암시하면서 사실상 윤 전 총장과 그의 아내 김 씨를 놀리는 내용이다.
해당 벽화는 서점이 위치한 건물주의 지시로 설치됐다고 한다. 중앙일보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해당 건물의 주인은 “‘헌법적 가치관이 파괴돼 출마했다’는 윤 전 총장의 발언에 분노했다”면서도 벽화 설치가 정치적 이유에 기인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윤석열 총장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서점 앞으로 몰려갔다.
시민단체 ‘자유연대’의 김상진 사무총장은 고(故) 박원순 전(前) 서울특별시장의 장남 박주신 씨의 얼굴 사진과 함께 ‘아이(I) 데려와 유(U)’라는 글귀가 적힌 트럭을 가져왔다. 그 앞에는 유튜브 채널 ‘우파삼촌tv’의 운영자 김기환 씨가 자신의 승합차를 대놨다.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문제의 벽화를 보지 못 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김상진 사무총장은 문제의 벽화와 관련해 “해도 너무한다. 금도(襟度·다른 사람의 무례함을 포용할 만한 아량)라는 게 있는데, 확인되지도 않은 (윤석열 前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의) 남자친구 명단이라고 (벽화에) 적어놓은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윤석열 전 총장은 문제의 벽화가 설치된 건물의 주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할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자신과 관련한 허위 사실 유포에 강력 대응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