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어떤 정권도 차기 대선 지지율 1위인 야권 후보를 공식적인 비리수사 대상으로 삼은 적은 없다. 윤석열 죽이기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3탄’이나 다름없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과거 어떤 정권도 차기 대선 지지율 1위인 야권 후보를 공식적인 비리수사 대상으로 삼은 적은 없다. 윤석열 죽이기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3탄’이나 다름없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문재인 정부가 또 다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정치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던 ‘조국사태’가 1탄, 지난해 내내 격화됐던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 전 총장 간 ‘추-윤갈등’이 2탄이라면, ‘윤석열 죽이기’는 또 다른 차원의 충격적인 3탄으로 불릴 만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오는 26일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비리의혹에 대해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과거 어떤 정권도 차기 대선 지지율 경쟁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야권 후보를 공식적인 비리수사 대상으로 삼은 적은 없다. 게다가 윤 전 총장이 대선출마 선언을 하기 직전이다. 그의 출마 선언은 이달 말이나 7월 초로 예정돼 있다.

역대 어떤 정권도 1위 대선후보를 출마선언 직전에 수사한 적 없어...공수처 26일 윤석열 수사 개시

김진욱 공수처장은 최근 국회 답변과정에서 윤 전 총장 수사와 관련, “대선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새빨간 거짓말’임을 모를 사람은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해묵을 의혹을 두고 수사를 벌일 경우, 본인인 윤 전 총장은 물론이고 지지세력도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대선에 영향을 안 주도록 하겠다는 김 처장의 말은 몽둥이로 때리지만 안 아프게 하겠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친정부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고발한 사건들에 대해 수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사세행은 최근 ‘윤석열 X파일’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을 공수처에 추가 고발했다.

이로써 김한메 사세행 대표가 21일까지 윤 전 총장을 수사해 달라고 공수처에 고발한 건수는 모두 10건이다. 이밖에 서울중앙지검 14건, 국가수사본부 1건 등을 포함하면 사세행의 윤 전 총장에 대한 고발은 총 25건이다. 그야말로 무더기 고발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가 21일 오후 과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수처에 추가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가 21일 오후 과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수처에 추가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 1570건 중 9개만 수사...수사대상 사건 9개 중 2개가 윤석열 관련 ‘재탕 의혹’

앞서 지난 4일 공수처는 사세행이 윤 전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1조 원 대 펀드 사기 사건 관련 부실 축소 수사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관련 수사·기소 방해 의혹과 관련해 각각 사건 번호 공제 7·8호를 붙여 수사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과거에 검찰이 스크린해서 사실상 무혐의 처분했던 ‘재탕 의혹’들이다.

지난 18일 기준,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은 1570건이 넘는다. 그 중 9건의 사건을 선별한 기준을 두고도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김한메 대표는 “검찰총장 퇴임 이후 유력 차기 대선 후보로 떠오르면서 그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 착수를 무리한 정치개입인 양 호도하면서 공수처를 비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며 “유력 대선 후보라고 해서 범죄혐의에 면죄부를 준다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면죄부 수사’라는 적폐가 공수처에 의해 반복되는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 대표는 “법 앞에 평등이라는 헌법 규정이 검사 등 고위공직자들에게는 달리 적용되어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더 붕괴시키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엄중히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치적 논란 최소화 하려면 속도전 필요...수사 인력 절반을 충원 못한 공수처는 과부하 상태

윤 전 총장 수사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는 수사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공수처의 열악한 수사인력 상황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의 검사 총원은 25명이지만 현재 10명이 결원인 상태다. 공수처가 10명 추가 채용 계획을 밝혔으나, 절차에 따라서는 1~2달 정도 걸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도 미지수이다.

현재 처장과 차장을 제외한 공수처 검사는 총 13명이지만, 그 중 6명은 현재 법무연수원에서 실무교육을 받고 있다. 그 6명이 26일 복귀하는 대로 수사가 개시될 전망이다.

김 처장도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인력 부족을 가장 많이 느낀다”며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공수처는 현재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부당 특별채용 의혹 등 9건의 사건을 직접 수사 중이어서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다.

공수처는 3개월 가량 사건분석을 진행해 입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처장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전 총장 입건 당시 법무부 자료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해 야당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공수처는 고발장 외에 사건 관련 기초 수사자료는 확보했고 검찰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법사위에서 김 처장은 “윤석열 전 총장은 피의자 신분”이라며 “고발장 외 자료가 더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수처 수사, 윤석열에게 독일지 아니면 약일지 불투명

공수처의 수사 과정과 결론은 윤 전 총장의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윤 전 총장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다. 공수처는 조만간 검찰에 요청한 윤 전 총장 기초 조사자료를 확보하고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2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로 알려진 광화문의 한 사무실 모습. 윤 전 총장은 27일 경 대권 도전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로 알려진 광화문의 한 사무실 모습. 윤 전 총장은 27일 경 대권 도전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당 핵심 관계자는 “1호 사건인 조희연 교육감 사건에 이미 6~7명의 검사가 배정돼 있다. 그럼 윤석열 전 총장 사건에는 몇 명을 배당할 수 있을지, 공수처의 수사 인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비판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기소를 하면 야당이 반발할 거고, 기소를 안 하면 여당이 반발할 게 뻔한 마당에,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감이 안 온다”며 성토했다.

윤 전 총장 수사를 둘러싼 여권의 기류도 복잡하다. “윤석열의 본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혐의 입증 실패로 윤 전 총장에게 면죄부를 주고 여당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가 선택한 극약처방인 ‘윤석열 죽이기’ 카드가 윤 전 총장의 대선가도에 보탬이 되는 양약이 될지, 아니면 치명인 독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