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수장, 알래스카 담판 이어 또다시 충돌

영국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첫날 미국과 중국 외교수장이 또다시 충돌했다. 이번 G7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 복원 활동에 주력하는 장이어서 중국의 신경질적 반응이 여과없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11일(현지시간) 통화에서 여러 현안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두 사람의 이번 통화는 지난 3월 알래스카 담판 이후 첫 접촉이다.

양국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규명과 대만 문제 등을 놓고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블링컨 장관은 전문가 주도의 연구 필요성을 강조하며 바이러스 기원 규명에 관한 협력과 투명성의 중요함을 앞세웠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로 바이러스 유출지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일 가능성을 놓고 자체조사 중인 미국이 중국의 비협조와 불투명성을 문제삼은 것이다.

블링컨 장관의 이 같은 압박에 중국의 양 정치국원은 "일부 미국인들이 우한 실험실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꾸며냈다"며 "코로나19 기원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국제 방역협력에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맞받았다.

미국은 중국이 대만 압박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노력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반발한 양 정치국원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분할할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이라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 정치국원은 이날부터 열린 G7 정상회의를 겨냥해 "진정한 다자주의는 '스몰 서클'(small circles)의 이익에 기초한 가짜 다자주의가 아니다"라며 "유일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원칙에 근거한 것"이라고 재를 뿌렸다.

국무부는 이날 블링컨 장관이 중국에 홍콩 민주화 문제, 신장위구르족 집단학살 및 범죄 문제 등에 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통화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열린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 담판에 이어 두 번째 공식 대화이다. 알래스카에서 첫 대면 접촉한 양국 외교수장은 당시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첨예한 시각차를 확인했다. 이번 통화에서도 기존과 마찬가지의 입장차가 재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