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우 칼럼] 루스벨트와 문재인, 그리고 인권
[김석우 칼럼] 루스벨트와 문재인, 그리고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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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첫날 루스벨트 대통령 기념관 방문한 문 대통령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 사상의 출발점이 된 루스벨트 대통령의 철학과 집념 이해했는지?
문제는 문재인의 속마음...북한인권법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 설립, 대북전단금지법 폐기가 리트머스 시험지 될 것
김석우 객원칼럼니스트
김석우 객원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5월 21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직전, 랠프 퍼켓 2세 예비역 대령에 대한 6.25참전용사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하였다. 그런 훈장수여 행사에 외국 정상이 참석한 전례가 없었다. 6.25 참전 당시 퍼켓 중위는 청천강 유역 전투에서 밀려드는 중공군에 맞서 싸워 한국의 평화와 자유를 지킨 전설적 인물이다. 퍼켓 대령과 함께 양 정상이 무릎을 꿇고 찍은 사진 한 장이 정상회담의 의미를 극적으로 설명해주었다.

1만7000여 자에 달하는 장문의 공동성명은 문재인 취임 이후 북한과 중국에 대한 지나친 경사로 헝클어진 한미동맹을 원상으로 회복시키려는 ‘동맹확인서’였다. 미·중 패권경쟁에서 중국의 도전에 제동을 걸고 안정과 평화의 국제질서를 추구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대전략을 밀고 나간 것이다. 어느 교수는 “마치 2차 대전 직후 미국·영국·소련의 모스크바 3상회의 담화문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김대중 언론인은 “미국의 신 세계질서를 천명하고 대 중국 전략을 조망하는 마스터 플랜 같았다”고 했다.

공동성명은 “양국 관계의 중요성이 한반도를 넘어선다”고 지적하고, “국내외에서 민주적 규범, 인권과 법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그리고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남중국해에서의 합법적인 항행·비행 등 국제법 존중, 한국 미사일의 800Km 제한지침 폐기, 미국의 달 탐사 추진 위한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동참, 쿼드(Quad)중요성 평가 등 줄줄이 나열하였다. ‘중국’이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목표가 어딘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趙立堅)은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불장난하지 말라”고 강하게 반발하였다. 한국 외교부와 청와대 인사들이 중국도 이해할 것이라고 해명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또한, 한반도와 관련해서 양 정상은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데 동의”하였다. 미국으로서는 민주적 규범, 인권, 법치라는 가치를 양국 간 외교적 합의로 반영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기본 철학과 전략을 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을 받은 셈이다. 인권변호사라 자랑하면서 북한인권을 무시하던 모순을 고쳐야 한다. 전 세계의 좌파가 앞장서는 인권문제를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외면하던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첫날 워싱턴 광장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하여 자신의 롤모델을 찾는다고 했다. 대공황 당시의 뉴딜(New Deal)정책을 끌어들여 자신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변명을 구하려는 것이다. 전설적인 민주당 인물과의 연대감을 표시하여 바이든의 호감을 사려는 몸짓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인권에 대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업적을 이해했는가에 있다. 기념관을 안내한 루스벨트의 손자는 ‘세계인권선언’ 책자를 문 대통령에게 기념으로 증정하였다. 루스벨트의 철학과 집념이 지금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인권’ 사상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는 세계대전이라는 재앙의 핵심적 원인이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에 의한 인권유린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제2차대전 중인 1941년 1월 6일 연두교서에서 전쟁 후의 국제사회는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가 지배하는 질서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 철학을 대서양헌장, 유엔헌장에 반영시켰다. 대통령 사후 미망인 엘리노어 루스벨트 여사가 유엔 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세계인권선언’을 기초하여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 결의로 공표하였다.

독일의 나치나 일본 제국주의가 유대인 학살과 같은 끔찍한 인권유린을 하여도 독립 국가는 절대적 ‘주권(主權,Sovereignty)’을 가진다는 구실로 책임을 피하던 프레임을 바꾼 것이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동경전범재판, 구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의 전범재판, 크메르 루즈 전범재판,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 등이야말로 인권침해범죄에 대한 책임추궁과 처벌을 의미한다. 바로 인권의 ‘보편성(Universality)’원칙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북한인권을 거론하면 주권 침해가 된다는 한국 좌파의 무지몽매한 발언은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민주투사라는 그들의 자랑은 한낮 위선과 거짓에 불과함을 광고하는 것이다. 그러한 억지와 자기모순을 고집한다면 국내외적으로 비난과 조롱을 피할 수 없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작년 10월 21일 조선일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김정은이 국경을 닫고 있으니 중국에 머무는 탈북민을 구출하도록 시진핑 정부를 설득해달라고 호소했다. 다시 금년 3월 31일 “대통령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습니다”라는 기고문을 통해 죽음과 인신매매의 공포에 떠는 탈북민을 구출해달라고 읍소하였다. 이에 앞서 작년 11월 2일에는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 20명이 연명한 서한을 비공개로 문재인 대통령에 보냈다.

시민단체들의 북한인권과 탈북민 보호를 위한 이러한 캠페인도 인권의 보편성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실은 1996년 고 윤현 목사가 맨손으로 창립한 ‘북한인권시민연합(www.nkhumanrights.or.kr)’이 탈북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1999년 12월 북한인권에 관한 첫 국제회의를 이화여대 삼성교육관에서 개최하였다. 여기에 수잰 숄티 여사가 어린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참가하였다. 오가와 하루히사 동경대 교수, 칼 거쉬만 민주주의기금회장, 피에로 리굴로 프랑스 사회사평론 편집장 , 알렉산더 앱슈타인 카나다의 인권변호사 , 해리 우 중국 반체제인사 등 전 세계 인권운동가들이 참석하여 문제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았다. 그 후 매년 국제회의를 열어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의 북한인권문제 논의를 촉진하고 국제사회의 공론화에 힘을 보탰다. 우공(愚公)이 태산을 움직이듯이 자원봉사자들의 땀을 모아 북한인권침해와 재중탈북민의 참상을 끈질기게 알렸다. 이제 전 세계 일반인들도 상식처럼 알게 되었다. 금년 3월 23일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결의안을 강화해서 19번째 연속해서 통과시켰다.

이러한 북한인권문제를 바이든 정부가 소홀히 할 리 있겠는가? 블링컨 국무장관은 나치 홀로코스트의 피해를 겪은 가족사를 가진 인권전문가이기도 하다. 텔레비전 쇼와 같은 이벤트를 추진하려고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했던 트럼프와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 쇼 덕분에 한국의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하는 결과까지 만들었다. 한국의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워싱턴에서 귀국 도중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최고였다고 자평하였다. 일부 국내 전문가도 한미동맹을 복원시키는 성공이라고 평한다. 그러나 아직 이르다. 회담 결과가 한국이 주도했기보다는 바이든 정부가 주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문재인의 후속 조치가 어떤지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공동성명에 싱가폴 선언, 판문점 선언을 넣자는 요구를 바이든이 받아주었다고 해서 이를 근거로 삼아 남북회담을 추진해나갈 욕심이겠지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는 “문 대통령은 왜 친미·반중으로 돌변했나”라는 칼럼에서 ‘전향’을 한 것 같다고 얘기를 꺼낸 다음, 26일 5개정당 초청 간담회에서 8월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사실상 반대를 밝힌 것으로 보아 다시 대북 굴종하겠다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문제는 문재인의 속마음이다. 오른쪽 깜박이를 켜고 좌회전하는 전력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잘 살펴야 한다. 그중에서도 북한인권에 관한 합의를 어떻게 실현해가는지가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당장 북한인권법의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의 설립, 대북전단금지법 폐기와 같은 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는다면 문재인의 속마음이 드러날 것이다. 모두가 주시해야 한다.

탈북민과 북한인권 시민단체들은 바이든 정부가 김정은 정권과 시진핑 정권이 규범과 인권, 법치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는데 큰 희망을 걸기 시작했다. 인권변호사라고 자랑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번 바이든 정부와의 합의를 휴짓조각처럼 무시하고 북한 인권을 계속 외면하고 탈북민을 냉대한다면, 중대한 배신이다.

루스벨트 기념관 방문에서 위대한 지도자가 인권을 발전시킨 업적을 문 대통령이 깨달았기를 기대한다. 뉴딜정책보다는 유엔헌장과 세계인권선언의 초석을 마련한 것이 우리 인류에게는 몇백 배 큰 공헌이다.

새겨야 한다. 북한 동포의 고통을 해결해주어야 한다.

김석우 객원칼럼니스트(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전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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