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핵무기 6개 가량 만들 수 있는 핵물질 생산”

2007년 2월 영변 핵시설 폐쇄에 합의한 6자 회담에 합의한 뒤 연료봉 제조 공장 모습(38노스)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위해 영변 핵시설에서 생산한 고농축 우라늄이 지난해 말까지 540kg에 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됐다. 이는 연간 핵탄두 6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연구원인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우라늄 농축 공장에서 점차적으로 농축을 증가시키고 농축 노력이 경수로에 필요한 것이었다고 추정을 하더라도 영변 핵시설은 2020년 말까지 90%의 U-235로 농축된 540kg의 우라늄을 생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9년 4월 영변 핵시설에서 IAEA 사찰단을 축출한 이래로 북한은 이전의 핵연료봉 제조 공장을 우라늄 농축 공장으로 개량해왔으며 완벽한 인프라도 갖춰왔다”며 “북한의 5MWe 원자로는 2018년 이래 작동되지 않았고 경수로는 여전히 미완공 상태지만 우라늄 농축 공장은 현재 북한의 핵연료 생산 프로그램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하이노넨은 북한이 작년 말까지 최대 705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지만 원심분리기 교체 작업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할 때 실제 생산량은 540kg에 가깝다고 추산했다. 또한 북한 연간 생산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은 핵탄두 6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150~160kg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그는 “북한이 영변 외에 다수의 다른 농축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광범위한 가정이 있지만 조달 기록들과 중요 물질에 가능한 한 접근과 같은 충분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더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는 영변에서 저농축 우라늄이 생산되는 것이고 이 가운데 일부가 원자로 연료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무기급으로 농축되기 위해 바깥의 시설로 보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농축 우라늄 공장과 한 곳의 추가적 농축 공장이 해마다 생산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은 150에서 160kg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우라늄 핵을 가진 약 6개의 폭발적 장치를 생산하기에 충분한 물질”이라고 했다.

그는 핵탄두 1개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의 양이 전문가에 따라 20kg에서 27kg까지 다양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 기준을 적용하면 북한이 20~27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했다고 추정했다.

하이노넨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규모에 대한 추정은 매우 다양하다”며 “최근의 랜드/아산 보고서는 북한이 2020년 67개에서 116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2027년까지 151개에서 252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북한이 2021년 1월 40~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분석한 SIPRI의 추정치보다 훨씬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추정들은 모두 다른 측정법을 사용하며 비교가 어렵다”며 “랜드/아산은 무기당 농축 우라늄 20kg이 사용된다는 추정에 근거한다. 예를 들어 지그프리트 해커는 25kg을 사용하며, 데이비드 알브라이트는 27kg을 사용한다. 그러나 다른 디자인의 가능성을 염두해 두더라도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숫자보다는 정확한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분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랜드/아산은 영변 외 강선, 분강, 서위리 등 3개 지역에 대규모 고농축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전제했지만 이 시설들은 그 정도 규모가 아니거나 농축공장의 특징을 지니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노넨은 “랜드/아산 보고서는 북한이 영변밖에 3개의 우라늄 농축 공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강선에 8,000개의 원심분리기, 분강에 10,000개의 원심분리기 그리고 서위리에도 알려지지 않은 숫자의 원심분리기들이 존재하며, 이 4개의 공장들이 매년 총 8,000 SWU(separate work unit) 농축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한다”며 “그러나 강선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그러한 크기의 농축 공장이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해커 박사는 이에 의문을 표시했다. 또한 분강의 지하 시설에 대한 연구에서도 전형적인 우라늄 농축 시설의 특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라늄 농축 발전소는 2020년 말 약 540kg의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었고 북한의 핵무기 생산을 위한 핵연료 생산 능력의 근간이 되었다”며 “북한은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첫 단계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했다. 이는 농축 우라늄 공장 해체와 5MW 원자로 그리고 재처리 공장, 영변의 핵분열 물질 생산 핵심 시설의 해체, 그리고 경수로 완공의 지연을 포함했을 것이다. 그것은 비핵화 과정에 있어 중요한 첫 신뢰 구축 단계가 되었을 것이며 북한의 핵분열 물질 생산 시설을 엄청나게 축소했을 것이며, 핵무기 증강을 제한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이 특히 우라늄 헬사플루오라이드 생산과 제조된 원심분리기와 주요 부품들 그리고 우라늄 농축 R&D의 해체와 중단과 병행되었더라면 매우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영변 핵시설 폐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북한이 과거 이곳에서 생산한 핵물질 검증을 하기 전에는 우라늄 농축 공장 등에 대한 완전한 해체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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