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 자회사, 최근 콜롬보 근교 고속도로 건설·운영권 따내
親中 성향의 라자팍사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 커
개발도상국이 추진하는 SOC 사업에 관여하고 영향력 행사하는 전형적 기법

중국이 스리랑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국유기업의 자회사 중국항만엔지니어링(中國港灣工程·HEC)을 통해 스리랑카의 고가(高架) 고속도로의 건설·경영권을 스리랑카 정부로부터 따냈다. HEC는 향후 18년간 해당 고속도로를 독점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친중(親中)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리랑카 현(現) 정권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의 8일 기사 〈중국, 스리랑카 ‘지배’를 강화…고속도로 19년간 보유하게 돼〉의 내용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교통건설(中國交通建設·CCCC)의 자회사 HEC는 스리랑카 남부 최대 도시인 콜롬보 교외에 총 17킬로미터(km)에 달하는 고속도로 건설을 스리랑카 정부로부터 수주(受注)했다.

HEC는 해당 고속도로에 대해 향후 18년간 소유권과 운영권을 행사하면서 건설 비용을 회수하고, 계약 기간 만료 후 해당 고속도로에 대한 소유·운영권을 스리랑카 정부에 넘기기로 했다. 이른바 BOT(Build-Operate-Transfer, 건설-운영-이전) 방식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과정에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써 널리 이용되고 있다.

동(同) 신문은 HEC가 해당 고속도로 건설을 수주하게 된 경위가 불투명하다면서 친중 성향으로 평가받는 현(現) 라자팍사 정권의 의향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리랑카는 중국이 추진 중인 지역 패권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주요 거점 중 하나다. 앞서 HEC는 스리랑카 남부의 함반토타항(港)의 정비 사업권도 따냈는데,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융자를 받은 스리랑카 정부가 융자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스리랑카 정부는 함반토타항에 대한 운영권을 향후 99년간 중국 측에 양도했다.

융자금 반환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의 SOC 사업에 관여한다는 명목으로 개발도상국에 사업 자금을 빌려주고 자국 국유기업을 해당 사업에 투입한 뒤 해당 SOC 사업에 대한 운영권까지 가져가는 전략은 ‘일대일로’ 사업에서 중국이 구사하고 있는 전형적인 기법이다. 중국 정부는 융자금 등을 근거로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빌린 개발도상국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한다.

이밖에도 HEC는 콜롬보 근교에 ‘콜롬보포트시티’라 불리는 항만 도시를 건설 중이다. 이 사업에 HEC는 14억 달러(한화 약 1조6000억원 상당)를 투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HEC는 지난 2015년 실시된 스리랑카 의회 총선거에서 현(現) 총리이자 전(前) 대통령인 마힌다 라자팍사에게 정치 자금 등을 제공함으로써 마힌다 라자팍사의 재선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힌다 라자픽사 총리는 현(現) 스리랑카 대통령인 고타바야 라자팍사의 친형이다.

이와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HEC 측은 그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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