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29일 공포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법’은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석을 확보한 집권여당의 대표적인 입법폭주 사례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이라고 지칭되는 이 법은 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하나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통일부장관의 승인 없이 대북전단을 살포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위반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의 시행일인 3월 30일 이후 지난 달 30일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25일과 29일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1달러짜리 미화 5,000장을 북한을 향해 보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박 대표는 “3년 징역이 아니라 30년, 아니 교수대에 목매단대도 우리는 헐벗고 굶주린 무권리한 이천만 북한동포들에게 사실과 진실을 말할 것이다”라고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박상학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에 관한 언론보도 이틀 후인 지난 2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쓰레기들의 준동,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 볼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하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남북관계에 찬 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하였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6일 박 대표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였고, 10일 박 대표에 대한 1차 소환조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2차 소환조사가 예정된 지난 20일 박 대표의 노모와 동생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집행하였고,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체포영장을 발부하라”고 하면서 당일 경찰조사를 거부하였다. 박 대표의 변호인인 필자로서는 난감한 일이지만,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사실과 진실을 전달할 권리를 억압하는 김여정의 하명법에 의한 폭압적인 김여정의 하명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항의 표시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전단 살포는 백해무익한 것이고, 야당 대표 시절 “대북전단살포가 북한주권의 침해이고 국제법위반”이라고 언급한 바도 있었다고 하며,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활동 자체가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이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하고 남북한의 긴장을 조성한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의 맹목적이고 굴종적인 대북정책에 더하여 이같은 문 대통령 등의 대북전단에 대한 왜곡되고 부정적인 시각에 따라 지난 해 6월 북한 김여정이 대북전단 살포와 이를 방치하는 현 정부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자마자 집권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입법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대북전단금지법 입법에 대해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국내외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그 입법을 강행하더니 박상학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 언론보도 후 김여정의 담화에 따라 수사에 착수하는 등 공권력행사에까지 이른 것이다.

지난 해 6월 김여정의 대북전단 관련 담화 이후 통일부는 박상학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 대해 남북교류협력법위반죄 등으로 수사의뢰하였으나, 후원금 모금에 관한 기부금모집에 관한 법률위반죄만이 불구속기소되었고,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 관한 남북교류협력법위반 사건은 아직도 수사 중에 있다.

과거 진보정권의 집권 시절을 포함하여 10년 이상 진행된 대북전단 살포활동에 대하여 사법처리를 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실제로 사법처리된 사례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남북교류협력법으로 형사처벌할 수 없어 대북전단금지법을 새로 개정하였다는 사실은 현 정부가 지난 해 김여정의 담화 이후 그 법률 적용의 근거도 없는 무리한 수사로 위법부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하였다는 반증인 셈이다.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으로 집행정지된 상태이지만 대북전단 살포를 사유로 하는 통일부의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한 법인설립허가취소 처분을 포함하여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이 아닌 북한 정권과 친북주의자들의 일방적 주장만을 두둔하고 반영한 현 정부의 공권력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현 정부의 오만ㆍ무능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있었는데도, 김여정의 하명에 따른 입법에 이어 김여정의 하명에 따라 즉시 수사에 착수하는 등 대한민국의 정부기관이 그저 북한 기관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비판받는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집권여당 일각에서는 박상학 대표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재보궐선거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고 불리우는 현 정부의 맹목적이고 굴종적인 대북정책 기조에는 변동이 없을 듯하다.

북한 주민에게 북한 체제의 실상을 알리고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홍보하는 내용의 대북전단 살포는 그 자체로 헌법 제21조 제1항의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에 그 근거를 둔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 안에 있고, 같은 조 제2항에 의해 사전 검열과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대북전단금지법에서 통일부장관의 승인 없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는 사전 검열에 해당하고,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교류협력법의 적용대상인 남북교역이나 반출되는 물품으로서 통일부장관이 승인할 여지도 없다.

또한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 정권유지를 위한 암살과 처형 등 실제로 발생한 사실을 전제로 하여 북한 지도자의 폭정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북한주민들에게 살포하는 행위가 헌법 제21조 제4항에서 제한되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집권여당 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박상학 대표는 김정은과 김여정의 나체를 합성한 대북전단을 살포하였던 적이 없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입법을 강행한 현 정부 측은 2015년 대법원 판결(2015다247394)을 근거로 하여 그 입법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 판결은 대북전단 살포에 관한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 예외적인 경우로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있는 경우에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의한 단속이나 규제가 허용된다고 판시한 하급심의 입장을 지지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 대법원 판결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입법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현 정부가 장악하였다고 평가되는 대법원에서도 “헌법상 모든 국민은 국가권력의 간섭이나 통제를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형성ㆍ발표할 수 있는 정치적 자유를 가진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ㆍ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여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거듭하고 있다(대법원 2019도13328, 2016도14995). 대북관계로서 공적ㆍ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대북전단 살포 활동은 금지되거나 처벌될 일이 아니라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일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의 입법을 강행한 현 정부 측은 대북전단 살포로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에 대하여 처벌하게 되므로, 대북전단 살포 자체로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 그 자체를 백해무익한 적대행위이거나 접경주민의 생명ㆍ안전에 위협이 되고 남북간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라고 강변하는 현 정부측의 입장과는 부합되지 않는 주장이다.

또한 이는 ‘국민의 생명ㆍ신체 위해, 심각한 위험’에 대한 기준이나 적용도 명확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반되는 주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북전단 살포에 의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ㆍ신체ㆍ재산ㆍ영업권 침해나 우려는 2014년 발생한 북한군의 대북전단에 대한 고사포 사격에 의한 우발적 상황 이외에는 실제로 발생되지 않았던 일이고, 이로 인해 접경주민이 다치거나 재산상 손해를 입은 사례도 없었다. 본래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ㆍ신체 위협 등은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분단으로 군사적 대치하는 우리나라의 안보현실에 기인하여 근본적으로 내재된 위험인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물론 북한도 비준한 유엔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제2항은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라고 규정, 대북전단 살포 활동과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로서 북한 주민의 알 권리와 함께 북한 주민에게 알릴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에 관하여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대북전단 활동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북한의 위협 또는 남북 당국 간 ‘상대방에 대한 비방ㆍ중상 금지’ 합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북한이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협박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그 활동을 제지하는 것은 북한의 부당한 요구에 부응하여 정부 스스로 인권침해 행위를 하는 것이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현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남북합의서의 위반행위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위반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수호하고 외부 세력의 위협을 제거할 정부의 책무를 포기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헌법 제4조에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일관하여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3도758, 헌법재판소 2012헌바95·261).

자유를 찾아 남하한 탈북민인 박상학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북한 독재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공익적인 측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현 정부가 북한의 반국가단체 지위를 외면하고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 지위에만 몰두하는 식의 대북정책을 수행하면서,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 대하여 금지하고 처벌하는 입법을 강행하고 수사에 착수하는 등 공권력행사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은 헌법에서 정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으로서 정상적인 대한민국 정부의 통일정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3월말 공개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 한국 편에서 중대한 인권 이슈로, 대북 전단 살포 불법화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 제한에 관한 내용을 게재하였고, 미국 의회 내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지난 달 15일 ‘한국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 : 한반도 인권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하여 대북전단금지법 입법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인권상황과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하였다.

그 청문회에 나선 미 하원의원 등 참석자들은 현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였다. 이는 1977년 유신체제의 종말을 앞당긴 미국 프레이저 청문회를 떠오르게 하는 일이고, 대북전단금지법의 입법으로 말미암아 ‘지금 대한민국은 인권후진국’이라는 부끄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박상학 대표는 지난 해 12. 29. 공포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나 지난 3월 30일 이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그 결정을 미루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국내외의 드높은 비판을 수용하는 조속한 결정으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위헌적 상황과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반인권적인 상황을 해소하여야 마땅할 일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부회장 이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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