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앞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마친 뒤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앞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마친 뒤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캠프를 재정비하며 국민의힘에서 주요 당직을 맡았던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특히 현직 시당위원장과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사가 포함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징계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반면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김종인 라인’인 김병민, 윤희석 등 윤석열의 ‘국민캠프’ 합류

특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국민의힘에서 주요 당직을 맡았던 김병민 전 비대위원과 윤희석 전 대변인, 함경우 전 조직부총장이 포함돼 이목이 집중됐다. 이들이 윤 전 총장의 ‘국민캠프’로 들어간 데는 최소한 김 전 위원장의 용인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 간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병민 국민캠프 신임 대변인은 지난 25일 오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의 보강된 캠프 인원 명단을 공개했다. 캠프 상근 정무특보는 이학재 전 의원, 캠프 상황실 총괄부실장은 신지호 전 의원, 상근 정무보좌역은 함경우 전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이 맡는다고 발표했다. 신임 대변인에 이두아 전 의원, 윤희석 전 대변인도 포함됐다.

국민캠프의 명단이 공개된 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후폭풍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전직 의원들과 현직 현직 당협위원장들까지 캠프에 대거 합류했기 때문이다. 대변인으로 명단을 발표한 김병민 전 비대위원은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이다. 이학재 전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인천시당위원장 맡고 있고, 함경우 전 조직부총장도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이다.

김병민 국민캠프 대변인은 지난 27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상의한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김병민 국민캠프 대변인은 지난 27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상의한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대변인으로 합류하게 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도 전 강동갑 당협위원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당 인사가 현재로는 '당 밖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을 돕는 것이 '해당 행위'라는 인식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선 ‘징계’ 주장 제기돼...이준석, “(윤석열이) 8월 중 입당 안하면 김병민이 제물 될 수 있어”

한기호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협위원장 사퇴 사유가 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당헌·당규에 위배되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불과 한 달 반 전까지 당의 핵심 요직을 맡았던 분들이 당 외 대선 주자를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며 “당이 콩가루 같다는 비아냥을 누가 만들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회의가 끝난 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만약 대선주자(윤석열 전 총장)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경선이 시작된다면, 명백히 당 외부 대선주자를 돕는 걸로 볼 수 있다”며 “거기에 대해서는 당의 윤리규정이 복잡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재를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전날 윤 전 총장과 가진 치맥회동에서도 옆자리에 동석한 김병민 대변인을 가리키며 “(윤 전 총장이 8월 중 입당하지 않을 경우) 김병민 전 최고위원이 제물이 될 수 있다”며, 윤 전 총장의 8월중 입당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가교’ 역할 시사한 김재원, “윤 캠프에 간 사람들은 김종인의 제3지대 포석 아냐”

반면 당 밖 주자를 돕는 것을 금지하고 캠프 합류에 비판성 발언을 내놓은 이준석 대표를 견제하는 발언들도 나오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비난하면 ‘자가당착’이다”라고 비판했다. [사진=원희룡 페이스북 캡처]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비난하면 ‘자가당착’이다”라고 비판했다. [사진=원희룡 페이스북 캡처]

 

당내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 몇 분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것에 대해 쓴소리를 했는데, 이건 당 대표가 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정권교체에 힘을 합칠 사람은 적이 아니라 동지”라며 “윤 전 총장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비난하면 그게 네 글자 ‘자가당착’이 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2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너무 야박하게 그렇게 당대표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이었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2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과 관련된 김어준의 질문에 대해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 입당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당대표의 휴가를 고려하면 “이번주와 다음주 밖에 안 남았다”는 말로 윤 전 총장의 입당을 기정사실화했다.

“현직 당협위원장들 몇 사람이 캠프에 가 있어서 입당 전에 몸불리기로 봐야하느냐”는 김어준의 질문에 김 최고위원은 “사전에 길잡이도 필요하고, 새로운 동네에 들어가려면 우리쪽에서 내응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굉장히 전략적으로 잘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리위원회가 구성이 안 돼 있어, 그들을 제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어준은 그 사람들을 선발대로 규정하며 “딴 데 가지 말라고 설득을 해서 입당시키겠다, 이런 거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보수 진영에서는 센 사람에게 몰아주는 경향이 강하다. 저렇게 선발대로 보내고, 또 당내에서는 40 여명의 현직 국회의원들이 내응을 하고, 지지자들로 하여금 안정감을 줬다”고 분석했다.

28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현직 당협위원장들의 윤석열 캠프 합류와 관련 “굉장히 전략적으로 잘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28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현직 당협위원장들의 윤석열 캠프 합류와 관련 “굉장히 전략적으로 잘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김어준은 김종인 위원장과의 관계도 짚었다. “김종인 위원장이 3지대를 강조했고, 하필이면 합류한 사람들 중에도 김 위원장과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있어서, 3지대 포석이라는 말도 있는데?”라는 김어준의 질문에 김 최고위원은 “윤 캠프에 들어간 사람들이 김종인 위원장과 가깝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사람들이 만약에 김 위원장의 생각대로 3지대 활동을 생각한다면 거기에 들어갈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의 생각과 다르니까 거기에 들어가서 직함을 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위원장과의 교감설을 부인한 셈이다.

당사자인 김병민은 또다른 입장, “김종인이 선을 그었다면 윤 캠프 합류 어려웠을 듯”

하지만 이들 인사들이 국민캠프에 합류한 데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뜻이거나 적어도 묵인이 작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체제에서 비대위원을 지냈던 김병민 윤석열캠프 대변인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위원장이 선을 딱 그었다면 윤석열 캠프에 쉽게 합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윤 캠프행을 놓고 김 전 위원장과 어느 정도 사전 교감이 이뤄졌다고 말한 바 있다.

김종인 비대위에서 대변인을 지낸 국민의힘 윤희석 전 강동갑 당협위원장 역시 최근 김종인 전 위원장으로부터 '윤석열 캠프에 들어가라'는 말을 듣고 바로 윤석열 캠프에 들어가 대변인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윤희석 전 비대위 대변인이 앞으로의 거취를 상의하자 "우리가 윤석열을 도울 수밖에 없다. 네가 (윤석열 캠프에) 가라. 윤석열 밖에 (대통령) 될 사람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희석 전 비대위 대변인이 윤석열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은 것 또한 김 전 위원장의 권유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 사이의 물밑 교감이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김 전 위원장이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윤 전 총장이 굳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말고 11월 여론조사로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어, 국민의힘 입당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국민의힘에서 건너간 그들이 국민의힘으로의 입당에 가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은 빗나가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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