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 측근, "정치 참여 만류하는 아버지 찾아뵙고 다음 주 초 거취 밝힐 것"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재형 감사원장이 이르면 오는 28일 감사원장직에서 사퇴할 의사를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조선일보는 26일 최 원장의 측근이라고 하는 이가 동(同) 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최 원장이 이번 주말에 정치 참여를 만류하고 있는 부친(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을 찾아뵙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한 후 다음 주 초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사진=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사진=연합뉴스)

최 감사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이다. 본디 임기는 내년 1월1일까지이지만 현(現) 정부 하에서 자행된 탈법적 행정들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끼고 정치 참여를 고민하게 됐다는 최 원장 주위 인사들의 전언이다. 최 원장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이나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의 전교조 교사 특별채용 등에 대한 감사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법치 붕괴’를 우려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이번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잡아낸 최재형 원장을 상대로 제기된 고발 건(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고발 취지는 “최 원장과 감사관들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할 목적으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피조사자들의 답변을 각색했다”는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1부(부장 양동훈)는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를 의결한 한국수력원자력 긴급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조성진 경성대학교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원 조사 등에서 조 교수가 의도적으로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불리한 진술을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복수의 정권 비리를 적발해낸 최 원장으로서는 ‘대권 출마’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전략을 취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과정에서 갑자기 나온 것이 중앙일보의 6월1일자 단독 기사 〈최재형 핍박받을수록…김종인·김무성 측 “한번 봅시다”〉다. 해당 보도에서 중앙일보는 “최 원장을 향한 야권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 측이 최 원장과의 대화를 시도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최 원장 동향 관련 보도는 중앙일보에서 쏟아졌다. 6월16일자 기사 〈최재형이 업어 등하교시킨 절친, 대선 지원 모임 만들었다〉나 6월21일자 기사 〈’아들 둘 입양’ 최재형, 이르면 이달 중 사퇴 후 대선 출마〉, 6월22일자 기사 〈감사원 직원들, 최재형에 사퇴 압박 “중립성 우려”〉 등이 바로 그 예시다.

지난 한 달 동안 최 원장의 ‘대권 도전’과 관련한 보도가 중앙일보를 중심으로 계속해 나오면서 ‘감사원장의 정치 중립성 훼손’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 원장은 중앙일보에서 자신의 동향과 관련한 보도가 이어지는 데 대해 명백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내각제 개헌 세력이 보수 대권 주자 선호도 1위인 윤석열의 대항마로써 최재형 원장을 꼭두각시처럼 내세워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 연합뉴스는 6월22일자 기사 〈최재형, 사퇴 임박 관측...죽마고우 “이제 결단만 남았다”〉에서 “최 원장은 대선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현재 시점까지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외에는 국민의힘이나 현직 국회의원들의 연락은 일절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전했다. 정의화 전 의장은 ‘내각제 개헌’을 주창해 온 대표적 인사.

이와 관련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감사원장) 임기가 정해진 것은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한 것”이라며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 원장 주위에서는 ‘정치 중립성 훼손’ 논란을 의식해 최 원장이 당장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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