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토론회 호남지역 행사에 허접한 공격 난무
주요 사실 엉터리로 소개한 '헬마우스' 임경빈, 분명한 책임 져야 할 것
배훈천 대표를 순수하지 못한 자영업자로 몰아가다니
메신저 저격하지말고 배훈천 대표의 발언 내용을 반박해보라

지난 12일 오후 광주광역시 4.19혁명기념관에서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과 호남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만민토론회 호남 지역 행사를 진행할 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중상모략과 허접한 공격이 난무하게 될 줄은.

김종배가 진행하는 MBC라디오 ‘시선집중’ B-CUT뉴스 코너의 지난 15일 방송 내용에 관한 얘기다. 방송에 출연한 ‘헬마우스’ 임경빈은 중요한 사실들을 엉터리로 소개했다.

우선 임경빈은 이번 토론회의 주관단체인 ‘상식과 정의를 찾는 호남대안포럼’이 5.18 역사왜곡 처벌법 폐지운동을 벌였다고 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5.18 역사왜곡 처벌법 폐지운동은 내가 처음 제안했고, 취지문도 직접 썼다. 내가 호남대안포럼의 운영위원이긴 하지만, 포럼의 운영위원은 30명에 이른다. 그 운영위원 중 몇 사람이 조직적 결의와 무관하게 별도의 활동을 한다고 해서 포럼이 그런 활동을 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다. 임경빈은 이 명백한 사실 왜곡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임경빈은 또 호남대안포럼의 활동에 대해 ‘대안우파’ 성격이라고 언급했는데, 도대체 어디에 근거를 둔 규정인지 모르겠다. 포럼이 출범하던 당시 발표한 제안문은 그 활동목표의 첫 번째로 ‘특정 정당, 정치인을 지지하는 당파성을 배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성명서 등에서 포럼을 소개할 때마다 ‘탈정파적 담론 공동체를 추구’한다고 밝혀왔다.

임경빈은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모두 우파, 태극기 부대, 일베로 몰아가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호남대안포럼의 구성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참고로, 지난 5월 22일 포럼이 주대환 선생을 초청해 가진 강연 제목은 ‘5.18에 돌아보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였다.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5.18이 얼마나 결정적으로 기여했는가를 밝히는 내용이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우파도 있나? 그게 우파라면 임경빈이 우파를 비난하는 근거는 도대체 어디에 있나?

5.18 역사왜곡 처벌법 폐지운동에 대한 왜곡도 황당하다. 나를 포함한 서명운동 주체들이 ‘호남 시민들’이라는 명의를 걸었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런 적이 없다. 도대체 임경빈이 당시 우리의 성명서를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서명운동의 주체로 ‘대한민국과 호남의 동행을 원하는 민주시민 일동’이라고 분명히 적시했다. 호남 시민 전체의 대표성을 참칭한 것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다.

웃기는 건, 임경빈이 방송 앞부분에서 이 서명운동을 추진한 것이 ‘호남대안포럼’이라고 적시했다는 사실이다. 단 몇 분 사이에 자기 스스로 내뱉은 팩트 사이의 기본적인 모순조차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공중파 방송에 나와 다른 시민들을 공격하는 막말을 내뱉을 수 있는 용기가 경탄스럽다.

듣기로는, 임경빈 스스로 본인이 '팩트 체크'라는 말을 만든 주요한 사람들 중 하나라고 자랑하고 다닌다던데, 이런 무모함은 용기 탓인가, 지능 탓인가 또는 둘 다인가.

임경빈은 또 ‘주동식이 호남대안포럼 광주 서구위원장’이라고 소개했다. 포럼에 저런 거창한 감투가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그런데, 임경빈은 곧바로 ‘주동식은 국민의힘 광주 서구갑 당협위원장’이라고도 소개한다. 이건 맞다.

임경빈은 혹시 국민의힘과 호남대안포럼이 같은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호남대안포럼 운영위원 누구에게라도 전화 한 통만 하면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주셨을 텐데. 정당과 시민단체의 차이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고백했으면 내가 친절하게 가르쳐줄 수도 있었을 텐데.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도 있지만, 머리가 나쁘면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몸으로 때우는 일조차 못하게 된다. 명색이 언론 근처에서 일한다면 기사는 발로 쓴다는 말이라도 머리에 새겨두는 게 좋겠다. 임경빈의 기본적인 팩트 체크(?)가 하도 한심해서 해보는 얘기다.

5.18 역사왜곡 처벌법 폐지 운동에 서명하신 분들의 숫자가 겨우 47명이라며 임경빈이 특종이라도 잡은 것처럼 의기양양해 하는 소리를 들으며 빵 터졌다. 상상해보라. 그 선언문 말미에 적시한 서명자 이름을 손가락으로 일일이 짚으며 ‘팩트 체크’하는 모습을. 서명운동을 주도한 나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데이터를 수고롭게 확인해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 명단은 지난해 12월 23일 프레스센터에서 5.18악법 폐지운동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단기간에 서명해주신 분들의 성함이다. 당연히 서명운동은 기자회견 이후에 본격화할 것이었기 때문에 그때까지 몇 분이나 서명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필이면 12월 23일 0시부터 수도권 5인 이상 집회가 전면 금지되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때문에 기자회견은 하지 못하게 됐고, 서명운동에도 막대한 차질을 빚었지만 그 뒤에도 이런저런 경로로 서명에 참여하신 분들의 숫자는 현재까지 788명에 이른다. 그리고 그 중 385명은 본인의 성명과 연락처 등 기본적인 신상공개까지 허락하셨다.

물론 많다고 할 수는 없는 숫자지만, 임경빈이 말한 47명과는 차이가 크다. 임경빈은 지난해 연말의 서명자 숫자와 현재의 그것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 건가 아니면 일부러 무시한 건가? 거창한 팩트 체크 차원이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확인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까지 지적한 임경빈의 팩트 체크 에러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그냥 실수였을 거라고 너그럽게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지적하는 문제들은 결코 단순한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들이다.

임경빈이 만민토론회 광주 행사와 거기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를 비난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광주지역 소상공인으로서 바라본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배훈천 커피루덴스 대표가 어떻게 평범한 자영업자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임경빈은 배훈천 대표가 호남대안포럼의 공동대표라는 것, 주동식이 국민의힘 광주서구갑 당협위원장 즉 정치인이라는 것, 주대환 선생이 과거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을 역임했다는 것 등을 비난의 근거로 거론했다. 배훈천 대표가 ‘순수한’ 자영업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임경빈에게 묻고 싶다. 자영업자가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려면 시민단체나 정당에서 모두 탈퇴해야 하나? 항상 순수한 개인으로만 발언해야 하나? 그렇다면 자영업자라는 타이틀도 떼야 하는 것 아닌가?

심지어 배훈천 대표는 정당 소속도 아니다. 그런데 배훈천 대표의 발표 내용과 관련도 없는 주동식의 소속 정당을 내세워 배훈천 대표를 순수하지 못한 자영업자로 몰아가고 있다. 임경빈의 논리라면 이 세상에 순수 자영업자는 단 한 사람도 없다.

광주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 같은 공공성을 띤 조직에서조차 회원들에게 민주당 입당원서를 나눠주고 당원 가입 운동을 독려한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공적 조직을 특정 정당의 하부조직처럼 활용하는 것과, 정당 소속도 아닌 자영업자가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밝히는 것, 어느 것이 더 정치적이고 순수하지 못한 행위인가.

임경빈도 과거 JTBC 프리랜서로 활동한 경력 때문에 가끔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고 본인이 항의도 한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방송에서 떠든 것을 보면 자신에게 편리한 대로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임경빈의 발언 가운데 공감한 것도 있었다. 바로 ‘기사에서 뭘 보여주느냐보다 뭘 보여주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발언이 그것이었다. 조선일보가 이번 행사의 주최인 만민토론회 운영위원회만 밝히고, 주관인 호남대안포럼을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내뱉은 명언이다.

조선일보가 왜 보도에서 행사 주관을 빼놓았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행사 주최나 주관 모두 포스터에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SNS를 통해 널리 공유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걸 감출 이유가 있을까? 아니, 감출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모든 기자나 언론사는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 자신들의 기준을 갖고 있다. 팩트 자체에 왜곡이 없는 한 그런 기준은 존중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임경빈이 방송에서 이번 행사 보도를 설명한 시각도 얼마든지 음모론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가령 임경빈이 민주당의 집권 연장을 위해 뛰는 비공식 에이전트라고 우길 수도 있지 않을까. 임경빈식의 논리라면 말이다.

모든 논리와 명제는 그것을 뱉은 사람에게 역으로 적용할 때 그 진실성이 검증된다. 기사나 발언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보여주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다는 명제를 임경빈 본인에게 한번 적용해보자.

임경빈은 왜 이번 만민토론회 행사나 배훈천 대표를 비난하면서도 정작 그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을까? 이거야말로 메시지에 대해 반박할 자신이 없으니까 메신저를 저격하는 전형적인 사례 아닌가.

임경빈은 혹시 배훈천 대표의 발언 내용을 전혀 읽지도 듣지도 않은 것 아닐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샅샅이 듣고 읽었기 때문에 발언 내용에 대한 비판은 포기하고, 메신저를 공격하기로 스탠스를 정한 것 아닌가. 내 짐작이 틀렸나?

임경빈이 보여주지 않은 것은 또 있다. 배훈천 대표의 이번 발언에 대해 보도한 언론이 조선일보만이 아니라 중앙일보와 한국경제, 매일경제, 국민일보, 서울신문, 머니투데이, TV조선, 펜앤드마이크 등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왜 이 사실은 언급하지 않을까?

임경빈이 말하지 않은 더욱 예민한 진실도 있다. 배훈천 대표의 발언을 전혀 보도하지 않은 언론사들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JTBC 등이 그들이다. 이 매체들의 성향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임경빈은 왜 이들의 침묵에 대해서 침묵할까? 이들의 침묵이야말로 ‘언론이 말한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임경빈의 평소 지론에 가장 잘 들어맞는 샘플 아닌가.

원래 자영업자들은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그것도 공개적으로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정부와의 관계에서 이들이야말로 철저하게 약자의 위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처럼 민주당을 지지하는 목소리 외에는 공론장의 발언권조차 잘 주어지지 않는 지역에서는 더욱더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임경빈의 발언이 소개된 광주지역 언론사 게시판에 ‘전 이런 쓰레기들을 경멸합니다.. 언제 현장점검 가서 위생상태나 불법시설물 있는지 봐야겠습니다.. 저런 소신을 가진 분은 법도 아주 잘 지켜야 되겠죠?’라며 배훈천 대표에 대한 공개 협박이 올라온 것만 봐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배훈천 대표의 이번 발언은 보기 드문 용기의 발로이다. 그런 용기는 진실에 대한 확신에서만 나온다. 광주의 자영업자, 광주의 시민들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 느끼는 분노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권과 그 지지층은 호남의 여론 동향에 매우 민감하다. 흔히 하는 말로 ‘본진’이 흔들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번 만민토론회 광주 행사의 배훈천 대표 발언에 대해 임경빈이 저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런 위기의식 탓 아닌가.

광주에서 얼마 전 재개발 철거 현장의 건물이 무너져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광주에서 소문만 무성하던, 5.18 단체들이 온갖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진실의 일단이 드러났다. 철거 사업의 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해 부실공사를 초래한 것으로 알려진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은 사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지난해 총선 당시 내가 ‘광주는 5.18 제사의 도시’라고 비판했던 것도 바로 이런 진실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막말이라고 프레임을 덮어씌워도 진실을 언제까지나 감출 수는 없다. 배훈천 대표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임경빈에게 정식으로 요청한다. 주동식이나 배훈천 대표의 발언을 놓고 제대로 토론해보자. 주제는 5.18이나 자영업의 현실 또는 문재인 정권의 다른 정책들도 좋다. 시간과 장소, 형식 등에 대한 합의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임경빈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본인이 나올 자신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내보내거나 팀을 이뤄도 된다. 평소 그렇게 강조한다는 팩트 체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닌가.

주동식 국민의힘 광주광역시 서구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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