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선’이 남색 머플러를 들고 경선 응원을 했다는 내용의 보도. [사진=JTBC 방송 캡처]
‘경인선’이 남색 머플러를 들고 경선 응원을 했다는 내용의 보도. [사진=JTBC 방송 캡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과 관련, 몸통을 밝히는 수사로 확대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댓글 조작의 직접 수혜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하야, 탄핵, 조사’ 중 선택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경인선’은 드루킹 김동원이 주도한 민주당 외곽조직...2017년 대선 당시 김정숙 여사의 “경인선에 가자”영상 재소환돼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마지막 순회경선에 참석한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에 가자, 경인선에 간다”라는 말을 한 영상이 다시 공유되며, 김정숙 여사의 ‘드루킹 댓글 사건’ 연루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017년 당시 김 여사가 말한 ‘경인선’은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뜻으로, 민주당 외곽조직의 이름이다. 당시 이 경인선 조직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는데, 경인선 조직의 활동 역시 드루킹 김동원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4월 채널A는 ‘경인선’에 관한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사진=채널A 뉴스 캡처]
2018년 4월 채널A는 ‘경인선’에 관한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사진=채널A 뉴스 캡처]

 

당시 고척돔에서 개최된 마지막 순회경선에서 경인선 조직은 남색 머플러를 양손에 들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그들이 들고 있던 머플러에는 ‘경인선’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김동원씨는 '드루킹의 추천 사이트'라며 경인선 블로그를 홍보했고, 김정숙 여사가 등장한 ‘경인선’ 동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경인선 조직을 '문재인의 가장 날카로운 칼'이라고 치켜세웠다. 외부 조직을 앞세워 스스로 문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웠다고 생각한 김씨가, '오사카 총영사' 같은 청구서를 내민 것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시초로 해석됐다.

김재원 최고위원, “문재인과 안철수의 승부는 3% 접전, 드루킹의 여론조작 후 안철수 지지율 반토막 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의원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날에 와서 2017년 대통령 선거는 탄핵 직후에 실시되었던 탓에 당연히 문재인 후보의 낙승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 문재인과 안철수의 승부는 3%의 접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이때 바둑이 김경수의 지시를 받은 드루킹 일당이 댓글과 좋아요 추천수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동원해 여론조작에 나섰고, 안철수 지지율은 반토막으로 떨어졌다”며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킹크랩’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킹크랩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성일종 의원도 23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선거에 여론조작 확인됐음에도 정신 못 차리는 민주당”이라며 “지난 대선 때 여론조작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는데도 민주당 사람들은 정신 못 차리고 있다. 민주주의를 외쳤던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파괴시켜놓고 너무도 당당하다. 참 신기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 “김경수 전 지사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 드루킹 몸통은 문 대통령”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정숙 여사의 ‘경인선 발언’을 언급했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정숙 여사의 ‘경인선 발언’을 언급했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이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몸통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라면서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며 총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야권의 총공세는 현 정권의 정통성에 흠집을 냄으로써 대선 정국에서 정권심판론을 더욱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정숙 여사가 2017년 민주당 경선 투표일 당시 "경인선도 가야지. 경인선에 가자"라고 했던 점을 거론했다.

정 최고위원은 “김 전 지사가 그냥 일반인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선거 때 수행팀장이었기 때문에 항상 문 대통령의 옆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연 반사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몰랐을까라는 의심에 머릿속에 든다"라며 "최측근이 했으니까 사과의 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하셨던 말을 그대로 돌려드리겠다"며 "청와대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젊은 세대가 구(舊) 문재인과 현(現) 문재인을 대비해 조롱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사과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원내대표, “거대한 범죄를 수행비서가 단독으로 저질렀을 리 없어”

김기현 원내대표는 김 전 지사의 사건을 "선거 개입을 넘어 선거 조작 사건"이라고 규정했다.김 원내대표는 김 전 지사가 대선 기간 당시 문 대통령의 수행비서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거대한 범죄를 수행비서가 단독으로 저질렀을 리가 만무하다. 몸통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배현진 최고위원도 "문재인 정부는 탄생의 정당성을 잃었다. 요즘 말로 '주작'(그럴 듯하게 거짓으로 꾸밈) 정부, 주작 대통령이 된 셈"이라며 "2017년 문재인 대선후보를 수행, 보좌하고 대변인 역할까지 1인 3역을 했던 김 전 지사가 본인을 위해서 드루킹 여론조작을 했겠나"라며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DJ 복심 장성민 전 의원, “문 대통령은 부정선거 책임지고 하야해야”

야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사과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날선 공격이 제기되고 있다. 맹공의 선봉대에는 장성민 전 의원(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자리잡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복심으로 불렸던 장 이사장은 페이스북에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사건과 문 대통령의 세 가지 선택'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하야, 탄핵, 조사’를 거론했다.

장성민 사단법인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이사장이 지난 3월 18일 강원 춘천에서 '바이든 신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한미동맹'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성민 사단법인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지난 3월 18일 강원 춘천에서 '바이든 신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한미동맹'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변인이었던 김 지사의 인터넷 댓글 여론 조작혐의로 인한 구속은 곧 문 후보를 대신한 대리인의 구속 성격이 강하며 김 지사의 감옥행 역시 문 후보를 대신한 대리감옥행의 성격이 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범야권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장 이사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부정선거로 당선된 반민주적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갖고 남은 임기를 채우기보다 이제 대통령직을 스스로 반납하는 선택이 어떤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3·15 부정선거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측근 이기붕의 부정선거 행위에 대해 책임지고 하야했다"고 했다.

장 이사장은 야당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위해 국정조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인선을 노래한 김정숙 여사에 대해서도 부정선거 개입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철저히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이 부정선거행위에 개입된 정황과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통령에 대한 탄핵발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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