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무성, 11일 미국 겨냥해 “코로나 인도지원 정치목적에 악용말라” 경고
미 국무부, 12일(현지시간) “북한 인도적 위기상황 초래한 것은 북한정권”

북한이 미국을 향해 백신 등 인도적 지원을 구실로 내정간섭을 하려들지 말라고 경고하자, 미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간) 북한의 인도적 위기상황을 초래한 것은 북한정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정권이 국경봉쇄로 국제사회의 원조를 막는 등 민생을 돌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계속해서 자국민을 착취하고 불법적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증강을 위해 주민들의 재원을 빼돌렸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강현철 국제경제·기술교류촉진협회 상급연구사 명의의 글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이로 인한 전 세계의 경제난을 언급하면서 “인류의 이러한 불행과 고통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려는데 악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강 연구사는 “미국의 인도주의 지원이란 다른 나라들을 정치·경제적으로 예속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인도주의 지원은 그 어떤 경우에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외우곤 하는 인권문제는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을 실현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며 “많은 나라는 미국의 ‘원조’와 ‘인도주의 지원’에 많은 기대를 걸다가 쓰디쓴 맛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이 거론된 가운데 나온 것으로,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건드린다면 코로나19 백신이라 할지라도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강 연구사는 “국제사회는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을 거론하기에 앞서 악성 전염병에 대한 부실한 대응으로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인도주의적 참사의 후과를 가시고, 총기범죄·인종차별 등 온갖 사회악을 쓸어버리기 위한 국제적인 지원부터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하면서 조소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2일(현지시간) 북한 외무성이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미국을 비판한 것에 대해 “해당 성명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VOA에 “북한은 계속해서 자국민을 착취하고 불법적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증강을 위해 주민들의 재원을 빼돌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북한정권의 폐쇄적 국정운영도 지적했다.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고 국제적 구호 제안을 거부함으로써 원조의 전달에 심각한 장벽을 만들었고, 동시에 기존의 인도주의 사업의 이행과 감시를 담당하는 인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앞서 VOA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구매하고 배분하는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에 백신 공급을 요청했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7개의 행정절차 중 2개만 완료했다. 또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국제요원 입국을 거부했고, 저온 유통체계인 콜드체인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국제사회의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북한은 코백스로부처 백신 199만 2천회 분을 배정받아, 5월까지 170만 4천회 분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은 전 세계 194개 세계보건기구(WHO) 가입국 중 자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못한 5개 국가 중 한 곳이다. 북한은 세계백신연합이 요구한 이 같은 절차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공론화하고 내정간섭의 빌미가 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을 우려해 코백스에 다른 백신 지원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중국산 백신은 불신해 도입을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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