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당국자 “미국은 궁극적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 향한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어”
미 전문가들 “김여정 담화는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 등 선제적인 양보를 해야 대화 나서겠다는 속내 비친 것”

미국 정부는 미북 대화 기대를 ‘꿈보다 해몽’이라고 일축한 김여성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적대가 아니라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는 김여정의 최근 대미 담화에 대한 논평 요청에 “우리는 그 발언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도전을 다루기 위해 북한과 원칙에 입각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제안은 여전히 선제조건 없이 어느 곳, 어느 때나 만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발언들 뒤에 앞으로의 잠재적인 경로에 대해 더욱 직접적인 소통이 뒤따르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당국자는 “우리의 정책은 적대가 아니라 해결을 목표로 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 Korean Peninsula)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대북 정책은 미국과 동맹들, 파병된 군인들의 안보를 강화하는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할 세밀하게 조율된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은 그런 궁극적 목표를 향한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 과정에서 진전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용적인 수단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미 국무부도 외교적 해결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VOA의 논평 요청에 북한의 담화가 외교에 대한 미국의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으로 인한 도전을 다루기 위해 북한과 원칙에 입각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과 아무런 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든 만나자고 한 성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발언을 거듭 상기시키면서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발언들 뒤에 앞으로의 잠재적인 경로에 대해 더욱 직접적인 소통이 뒤따르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2일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립장을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 없이 “대화 특히 대결에 준비돼 잇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흥미로운 신호”라고 평가했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대미 메시지에 대해 미국의 의중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 등 선제적인 양보를 해야 대화에 나서겠다는 속내를 비친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김여정의 발언은 미국에 대해 “우리가 대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성급하게 결론내리지 말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북한에 무엇을 주고, 어떤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먼저 보여준 다음에 대화 가능성을 거론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이 대화를 위해 북한에 선제 양보를 할 의향이 있는지를 김여정이 탐색한 것”이라며 이는 김정은의 발언과 맥이 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의 경우 대화를 향해 움직일 수 있지만 미국이 북한의 조건을 어떻게 들어주느냐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1990년대 북한과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나섰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도 VOA에 김여정이 미북 관여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해석했다. 아이혼 전 보좌관은 “김정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북한이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받아들인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라며 “다만 김여정의 발언에 모호한 부분도 있어 앞으로 상황 전개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수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김정은과 김여정의 잇따른 대미 메시지가 흥미롭다”며 “만약 김정은과 김여정이 정말로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없다면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이들은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기회를 여전히 탐색하고 있다”며 “대결과 대화라는 개념을 만지작거리면서 워싱턴이 얼마나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살피고 있다”고 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은 미국과의 다음 대화에서 구체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 하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가 중요한 제재완화를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이유는 없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북한이 올해 말까지 내부 분제와 대미 압박 고조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한국의 대선을 한 달여 앞둔 내년 2월쯤에나 북한이 ‘매력공세’ 외교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 전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립장을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는 보도를 들었다.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주체110(2021)년 6월 22일

조선중앙통신 202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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