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웃으며 백신 맞는 청소년 [UPI=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웃으며 백신 맞는 청소년 [UPI=연합뉴스]

영국과 이스라엘 등 높은 백신 접종율을 보이는 나라를 중심으로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지배종으로 진화하고 있는 인도발 ‘델타 변이’ 감염이라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델타 변이가 신규 감염의 99%를 차지하는 영국에서는 아직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어서, 우리 보건당국도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가 세계 각국으로 퍼지면서 코로나19 재유행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더욱이 델타 변이는 백신을 2회 접종까지 모두 완료해야 감염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 세계적으로 집단면역 달성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당초 예정대로 다음 달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적 완화조치를 시행하는 등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 국민 55%가 2차 접종 완료한 이스라엘도 ‘델타 변이’ 비상령

이스라엘은 현재 전 국민의 55%에 해당하는 514만명 이상이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상태이다. 지난 2월부터 단계적으로 봉쇄 조치를 풀던 이스라엘은 지난 15일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조치까지 해제했다. 이처럼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던 이스라엘이 델타 변이 확산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매체는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보건부가 학교를 중심으로 델타 변이에 의한 집단 감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이스라엘 북부 빈야나마의 중학교에선 4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스라엘 중부 모딘에서도 6학년 학생 15명이 감염됐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들 학생 모두 델타 변이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비필수 여행 제한 권고를 어기고 해외를 다녀온 사람들을 통해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 당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비접종 입국자 자가격리 등을 포함한 방역 조치 재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4%가 1차 접종 마친 영국의 신규 확진자 99%가 ‘델타 변이’ 감염

영국에서도 아직 백신 미접종자 연령대에서 델타 변이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사례 분석 주간보고서에 따르면, 14일 기준 영국 내 델타 변이 감염 사례는 6만624건이다.

최근 영국에선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명 넘게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영국에선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명 넘게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이 중 10~30대가 4만1749명으로 무려 70%나 됐다. 제니 해리스 영국 보건안전청(HSA) 청장은 “영국 전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고 있고 델타 변이가 지배적이다. 대부분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젊은 연령층에서 보고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젊은층이 델타 변이에 감염되면서 중증 발전 가능성이 큰 노년층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스티븐 라일리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런던 세계전염병분석센터 교수는 “(델타 변이는) 코로나19에 덜 취약한 청년층에서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지만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백신이 100% 효과적이지 않고 모든 사람이 완전히 예방접종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치명적인 노년층의 감염도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인구의 64%가 1차 접종을 마친 영국에서는 최근 신규 확진자가 1만명 이상 발생해 전주 대비 79%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시점이 다음 달 19일로 연기됐다. BBC는 신규 확진자의 96% 이상이 델타 변이에 의한 감염이라고 보도했다.

델타 변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백신 2차 접종이 앞당겨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신 1차 접종만으로는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결과치가 제시됐다. PHE에 따르면 영국 내 델타 변이 감염자 6만624명 가운데 66.8%(3만5521명)가 미접종, 1차 접종 후 21일 미만 감염자가 7.7%(4094명), 1차 접종 후 21일 이상 지난 감염자가 17.7%(9461명)였다. 백신 미접종자와 1차 접종자들이 델타 변이 감염 사례의 92.3%를 차지한 것이다. 접종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7461명을 제외한 수치이다.

특히 1차 접종을 마친 감염자들이 26%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1차 접종의 불완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2차 접종의 델타 변이 예방 효과, 화이자 88% AZ는 60%

그러나 2차 접종의 효과는 상당했다. PHE는 백신 접종을 두 차례 완료할 경우 화이자는 88%, AZ는 60% 등으로 유의미한 감염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영국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PHS) 조사에서도 화이자와 AZ 백신을 2회 맞아야 델타 변이에 감염될 위험이 각각 79%, 60%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영국 전문가 "델타 변이 전파력, 알파 변이보다 높아" [연합뉴스 자료 사진]
영국 전문가 "델타 변이 전파력, 알파 변이보다 높아" [연합뉴스 자료 사진]

델타 변이에 의한 감염 우려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재개하는 이스라엘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시점을 연기하는 영국과 달리, 우리 방역 당국은 7월부터 방역수칙 완화를 발표했다.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가 시행돼, 지금보다 방역이 한층 완화된다는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 델타 변이 확진자 수는 190여명

지금 추세대로라면 다음달 1일부터 수도권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된다. 식당과 카페, 노래방 등의 영업시간이 밤 10시에서 자정으로 늘어나고, 4명까지만 허용되는 사적모임 인원도 다음달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6명을 거쳐, 이후에는 8명까지 모임이 가능해지게 된다.

그러나 백신 접종률이 높은 수준에 이를 때까지 기존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가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1차 백신 접종률이 64%에 달하고 2차 접종률이 46% 이상인 영국에 비해, 국내 1차 접종률은 절반도 되지 않으며 2차 접종률은 영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3일 기준,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에 감염된 환자가 누적 기준 190명으로 늘었다.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편이지만, 7월부터 방역수칙이 완화될 경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23일 0시 기준 2차 접종까지 마친 접종 완료자 비율이 전체 국민의 8.4%밖에 안 된다는 점에서, 델타 변이에 무방비로 노출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2차 접종 완료 비율은 8.4%에 그쳐...젊은층 백신접종 속도전 필요해

방역 당국에 따르면, 국내 델타 변이 감염자는 영국발 알파 변이에 이어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부터 전체 검출 비율을 보면 영국발 알파 변이가 85%, 인도발 델타 변이가 8.5%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주 검출 상황을 보면 영국발 변이는 85% 정도로 비슷한 반면, 인도발 델타 변이는 13% 정도로 나타났다. 인도발 델타 변이의 검출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접종을 하지 않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가 대유행하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층들도 최대한 빨리 접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상엽 감염내과 전문의는 “7월부터 야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안 해도 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 놓는 게 우려된다”며 “2차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분들까지 마스크를 벗을 경우, 인도발 델타 변이가 유행을 하게 된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 완화 메시지는 시기상조다. 방역 완화를 하더라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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