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바이든의 전략에 말려든 문 대통령, 이제 중국 눈치 살피는 신세
노련한 바이든의 전략에 말려든 문 대통령, 이제 중국 눈치 살피는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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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부터)이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 정부합동 온라인 브리핑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부터)이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 정부합동 온라인 브리핑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만 해협’ 문제를 언급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중국 측의 ‘격한 반응’을 두고 정부와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반발한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원론적인 입장’이라는 분석도 일부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안이한 태도로 중국의 반응을 축소하며 진화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한미 정상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를 공식 문서에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에서 미국 입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데 대해 중국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문 대통령이 노련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전략에 말려들어 ‘실속’도 챙기지 못한 채, 앞으로 중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 “대만 문제에 불장난 하지 말라” 경고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과 주한중국대사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놨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고, 중국 주권과 영토에 관한 문제"라며 "어떤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이어 그는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와 관련한 언행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불장난’이라는 표현이 예상 외의 강한 표현이라며, 중국측의 반응이 거칠다는 분석이 나왔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도 이날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이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중국을 겨냥한 것을 알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한미 정상회담을) 아쉽게 봤다"고 말했다. 싱하이밍 대사는 “성명에 ‘중국’이라는 표현이 없다고 중국을 겨냥한 걸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다”라고 강력 반발했다.

중국 측의 이런 발언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는 '한중관계 악화', 그리고 '사드 보복 재현'과 같은 관측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초기 진화에 나섰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정의용 외교부 장관, 최종건 외교부1차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사드 때 같은 경제 보복?, 너무 앞선 예측”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한미 동맹이 강화되면 불편해 하는 중국이 혹시 사드 때처럼 무슨 경제 보복이라든지 이런 것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경제 보복 등의 얘기는 너무 앞서나간 예측"이라며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청와대 측의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청와대 측의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그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예”라고 대답했다. 이 실장은 “중국은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있고 무역과 해외 투자 면에서 매우 중요한 경제 협력 대상국이다. 한국은 중국과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원론적 내용, 양안관계 특수성 충분히 인지”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 방미 성과' 브리핑에서 공동성명에 대만 해협이 명시된 것은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내용임을 강조했다. 정 장관은 “양안(중국-대만) 관계의 특수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런 우리 정부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대만의 평화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매우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내용만 성명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했다.

한미 성명에 중국 인권 문제가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한중 간 특수 관계에 비춰 중국 내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자제해온 우리 정부 입장이 성명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세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 “중국을 적시하지 않은 걸 높게 평가할 것”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24일 친문상왕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정부의 입장에 대해 밝혔다. “미사일과 대만해협에 관한 얘기는 중국이 불편해 할 것”이라는 김어준의 지적에 대해 “불편했다면 이미 오래 전부터 불편했어야 한다. 특히 미사일과 관련해서는, 2017년에 800km로 늘려놨을 때, 중국은 이미 불편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국자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 중국을 고려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종건 외교부1차관은 지난 2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정부 측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2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정부 측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대만 해협과 관련해서도 “정상회담 문건에 중국을 적시하지 않았고, 이것이 결국 그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일반론적인 문장을 담긴 했지만, 중국은 “대한민국이 중국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고 단언했다.

외교부 실세인 최 차관의 인식에 대해 ‘정부가 너무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물론 중국을 노골적으로 적시한 것보다는 중국의 비판 수위가 낮았지만,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당국자들은 ‘중국’이라고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싱하이밍 대사는 “성명에 ‘중국’이라는 표현이 없다고 중국을 겨냥한 걸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다”라며 저격했다.

하지만 외교부의 고위 관계자는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미일 정상 공동성명 발표 후에 중국이 보였던 반응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반발 수위가 낮다"는 설명으로, 중국 측의 반응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지난달 16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공동성명에 '중국' '대만' '신장위구르' 등 중국이 예민해 할 만한 내용을 골고루 담았다. 중국 외교부는 '내정에 거친 간섭' '강한 불만' '국제관계 기본 준칙 엄중 위반'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제안보 전문가, “중국의 부당한 경제압박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야”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반드시 (중국이) 광분해야 부정적이라고 읽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론적으로 말해도 비판은 비판"이라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중국의 반응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금 혹시라도 있을 부당한 경제압박을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잘한 것은 잘한 것이고 부족한 것은 거기에 대한 부정적인 여파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잘못한 게 없다'는 식의 해명만 하게 되면 정책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중국은 경제 보복을 감행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당시의 경제 보복과 같은 상황이 재연된다면 반중 여론이 거세질 것이고, 그 결과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해온 한국이 미국에 밀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향후 한국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한국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사드 사태 때보다 강한 경제보복에 나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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