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윤호중 원내대표, 송 대표, 김용민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윤호중 원내대표, 송 대표, 김용민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30대 당대표 선출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개혁정책은 ‘친문 수구세력’이라는 암초를 만나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송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 중의 하나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아파트 값을 잡겠다고 1주택자에게조차 ‘징벌적 과세’를 단행하려고 했던 것이 잘못임을 사실상 시인했다.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부동산 민심 파악한 송영길, 종부세·양도세 감축안 추진

그러나 자칭 친문‧개혁모임의 반대로 송 대표의 부동산 정책 개혁은 허공에 뜨고 ‘계파 갈등’이라는 구태만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친문 세력들은 송 대표의 감세안을 실행할 경우 ‘어렵게 안정시킨 집값’이 다시 폭등할 것이라는 황당무계한 논리를 펴고 있다.

온 국민이 집값이 폭등했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자기들끼리 모여서 민심과 동떨어진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송 대표는 취임 이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사과하고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12명 전원에 대해 탈당이라는 초강도 조치를 취했다. 4‧7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특히 당 지도부는 부동산 특위를 통해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랠 조치에 집중했다. 세제·금융·공급 등 종합 대책을 마련해 지난달 27일 의원총회 안건으로 올렸다. 이 중 재산세 인하와 주택담보비율(LTV) 상향 등 미세 조정 방안은 추인받았지만, 시장에 여파가 가장 큰 종부세·양도세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송 대표가 1주택자 상위 2% 종부세 부과 방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조만간 열릴 정책 의총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당 지도부는 지난 11일 정책 의총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려고 했으나, 안규백 의원과 송영길 대표의 보좌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연기됐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경기·인천 기초단체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종부세를 공시가격 상위 2%에만 부과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누구나 집' 시범사업 부지로 인천·안산·화성·의왕·파주·시흥시 등 6개 지역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종부세를 공시가격 상위 2%에만 부과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과세이연 제도 도입, 공정시장가액비율 90% 동결, 10년 이상 장기거주공제 10%포인트(p) 신설 등을 담은 정부안도 나와 있다.

친문세력, “부자감세는 어렵게 안정시킨 집값 폭등 부추겨”

당 특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행 제도에서 종부세를 내야 하는 1주택자는 18만3000명이다. 이들이 내는 세금만 1956억원에 달한다. 만약 상위 2%에만 종부세를 부과할 경우, 종부세 납부 대상은 9만4000명으로 줄어들며, 세수는 1297억원으로 예상된다. 현행 제도보다 659억원 정도 세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세금이 늘었는데 그중에 3.4%밖에 안 되는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650억원을 안 깎아 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친문 의원 60여명의 이상한 두뇌 구조, 온국민이 폭등했다는 집값이 안정됐다고?

하지만 당내에서 상위 2% 종부세 부과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상당해, 송 대표의 쇄신안은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 의원 60여 명이 종부세·양도세 완화에 집단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지도부 입장이 난처해졌다. 그간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는 제기돼 왔지만, 의원 모임이 주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반대 의견은 친문계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4.0'과, 개혁 성향의 '더좋은미래', 김근태계 의원 모임인 민평련 등에서 나왔다. 이들은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은 이제 그만하고, 무주택 서민과 청년 주거 문제에 더 신경을 쓰자"는 취지로 반대안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 감세는 ‘어렵게 안정시킨 집값’ 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고, 당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주의4.0은 10일 정례 토론회에서 A4용지 3장짜리 반대안을 돌려 참석자들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진성준 의원은 "현재 60여명이 참여했는데,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하면 과반이 넘지 않을까 한다"며 "지도부로서도 이렇게 많은 분이 반대하는데 대충 얼버무리면서 지도부 뜻에 따라달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총에서 다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에 대해서도 여당 내 혼란 극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당 특위는 실거래가 기준인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장에 양도세 완화 시그널을 줘 투기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당 특위는 비과세 기준을 상향하는 대신 1주택자 양도세 장기특별보유공제(장특공제)율 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소득세법상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1가구 1주택자에는 양도세가 최대 80%(보유 40%, 거주 40%)까지 공제되는데, 보유 공제율은 양도차익 5억원부터 차등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누구나 집' 시범사업 부지로 인천·안산·화성·의왕·파주·시흥시 등 6개 지역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경기·인천 기초단체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종부세를 공시가격 상위 2%에만 부과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당내 일치된 의견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만간 개최될 정책 의총에서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결론을 빨리 내긴 해야 하는데, 의총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열어봐야 안다"며 "의견이 하나로 수렴되지 않으면 표결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당 초선의원, “60명은 대놓고 세제 완화 반대하지만 조용한 100명은 찬성할 것”

하지만 이들 의원들의 단결된 행동에 대해서 반대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들 중에는 정책 의총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데도, 계파 및 모임을 중심으로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모으는 것을 두고 '지도부 흔들기'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모임이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대표와 경쟁한 홍영표, 우원식 의원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30대 대표가 선출돼 돌풍을 일으키는 데 반해, 민주당은 국민의 눈높이와 거리가 있는 '계파 정치'를 하는 것으로 비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친문계·개혁성향 모임의 집단 반대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를 두고도 전망이 갈린다. 조직적 반대 입장이 제기된다면, 지도부가 세제 완화를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에 서울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60여 명이 드러내놓고 반대한다면, 나머지 100명 이상은 '조용한 찬성'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며 송 대표의 쇄신안에 찬성 입장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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