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계와 非이재명계의 감정싸움...어떤 결정 내려지든 후유증 적지 않을 듯

이재명 경기지사(左),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中), 정세균 전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左),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中), 정세균 전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연기 여부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정 사수를 요구하는 '이재명계' 의원들과 경선연기를 주장하는 '비(非) 이재명계' 의원들이 거세게 충돌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22일 의원총회를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양측이 감정싸움을 벌이는 등 정면충돌 양상으로 비화돼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향후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경선연기 문제를 안건으로 올려 찬반 토론을 벌였다. 경선연기 찬성파와 반대파쪽에서 각각 2명씩 찬반토론에 나선 가운데 정세균 총리 측의 김종민 의원과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하는 홍기원 의원이 경선 흥행과 우한코로나(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경선일정 연기를 당무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병욱 의원과 김남국 의원은 원칙론을 내세워 경선연기론을 반박하고 나섰다. 김남국 의원은 "우리가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을 분석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경선 일정이라는 것은 단순히 의원들이 합의하는 사항이 아니라 많은 토론과 전당원 투표를 거쳐서 당원과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이다. 이 원칙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양쪽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모두의 충정은 어떻게 경선을 활성화시켜서 당 후보의 경쟁력을 높여 내년 3월9일 대선에 승리할 수 있을지 각자 논지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의사 결정은 대표와 최고위원 등이 정리해야할 사항"이라고 했다.

또 "빨리 후보 등록을 받고 경선을 시작해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며 "오늘 최고위원회의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이상민 의원을 내정하고, 내일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선관위 인준을 마치고 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절차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선연기 찬성파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의원은 이날 도심 군공항 이전을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하며 반대파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을 압박했다. 이 의원은 토론회가 끝난 뒤 "문재인 후보와 노무현 후보 때도 앞서 나가는 사람이 불리할 때 양보를 하면 국민들이 더 큰 지지를 보내줬다"며 "앞으로 절차는 의총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장 좋은 것은 이재명 지사가 '통 큰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지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개식용 반려동물 매매 관련 제도개선 토론회' 참석 후 "정치집단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신뢰에서 나오고, 신뢰는 약속과 규칙을 지키는 데서 생겨난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원칙 없는 승리보다 차라리 원칙 있는 패배를 선택하는 게 결국 이기는 길'이라고 말했다"고 맞받았다.

이 지사는 "갈등 국면에서 통 크게 받아주면 '대범하다, 포용력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그게 유익하다는 점을 모를 만큼 내가 하수는 아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우리 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훼손되고 결국은 소탐대실의 결과가 된다"고 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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