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고 손정민 군을 위한 평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우산을 쓴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고 손정민 군을 위한 평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우산을 쓴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강에서 실종된 지 6일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고(故) 손정민씨와 관련한 언론보도 행태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너무 지나친 추측 보도와 불신, 음모론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비슷한 시기에 평택항에서 일하다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압사한 고(故) 이선호씨의 죽음에 대한 관심과 비교하는 분석 기사도 나오는 상황이다.

언론의 ‘선택적 관심’에 대해 언론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형편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친문상왕 김어준은 독특한 프레임으로 언론 보도를 비판하고 있어 주목된다. 보수 성향의 언론과 극우 유튜버를 싸잡아 비판하는 김어준의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김어준, 전 국민의 관심사인 손정민 사건 ‘보도 홍수’를 보수언론 음모로 몰고가

김어준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손정민씨 사건’과 관련, 일부 언론과 유튜버들의 보도 행태에 대해 몇 차례 비판을 가했다.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경쟁적으로 보도를 한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일견 상식적인 비판으로 받아들일만한 부분이라는 판단은 잠시, “유독 극우 유튜버들이 이런 방송을 통해 검경수사권 조정이 잘못 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부 불신’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 18일 방송에서는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을 동원해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려 했다. 김어준은 “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고 손정민씨의 보도 사례가 지나치게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 성향. 태극기 부대로 보이는 극우 유튜버들이 특히 많이 다뤘다. 이 진영에서 왜 이 사건을 이렇게까지 많이 다뤘는지. 포털도 마찬가지고”라며 김언경 소장의 지지를 구했다.

지난 1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이 언론의 ‘스크랩 보도’ 행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지난 1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이 언론의 ‘스크랩 보도’ 행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김 소장은 “맞다”라고 응수하면서도 김어준의 시각과는 약간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소장은 “처음에는 이 사건이 인권문제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지나친 과잉 보도로 친구 A씨의 인권이 유린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디어인권연구소의 취지에 충실한 입장을 취했다.

김 소장은 손정민씨 사건을 방송한 일부 유튜브 중에는 조회 수가 630만을 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지나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언론이 보도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서 가려내야 한다. 그런데 인터넷 상에 떠도는 댓글과 게시판 글과 별 차이가 없는 내용들을 버젓이 내보낸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다른 기사를 그대로 복사해서 내보내는 이런 보도는 ‘어뷰징’을 넘어서서 ‘스크랩 보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 단계에서 오류가 많이 담긴 추정이 그대로 보도되면서, 일반인의 마음 속에 ‘커다란 의심’을 심어주게 됐다는 지적도 했다.

일반 국민들은 경찰 수사에 불만, 김어준은 경찰 감싸고 국민을 ‘극우’로 규정

김 소장 스스로도 처음에는 무비판적으로 언론의 보도를 받아들이면서 특정인을 범죄로 몰아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이어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사회적 관심을 끄는 사건이라는 이유로 본질을 예단해서 무리하게 보도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원하는 프레임대로 김 소장이 발언을 하지 않자 급기야 김어준은 “원론적인 얘기이다. 범죄사건일 경우에는 그런 준칙이 필요한 것인데, 지금은 내사 단계이다. 이런 변사사건에, 아직 혐의점이 입증된 게 아닌데. 이렇게까지 보도된 적이 없다. 내사가 어떻게 결론나든 간에. (손정민씨 친구인 A씨는) 엄청난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 그걸 누가 책임질 수 있엤느냐?”고 A씨를 보호하는 투의 말을 했다.

결국 경찰 수사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불만을 무시하고 경찰을 감싸는 화법인 셈이다.

이에 김 소장은 “도저히 보상받을 수 없는 피해를 이미 심각하게 입었다.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의심은 계속될 것이다. 언론이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김어준 논법, “극우 유튜버들은 손정민씨 사건 빌미로 검경수사권 조정 거론, 정상적인 국가 아니다”

그제서야 김어준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며 “극우 유튜버들은 한발 더 나아가서 ‘검경수사권’까지 얘기한다. 이런 틈을 타고들어오는 일부인 것 같다”고 자신이 짜놓은 프레임에 충실한 발언을 했다. 김 소장도 마지못해 “맞다”고 했다.

김어준은 김 소장과의 대화 내내 “이것은 변사사건이다. 아직 내사 단계의 변사사건이다. 아직 혐의점이 입증되지 않은 변사사건이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사고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의혹을 파헤치는 실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어준의 평소 입장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김어준의 극적인 발언을 통해서 A씨를 감싸려는 듯한 분위기가 강하게 풍겨나왔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18일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을 초대해 손정민씨 사건에 대한 언론행태를 보도한 이후, 20일에도 관련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18일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을 초대해 손정민씨 사건에 대한 언론행태를 보도한 이후, 20일에도 관련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이처럼 김어준이 손정민씨 친구 A씨를 감싸는 듯한 태도에 대해 야당의 핵심 관계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김어준씨가 그렇게까지 얘기하는 걸 보면”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A씨와 그 부모들은 부인했지만, 인터넷 댓글을 중심으로 “A씨 집안이 제법 힘있는 대깨문 집안”이라는 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손정민씨의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그 점이 궁금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김어준은 보수 성향의 일부 언론과 극우 유튜버들이 손정민씨 사건을 확대 보도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하려고 한다는 주장을 펴고 싶어했다. 하지만 김언경 소장은 거기까지는 나아가지 않은 채, 언론의 보도 행태와 심각한 어뷰징을 ‘스크랩 보도’라는 신조어로 비판하는 데 그쳤다. 김어준의 프레임에 적극 동조를 하지는 않으면서, 미디어비평가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수사기관이 기소하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신속성보다 정확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등의 원론적인 얘기로 상식적인 주장을 폈다. 김어준의 주장대로 보수성향의 일부 언론과 극우 유튜버들만 손정민씨 사건을 보도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어준 주장은 가짜뉴스/KBS, MBC, YTN 등 친여매체도 손정민 사건 보도에 몰빵

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를 활용해 오마이뉴스가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17일까지 약 20일간 중앙지(11개), 경제지(8개), 지역종합지(28개), 방송사(5개), 전문지(2개) 등 53개 매체 보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오마이뉴스는 손정민씨 관련 보도와 이선호씨 관련보도를 비교했다.

보도량을 분석 결과 이선호씨 관련 보도는 358건이었고, 손정민씨 관련 보도는 1587건으로 약 4.5배 차이가 났다. 특히 언론사별 보도량 편차가 컸다. 중앙일간지와 경제지, 방송사들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 <내일신문> OBS 정도를 제외하면, 손씨 관련 보도량이 이씨 관련 보도를 압도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KBS, MBC, YTN 역시 이씨 보도에 비해 손씨 보도를 2.7배 정도 더 많이 했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친여 성향의 매체에서도 손정민씨 보도는 중요 이슈였던 것이다. 일부 보수 언론만 손정민씨 사건을 많이 보도한다는 김어준의 발언 자체는 거짓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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