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으로 수사 외압 행사하고도 직 유지하려는 거냐" 검찰 내부 반발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사건 검토중이라는 공수처...'공정성' 시험대에 올라
2019년 1월 '윤중천 면담 보고서'에서부터 같은 해 7월 검찰의 수사 포기까지

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왼쪽)과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적 출국 금지 조처 사건을 무마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사건 공소장 주요 내용이 공개됐다. 해당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과 박상기 전(前) 법무부 장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도 이 사건에 연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하려던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가 있다며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이 지검장을 지난 12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지검장 건의 공소장은 전국 검사들이 접속할 수 있는 수사결정시스템을 통해 기소 이튿날(13일) 공개됐다. A4 규격 용지 기준 16쪽에 이르는 이 지검장 공소장을 읽어본 검사들 사이에서는 “노골적으로 수사 외압을 행사하고도 그 직(職)을 유지하려는 것이냐”는 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돼 있던 이규원 검사가 그보다 앞선 같은 해 3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던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가짜’ 내사번호와 사건번호를 붙인 허위 공문서를 통해 긴급 출국금지를 조처한 정황을 인지하고 수사를 개시하려 했는데, 이 지검장이 ‘외압’을 행사해 안양지청의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막은 법무부·대검찰청…마치 ‘범죄 조직’ 보는 듯

더 놀라운 사실은 공소장에 조국 전 장관과 박상기 전 장관 등 문재인 정권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됐다는 것이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의혹’의 사건을 다시 구성하자면 다음과 같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소속으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는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김 전 차관을 접대했다는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6차례 불러 면담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검사는 해당 보고서를 작성함에 있어 자신의 질문 내용을 윤 씨의 진술처럼 뒤바꿔 문장을 작성하는 등 사실관계를 왜곡했다. 소위 ‘윤중천 허위 면담 보고서’다.

이 검사가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2019년 3월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른바 ‘김학의 성(性)접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를 지시했다. 이로부터 5일 뒤인 2019년 3월23일 새벽 김 전 차관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출국하려다가 저지당했다.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이 검사가 미리 손을 써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의 허위 내사번호 등을 붙인 공문서를 작성해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 금지를 조처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사진=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사진=연합뉴스)

이 검사가 허위 공문서를 꾸미는 과정에서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은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추인한 것으로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은 “이 사건을 우리와 결부시키지 말라”며 이 부장의 요구를 거절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스텝이 꼬인 것은 그 다음 일이다. 2019년 3월27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김 전 차관에게 출금 정보가 누설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감찰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4월5일 법무부는 해당 건을 대검에 수사 의뢰했고, 4월11일 대검은 이 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했다. 하지만 일은 법무부가 원했던 방식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안양지청 수사팀이 이규원 검사의 위법 행위 정황을 포착하고 오히려 이 검사를 수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성윤 부장은 2019년 6월20일 안양지청 수사팀으로부터 ‘이규원 검사의 혐의가 인정되고 수사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전달받고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現 전주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학의 출금은 법무부와 대검, 서울동부지검 간의 협의가 된 사안”이라며 수사 중단을 종용했다.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사진=연합뉴스)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사진=연합뉴스)

동시에 이규원 검사는 사법연수원 동기(同期)인 이광철 청와대 비서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자신이 수사 대상이 돼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이 검사의 요청을 받은 이광철 비서관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이규원 검사가 이 사건으로 조사받지 않고 연수를 떠날 수 있게 해 달라”는 취지로 말을 했고, 조 수석은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現 사법연수원 부원장)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했다.

조 수석의 청탁을 받은 윤대진 국장은 자신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학의 출금은 대검이 협의한 사안”이라며 이 검사가 출국할 수 있도록 수사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

2019년 6월25일 안양지청은 당초 법무부가 수사 의뢰한 내용대로 법무부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불러 김 전 차관에게 출금 조처 사실이 유출된 경위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출입국 직원들이 김 전 차관의 출입국 정보를 불법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같은 조사 상황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을 통해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고 박 장관은 윤 국장을 불러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나까지도 조사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야단을 쳤다. 그러자 윤 국장은 또다시 이 지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중지를 압박했다. 이성윤 부장 역시 “수사팀이 법무부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수사하게 된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안양지청에 지시하며 거들었다고 한다.

결국 안양지청은 2019년 7월4일 ‘더 이상 수사할 계획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다.

◇공수처, 윤대진 부원장 건 사건 기록 검토 개시…조국·이광철 직접 수사 나설까?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건과 관련해 최근 윤대진 부원장의 사건 기록을 검토 중이다. 검찰 수사 결과 윤 부원장이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을 가하게 된 경위가 조국 전 장관과 이광철 비서관의 요구에 기인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공수처가 이들에 대한 혐의를 인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공수처가 조 전 장관과 이 비서관의 혐의를 직접 수사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공수처의 공정성을 시험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일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한 결과 조 전 장관 등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정한 바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범죄 등을 검찰로 이첩해야 한다.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고 공수처의 수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할 경우 공수처의 공정성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는 지적인 것이다.

한편,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자신이 연루돼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자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건과 관련하여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