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하반기 접종이 본격화된 지난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의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로 1차 접종을 마친 시민이 화이자 백신으로 2차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하반기 접종이 본격화된 지난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의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로 1차 접종을 마친 시민이 화이자 백신으로 2차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백신 교차 접종이 지난 5일 시작돼, 지금까지 약 69만명이 1차 아스트라제네카(AZ), 2차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방역 당국은 69만명의 교차 접종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 등을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해외 연구 결과 등을 보면 항체 형성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한다.

AZ‧화이자 교차 접종 부작용 사례 발생...숨진 경찰관, 심정지 상태에 빠진 가정주부 등

하지만 교차 접종의 치명적인 부작용 사례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교차 접종을 받은 50대 경찰관이 사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그와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 백신 교차 접종 후 심정지 상태인 아내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알려진 두 사건으로 ‘교차 접종’의 안정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경북 칠곡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새벽 2시쯤 칠곡 북삼읍 한 아파트에서 구미경찰서 인동파출소 A경위(52)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A경위는 지난 4월28일 구미 한 의료기관에서 AZ 백신을 1차 접종했다. 이후 지난 17일 화이자 백신을 2차 접종한 지 사흘 만에 사망했다. 그는 2차 접종 후 두통과 오한 등 이상반응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경위가 평소 건강했다는 동료와 가족 등의 진술을 토대로 사망과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을 확인 중"이라며 "21일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교차 접종 후 심정지 상태인 아내를 살려주세요'라는 글을 올린청원인 B씨의 아내 C씨(48)는 지난달 말 AZ 백신을, 지난 6일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했다. 이후 2차 접종 사흘 째인 8일 C씨는 구토와 설사, 가슴 조임, 몸살 증상을 호소했다.

교차 접종 하소연하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코로나 백신 교차 접종 후 심정지 상태에 빠진 아내를 살려달라'고 하소연하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글.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C씨는 11일 경남 창원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심장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아내는 기저 질환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백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정부는) 철저한 임상을 거치지 않고 단기간에 생산된 백신의 접종률을 높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점점 늘어나는 부작용에 대한 대처는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B씨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백신 부작용에 대해 전적으로 국가에서 보상한다고 말씀하셨으나, 느끼는 바로는 엄격한 기준으로 백신과의 인과성 없는 질환이라고 판단하는 등 부작용이 없다고 (보상을) 피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내를 포함해 백신 접종 후 피해를 입은 분들은 백신과의 인과성이 없다는 이유로 고스란히 고통을 받아들여야 하냐"며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거나 일상으로의 복귀가 불가능해진 분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유럽도 교차 접종 진행 중...EMA는 “교차 접종 효과 기대되지만 확실한 권고는 못해”

현재 코로나 백신의 교차 접종과 사망과의 연관성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독일·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에선 이미 AZ와 화이자·모더나를 맞히는 교차 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해외 연구 사례에서도 교차 접종의 안전성 문제는 제기되지 않은 실정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14일 “코로나 백신 교차 접종이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이에 관해 확실한 권고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WHO(세계보건기구)도 아직까진 동일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AZ 수급 차질 빚으면서 ’교차 접종‘ 선택...공급부족한 모더나는 교차 접종 배제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AZ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고육지책으로 화이자로 2차 접종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교차 접종에 대한 정보를 더 신속하고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교차 접종 사망 신고자가 처음 나온 만큼, 국민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태라 이런 불의의 사고가 생길 때일수록 방역 당국의 신속하고 정확한 결과 발표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특히 교차 접종을 시행할 때 2차 접종을 화이자로 할지, 계속 AZ로 맞을지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방역당국은 AZ‧모더나 교차 접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모더나 등 다른 백신 조합으로 교차 접종을 허용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현재까지는 모더나 백신을 교차 접종 백신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지난 7일 오후 광주 북구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들이 교차 접종 대상자, 사회필수요원, 75세 이상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 북구청 제공]
지난 7일 오후 광주 북구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들이 교차 접종 대상자, 사회필수요원, 75세 이상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학술지 비교, “AZ‧모더나 교차 접종이 AZ‧화이자 교차 접종보다 2배 더 항체 형성”

그러나 AZ‧화이자 조합보다 AZ‧모더나 조합의 경우, 항체가 두 배 더 많이 생성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주목된다.

지난달 13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독일 자를란트대 연구는 성인 216명을 상대로 교차 접종의 효과를 분석했다. AZ·화이자, AZ 2회, 화이자 2회 접종 등 세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AZ·화이자 교차 접종자가 AZ 2회 접종자보다 항체가 최대 10배 가량 더 형성된 것으로 나왔다. 화이자 2회 접종자와는 비슷한 수준으로 항체가 형성됐다.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린 스웨덴 우메오대학 연구는 AZ·모더나 교차 접종과 AZ 2회 접종을 비교했다. 그 결과, AZ·모더나 교차 접종자(51명)들은 AZ 2회 접종자(37명)에 비해 항체가 약 20배 더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연구 모두 대상자가 너무 적다는 점에서,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두 연구를 단순 비교해 보면, AZ‧모더나 조합에서 항체 형성이 2배 정도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교차 접종 안전성과 효율성엔 무관심...공급가능한 백신만 교차 접종?

그러나 우리 방역당국은 AZ‧모더나 조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현재 모더나의 수급은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50대 중에서도 수도권 일부 거주자들에게는 모더나 대신 화이자로 접종 백신이 변경된 상황이다.

항체 형성 효과만 따지면 AZ‧모더나 교차 접종을 권고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정부가 AZ‧화이자 교차 접종만 허용하는 것은 모더나 수급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 안전과는 무관하게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교차 접종이 고무줄 같이 변경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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