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 11일 보도자료...한국인으로선 최초의 교황청 장관 탄생
유흥식 대주교 "세속 성직자들과 신학생 관련 업무 총괄하는 부서...교황 訪北도 도울 것"
유 대주교와 관련해 교계 내에는 "출세지향적" "권력욕이 큰 사람" 등 평이 있어
"유 대주교의 그간 다양한 노력들이 드디어 결실 맺은 것"...네 번째 '한국인 추기경' 되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성직자성(聖職者省)의 새 장관으로 천주교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세례명 라자로)를 지명하고 유 주교를 대주교로 승품했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이 탄생한 순간. 하지만 교계에서는 “평소 권력·출세지향적인 유 주교가 그간 벌여온 다양한 활동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 천주교의 주교 협의체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 현(現)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를 현재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베니아미노 스텔라 추기경의 후임으로 임명하시고 대주교 칭호를 부여하셨다고 공보를 통해 밝혔다”고 전했다.

유흥식 대주교(세례명 라자로).(사진=한국천주교주교회의)
유흥식 대주교(세례명 라자로).(사진=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황청 성직자성은 주교들과 주교회의의 권한을 존중하는 한에서 재속 성직자(수도회에 속하지 않은 성직자)인 사제들과 부제들의 사목 전반을 심의하고, 이와 관련해 주교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교황청 내 부서다. 교황청 성직자성은, 16세기 개신교의 소위 ‘종교개혁’에 대응할 목적으로 1545년 개막돼 1563년 폐막한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결정된 훈령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감독할 목적으로, 지난 1564년 8월2일 당시 교황 비오 4세가 설립한 ‘트리엔트공의회해석성’에 그 기원을 둔다. 지난 1967년 12월31일 교황 바오로 6세가 그 명칭을 현재의 것으로 고쳤다.

12일 세종시에 소재한 천주교 대전교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유흥식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의 역할은 교황님을 보좌하면서 전 세계 사제(신부)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미래의 사제인 신학생들이 (신부가 되기 위해) 잘 준비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돕는 일”이라며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받아들일 줄 알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줄도 알고, 민족·종교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형제애를 가진 사제를 양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아시아 출신인 자신이 교황청 장관직에 임명된 것과 관련해서 유 대주교는 “교황님께서 아프리카 출신 장관은 두 분 계신데, 아시아 출신은 한 분뿐이라고 하시며, 장관직을 제안하셨다”며 “우리나라와, 아시아의 높아진 위상을 교황청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과 관련한 이야기도 했다. “바티칸 현지에서도 저의 임명이 북한이나 중국 문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며 “교황님의 방북(訪北)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여 말한 것이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세례명 라자로)가 12일 세종시에 있는 천주교 대전교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청 장관 임명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사진=연합뉴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세례명 라자로)가 12일 세종시에 있는 천주교 대전교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청 장관 임명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사진=연합뉴스)

유 대주교는 또 지난 4월17일 바티칸 교황청 교황 집무실을 찾았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교황청 장관직 제안을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망치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자세였다”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대주교와 관련해 한국 천주교 교계에는 “권력욕이 큰 사람” 내지는 “출세지향적인 사람”이라는 식의 평이 있다. 유 대주교가 이번에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것도 “출세를 위한, 그간의 다양한 활동과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어느 신부(神父)는 “유 대주교는 평소 ‘빨간 모자’(추기경이 되는 것)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청 장관직에 임명된 만큼 유 대주교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세례명 스테파노)과 고(故) 정진석 추기경(세례명 니콜라오), 염수정 추기경(세례명 안드레아, 現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 교구장 주교 서리)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네 번째 추기경이 될 가능성이 다분히 높아졌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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