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냐...김정은 통제력 강화하면서 이를 대내외에 알리려는 것”

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3일차 회의에서 발언하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연합뉴스)
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3일차 회의에서 발언하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 바로 아래 ‘제1비서’ 직책을 다시 만든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신호로 해석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은 지난 1일 북한이 최근 김 총비서 바로 다음 가는 직책인 ‘제1비서’ 자리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북한이 공식적으로 당내 2인자 자리를 만든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조선노동당 규약(당규약)’을 개정하고 제3장 ‘당의 중앙조직’ 중 제26항에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제1비서, 비서를 선거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는 총비서 아래 제1비서 직함을 신설한 것으로 7명의 당 비서 가운데도 으뜸가는 명실상부한 2인자 자리를 공식화한 것이다. 당규약에는 제1비서가 김 총비서의 위임을 받아 회의를 주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1일 제1비서직은 김정은이 사실상 2인자에게 책임은 위임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김 분석관은 RFA에 “2인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김 총비서 자신의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이를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분석관은 제1비서직은 북한정권 내 당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김정은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그는 “당의 역할 확대는 군부 우선 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북한정권이 계속해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한 여전히 군부가 김정은 총비서의 의사결정에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분석관은 김정은의 최측근인 조용원 당 조직비서를 제1비서에 가장 유력한 인물로 봤다. 실제로 조 비서는 지난달 7일 세포비서대회 2일차 회의를 다른 비서들과 함께 지도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후계자로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당 부부장으로 잠시 강등된 동생 김여정을 추후 이 자리에 앉힐지도 모른다”며 “제1비서의 역할과 위상은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제1비서’ 직함은 김정은이 지난 2012~2016년까지 사용한 직함이다. 2012년 당시 김정은은 고인이 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고 자신은 당 제1비서직을 신설해 맡았다. 이후 2016년에는 ‘비서제’를 ‘위원장제’로 전환했다가 올해 초 다시 ‘비서제’로 되돌리고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자신도 총비서에 올랐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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