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주민자치회의 공적 확대지원'을 골자로 한 '주민자치법'이 자가당착에 빠진 모양새다. 바로 고도의 '과세부담'이 예상된다는 국회보고서가 나오면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는 바이다.
특히, 향후 5년간 약 10조원에 달하는 재정소요액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다할 대책은 무엇이냐는 비판까지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의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김영배 의원 등이 지난 1월29일 발의한 '주민자치 기본법안(2107787)'이다. 김 의원은 "풀뿌리 주민자치 확립"이라고 밝혔는데, 그에 따른 비용은 향후 5년간 무려 9조2천439억원에 달한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 보고서가 확인됐다.
지난 2월15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주민자치 기본법안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연평균 1조 8천487억7천9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최소 5년 간 총 소요액은 9조2천439억9천500만원에 달한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시간이 흐르면 누적액은 수십 조원 규모로 불어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이같은 비용추계서 결과는 왜 나온 것일까. 이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주민자치법안의 제12조, 그와 연계된 제13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의 제12조(주민자치회 사무국 설치)에 따르면 "① 주민자치회는 해당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사무국을 두며,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적정인력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라는 조항을, 동법안 제13조에서는 "국가·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일부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명시됐다. 즉 주민회 조직운영에 필요한 금액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 등은 "주민의 공적 참여 권한 부여"를 내세워 일종의 '수익 사업'을 허용하고 기부금도 받도록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주민의 대표 의사결정체로서의 '주민총회'를 규정, 공공성을 확보해 주요 결정권을 행사하게 할 것을 강조했는데, 수익 사업권 및 기부금 수령권까지 확보한 주민총회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권까지 건드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해당 법안을 내놓은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의 김영배 의원을 비롯해 강득구·고영인·김민철·김수흥·박완주·송재호·신정훈·양기대·이수진·이용선·이해식·이형석·임호선·주철현·진성준·허영·홍기원 의원과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다.
그렇다면 대표 발의자 김 의원은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내놓으면서 무슨 발언을 했을까. 다음은 그가 언론에 던진 메시지 일부다.
▶ "그동안 독재정부를 거치면서 일제의 유산이 있었기 때문에, 지방자치는 정치적 영향력이 강하고, 중요할 수밖에 없다."
▶ "2016년, 박근혜(전 대통령)를 탄핵시킨 몇 차례의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주민자치를 위한 시민역량은 충분히 축적됐지만,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마련되어야 한다."
▶ "제가 성북구청장을 해보니까 그 역량은 충분하다.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만이 민주주의라고만은 할 수 없다. 선출을 해야만 민주주의라는 것은 오해다. 추천 등을 통해 구성할 수 있고, 직선이 안돼서 문제라고는 볼 수 없다."
지금까지의 김 의원의 발언과 해당법안을 종합하면, '촛불 혁명'을 언급한 김 의원의 주민자치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촛불혁명'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4년 전인 지난 2017년 9월 '세계시민상 시상식'에서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로부터 1년전인 2016년 12월에는 "도도한 촛불혁명의 명령을 받들 차례다. 촛불혁명을 정치가 완성해야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들에 따르면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 주민자치를 위한 시민 역량은 축적됐으니 법제화하겠다는 뜻으로도 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김 의원의 '주민자치 기본법안'은 16일 기준으로 위원회 심사 중인 상태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