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창업자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한국 쿠팡의 모든 공식 직위를 내려놨다. 향후 글로벌 경영에 전념한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선 그가 과도한 국내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8일 쿠팡에 따르면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작년 12월 31일 대표직을 그만둔 데 이어 이달 11일부로 한국 이사회 의장,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그는 앞으로 미국 증시 상장법인인 쿠팡 아이엔씨(Inc.)의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에 전념하며 해외 진출 등 글로벌 경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쿠팡 한국 법인을 100% 지배하는 미국 상장사 쿠팡Inc의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직은 계속 유지한다.

이에 일각에선 등기이사에서 사임하는 것이 곧 국내 경영과의 분리로 이어지긴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 대다수 대기업 총수들 또한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것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기업분석 전문기관인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200대 그룹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총수급 지배주주 200명 중 그룹 내 상장사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4명중 1명 꼴인 27%에 달한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수년째 무보수 경영중이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미등기 임원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 정재은 명예회장,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등 총수일가가 모두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중이다.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2017년 이사회 의장, 2018년에는 사내이사직을 내려놨지만 해외 사업과 인수합병(M&A)을 주도할 뿐 아니라 국내 사업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의장은 국내 등기이사에서 사임했지만, 이같은 경우를 따져볼 때 국내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 대상인 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사실상 걸면 걸리는 대표적인 CEO 처벌법으로, 국내에서 아무런 직책이 없는 김 의장을 과연 처벌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등기이사에서 사임한다고 해서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없는 건 아니라며 김 의장이 언제든 총수로써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공정위는 과거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대기업 총수가 되길 극렬히 거부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기업 총수로 지정한 바 있어, 김 의장 또한 국내 처벌망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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