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 빈과일보·넥스트디지털 등 관련 3社 자산 동결..."회사 경영 불능 상태"
현지 검찰, 빈과일보 최고경영자(CEO) 등 국가안전유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
지난해 8월에 이은 대대적 탄압...오는 7월1일 中공산당 창건 100주년 의식한 모양

“중국이 약속한 홍콩 자치는 완전히 무너졌다.”

중국 공산당에 의한 홍콩 자유 언론에 대한 탄압이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파(民主派) 언론으로 분류된 홍콩 현지 매체 ‘빈과일보’(蘋果日報)의 주요 간부들이 구속된 데 이어, 홍콩 정부는 해당 매체와 관계가 있는 회사들의 자산 일부를 동결했다. 언론사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동(同) 매체는 오는 25일 ‘무기한 휴간’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홍콩 경찰은 빈과일보의 최고경영자(CEO) 장잔훙(長劍虹)과 동(同) 매체 최고집행책임자(COO) 저우다촨(周達權), 그리고 동 매체 편집장 뤄웨이광(羅偉光) 등을 긴급 체포했다. 이들은 국가안전유지법(통칭 ‘홍콩 보안법’) 시행 이전인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외국 세력의 홍콩 정세 개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사 30건을 게재한 혐의(국가안전유지법 위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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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민주파 언론으로 분류된 홍콩 현지 매체 빈과일보(蘋果日報)가 오는 25일 ‘무기한 휴간‘을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사진=로이터)

현지 경찰은 또 경찰 인력 수백명을 동원해 빈과일보의 모회사 ‘넥스트디지털’(壹傳媒)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40대와 서버 16대 등을 압류했다. 일설에 따르면 빈과일보 압수수색에 동원된 인력은 최대 500명에 이른다. 홍콩 검찰 당국은 구속된 빈과일보 관계자들에 대한 공소를 제기한 상태. 지난 19일 열린 첫 공판에서 홍콩 법원은 이들이 신청한 보석(保釋)을 인용하지 않았다.

홍콩 당국은 또 넥스트디지털 등 3개사의 자산 약 1800만 홍콩달러(한화 약 26억원 상당)를 동결하고 은행 등을 통해 자산을 움직이는 것을 금지했다. 미국 매체인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빈과일보가 현재 보유 중인 자금으로는 겨우 수 주밖에 회사 경영이 불가한 상태라고 한다. 홍콩 당국이 가까운 시일 내 해당 조치를 해제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이에 빈과일보 측은 오는 25일 회의를 열고 무기한 휴간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빈과일보는 26일 지면 발행을 끝으로 사실상 ‘정간’(停刊)에 들어가게 된다. 동 매체 직원들 역시 제 살 길을 찾아 속속 이직하고 있다. 홍콩 당국이 빈과일보의 경영을 틀어막고 나선 이유는 이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빈과일보의 사례는 국가안전유지법 시행 후 이뤄진 ‘기업 규제’의 첫 사례가 됐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공산당과 홍콩 당국에 의한 ‘자유 언론 탄압’ 사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홍콩 국가안전유지법을 필요에 따라 활용함으로써 독립 언론을 자의적으로 표적 삼은 것”이라고 논평하며 깊은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997년 홍콩 반환 때 중국이 홍콩과 전 세계에 약속한 ‘1국가2체제’ 및 ‘홍콩인에 의한 고도의 자치’가 철저히 유린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빈과일보에 대한 홍콩 당국의 대대적 탄압은 지난해 8월 이래 이번이 두 번째다. 홍콩 당국이 지금 이 시기에 빈과일보를 때리고 나선 것은 오는 7월1일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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