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 지사 지지 모임 '경기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에 참석, 지지자들과 함께 피켓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 지사 지지 모임 '경기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에 참석, 지지자들과 함께 피켓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여권 1위 대선주자이지만 지지율은 10개월째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그런 와중에 당내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해 ‘가짜 약장수’라고 비판, 대선 주자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재명 지사의 가짜 약장수 발언은 지난 15일 지지 모임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거져 나왔다. 이 지사가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행 당헌대로 오는 9월 당내 경선 일정을 마쳐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다.

흥행을 위해서는 경선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 “한때 가짜 약장수가 희귀한 묘기를 부리거나 평소 못 보던 동물들을 데려다가 사람들을 모아둔 다음에 가짜 약을 팔던 시기가 있었다”며 “이제 그런 식으로 약을 팔 수 없다”며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현재 불편하고 조급한 이 지사의 심기가 고스란히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권 1위 대선주자이지만, 위상이 흔들린다는 분석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준석과 윤석열의 부상으로 20% 박스권 지지율 고착화 조짐

야권에서는 이준석 신임 당대표의 당선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본격 행보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헌정 사상 첫 30대 야당 수장이 된 이 대표의 부상으로 인해 기성 정치세력의 교체를 바라는 국민 정서가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의 확고한 지지기반이었던 40대의 이반까지 드러나면서 이 지사를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위협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 광주민심을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위협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 광주민심을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야권 대선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이 이 같은 상황에서 행보를 본격화하자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 대표가 몰고 온 쇄신 바람에 윤 전 총장이 동승할 경우 대선 본선 경쟁 구도가 일찌감치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이 지사를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하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이 지사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 지사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뒤 10개월째 20% 선에 머물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이 지사가 견고하게 20%대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 지사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면도 있다. '이 지사이니까 이 정도로 버틴다'는 평가이다.

반면 윤 전 총장이 사실상 대선행보에 나선 상황에서도 이 지사의 지지율이 30%를 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본선 경쟁력에 의문’이라는 평가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본선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통상 30%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사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평가이다.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연기론은 또 다른 리스크...이재명에겐 시간이 독

이 지사 측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는 상황에도 20%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 지사를 지지하는 사람이 20%를 넘는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이 지사측에서는 20%대의 확고한 지지층을 결집하고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는 대선경선을 빨리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에게는 ‘시간이 독’이라는 게 정치권 분석가들의 공동된 견해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선기획단장마저 확정하지 못한 답보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당장 다음주부터 대선 후보 등록이 진행되어야, 대선 180일 전에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러다 대선 경선이 연기되는 거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는 실정이다.

특히 당내 경쟁자인 최문순 강원지사가 ‘대선 경선 연기’를 본격적으로 주장함에 따라, 다른 주자들도 부화뇌동하는 분위기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에서 최 지사와 만나 2시간 가량 만찬을 하며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가운데, 최 지사가 대선 출마선언을 하며 공식 제안한 경선 연기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재명 지사의 우군이 등장해 이목이 집중됐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경선 연기’를 반대하며,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내에서 경선 연기, 방식의 변화 요구가 조심스레 제기되는 시점이라, 당내 논의의 결과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1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대권주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1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대권주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박용진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때늦은 경선 연기 이야기는 국민들 보시기에 그저 후보자들 사이의 유불리 논쟁에 불과하다”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정해진 원칙대로 가자”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대선 기획단 출범이 늦어지는 데 대해서도 단장을 누구로 할지를 놓고 이러는데, 답답하다”고 비판을 한 바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 15일 KBS 라디오에 나와 "1년 전에 전 당원 투표로 특별 당헌·당규를 만들어 경선에 대해 여러 규정을 완비해 뒀다. 그것을 지키는 게 국민의 신망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경선 연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쇄신으로 돌파구 마련해야 하는 이재명...양정철이 띄운 애드벌룬 “조국은 털어내고 문 대통령은 뛰어넘어야”

국민의힘이 30대 당 대표를 선출하며 혁신과 쇄신을 선도하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보수 야당은 30대 당수를 선출하며 미래지향적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 민주당은 여전히 내로남불, ‘조국 사태’ 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친문이 득세하는 기득권 ‘꼰대 정당’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지지율 1위인 이 지사로서는 본선으로 가는 티켓을 쥐기 위해 친문을 아울러야 하지만, 무작정 끌어안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강성 친문은 당을 ‘부동산의 늪’, ‘조국의 늪’에 가뒀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지사로서는 당내 경선 통과를 위해 이들을 외면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지난달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이 지사를 위해 악역을 자처한 것으로 평가받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양 원장이 최근 주변 지인에게 “조국은 털어내고 문재인 대통령을 뛰어넘어야 민주당이 재집권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조국 사태에 대해 대권 주자들이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민주당의 관계자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문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의 대의뿐 아니라 다음 시대로의 전환과 도약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뛰어넘는 것을 기꺼이 양해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여권의 전략가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이런 발언을 한 이유는, 친문을 안고 가기도 어렵고 외면하기도 어려운 이재명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의원도 “김대중이 김영삼을, 노무현이 김대중을 극복했던 것처럼 이 지사도 친문과 같은 곳을 바라보되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의원은 이준석의 등장이 오히려 여당에 전화위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준석의 부상은 오히려 경선연기론 등 당내 분열을 마무리 짓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결국 ‘가능성’ 있는 대권 주자인 이 지사한테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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