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 한미 정상회담으로 동맹 회복됐다고 보는 것은 오진...미일동맹에 훨씬 못 미쳐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는 한미동맹 미래 결정할 분수령
친북·종중 좌파세력 선택은 한국의 생존과 번영의 치명타될 것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평가에는 문재인 정부의 좌성향 대외기조와 정책들로 인해 한미동맹이 전례없는 위기에 빠진 것으로 보았던 우파 전문가들도 동참했다. 이들은 한미 정부간 관심 의제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주목했었다. 즉, 문 대통령이 남북 정부간 관계개선과 ‘평화쇼’에 집착하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쿼드 안보대화, 한미일 안보공조 등에 동참해 주기를 바랬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접점이 없는 헛바퀴 돌기’와 ‘외교적 수사’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회담 후 발표된 공동발표문과 기자회견은 동맹의 생존을 확인시키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회담 후 문 정부 스스로도 ‘가장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는 자찬을 쏟아냈고,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정상회담 성공을 축하하는 현수막들을 내걸었다. 좌성향 신문들은 동맹 붕괴를 우려해온 우파들에게 항변이라도 하듯 ‘한미동맹 재확인’을 홍보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5·21 한미 정상회담으로 동맹이 다시 건강해졌다고 보는 것은 오진이다. 문 정부가 ‘통북·친중’ 정책을 고집하면서 한미 연합연습을 축소·중단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면서 신고립주의로 빠져드는 동안 한미동맹이 형해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비록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재건’을 공약하고 있음에도 사실상 2022년도에 실시될 각종 선거에서의 한국 국민의 선택이 동맹의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미가 공유한 ‘동맹위기’ 인식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몇가지 특징들을 보여주었다. 첫째, 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동안 크게 벌어진 ‘이념적 간극’과 관심 의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경제 협력, 안보 공조, 북핵 대응, 기후변화 대응, 반도체 협력,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파트너십, 인권 등 다양한 이슈들을 광범위하게 다루면서 ‘공동 인식’을 나누었다. 이는 양국이 현 상태로 동맹을 방치하면 파멸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한미동맹은 70여년 전 한국전쟁에서 양국군이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우면서 다져졌다”라는 말로 시작하여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포괄적 협력’을 향한 다짐으로 끝나는 공동발표문은 동맹이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공동발표문이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해협의 평화,’ ‘불공정 무역에 대한 대처’ 등을 다룬 것은 지금까지 문 정부가 보여온 굴종적인 대중 기조를 감안할 때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둘째, 그럼에도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이 생산한 공동발표문과 기자회견 내용은 4월 15일 스가-바이든 정상회담의 그것에 비해서는 강도와 구체성 그리고 방향성이 부족했는데, 이는 한미동맹의 강도가 ‘사상 유례없는 밀월관계’로 평가받는 미일동맹에 미치지 못함을 보여준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강조하고 주된 위협인 중국과 북한에 대해 동남아국가연합(ASEAN), 호주, 인도 등과 함께 공동대응을 해나간다는 방침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동국중국와 남중국해에서 무력으로 지위를 바꾸려 하거나 지역 내 다른 국가들을 협박하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 등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표현들을 곳곳에 담아냈다. 여기에 비해, 한미 공동발표문은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슈들을 다루면서도 ‘합의’보다는 ‘공감,’ ‘중요성 인식,’ ‘의지 공유’ 등의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서도 미일 공동성명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CVID)’를 위한 미일 공조 약속을 재확인한 반면, 한미 공동발표문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고자 하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하였다” 정도로 표현했다. ‘한반도 비핵화’란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의 한국어식 표현이며, 북한은 이 표현을 통해 “우리 공화국을 위협하는 외부요인들이 먼저 제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즉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와는 달리 북핵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다.

셋째, 이번 공동성명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들을 교환한 ‘선물 주고받기’ 식의 외교행사였다. 문 정부가 원하는 내용, 한국 국민에게 필요한 내용, 바이든 정부가 원하는 내용 등이 두루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8년 남북 간 판문점 선언, 2018년 미북간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합의에 기초한 대북 외교와 대화의 필요성,’ ‘남북대화와 협력 및 이산가족 상봉 등에 대한 미국의 지지,’ ‘백신 파트너십 구축’ 등은 문 정부가 원했던 것들이다. ‘연합 방위태세의 중요성,’ ‘확고한 확대억제 제공,’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국군 55만 명에 대한 미국의 백신 제공’ 등은 견고한 한미동맹을 원하는 한국 국민의 안보 여망에 부응한 것이다. 문 정부는 한미가 전쟁 억제, 전쟁 수행, 전쟁 승리 등에 있어 공동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는 현 전작권 체제를 임기 중에 해체하기를 원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조건들이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는 입장 표명을 통해 전작권 체제의 해체를 사실상 무기 연기시킨 것이다. 이는 미국이 문 정부에 반하여 한국 국민의 손을 들어준 것에 해당한다. 한국군에 대한 백신 제공 또한 문 정부 동안 중단 또는 축소되었던 연합훈련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동맹강화 방침과 한국 국민의 여망에 동시에 부응한 성격을 가진다.

이에 비해 ‘북핵 정책 공조,’ ‘인도-태평양전략,’ ‘한미일 안보공조’ ‘쿼드 안보대화,’ ‘대만해협의 평화,’ ‘불공정 무역에 대한 견제,’ ‘인권 문제 공동대처’ 등은 미국이 문 정부에게 요구해왔던 사안들이다. 이 사안들에 대해 문 정부는 구체적인 ‘합의’를 회피했지만 중요성에 공감함으로써 미국의 요구에 일정 부분 부응했다. 한국이 ‘반도체 공급망 개선’에 합의한 것이나 정상회담 직후 삼성, 현대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38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미국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었다.

동맹의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 한국 국민의 선택

이렇듯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담으로 동맹위기가 치유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그보다는 ‘봉합’ 정도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 정부와 양국 국민은 동맹 건강성 회복에 대한 문 정부의 진정성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문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친북(親北)·종중(從中)·탈미(脫美)·반일(反日) 노선을 걸으면서 미국이 원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쿼드 안보대화, 한미일 안보공조 등에 동참하는 것을 거부해온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며, 사드 기지의 정상 가동을 훼방하는 데모꾼들을 수년간 방치하는 것도 지켜보았을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한미동맹을 뒷받침해온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이념적 상응성’이 상당 부분 훼손되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일단 ‘동맹 위기 봉합’에 만족한 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정부에게 기대를 걸기보다는 향후 한국 국민의 선택을 주시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종합할 때, 2022년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의 한국 국민의 선택이 동맹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지난 4년 동안 증폭된 양국 정부 간 이념적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의 생존을 담보해준 것은 6·25 전쟁 동안 미국이 5만4천 명의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면서 한국군과 함께 싸워준 ‘피로 맺어진 인연’과 이후 70여년 동안 축적되어온 동맹 신뢰였다. 그것이 문재인-트럼프 집권 동안 동맹의 파탄을 막아준 밑바닥 요인이었다. 이번 문-바이든 정상회담은 동맹의 파탄을 보류하고 한번 더 동맹 건강성 회복을 위한 기회를 남겨주었을 뿐이다. 한국 국민이 지금까지 친북·종중 기조를 고수하면서 대내적으로 친사회주의적 입법과 제도를 양산해온 좌파 정치세력을 한번 더 선택한다면, 미국도 한미동맹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한미동맹의 붕괴는 미국에게는 ‘중요한 전략적 손실’이 되겠지만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있어서 ‘치명타’가 될 것이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건양대 교수·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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