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구어 사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 푸싱제약과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구어 사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 푸싱제약과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의 푸싱제약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을 생산하게 됐다고 밝혔다. 화이자를 만드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손잡고 안정성과 효능이 뛰어난 mRNA 방식의 백신을 만든다. 중국은 이제 ‘화이자급 백신’을 자체생산하는 백신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것이다.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 독일의 큐어백에 이은 네 번째 mRNA 백신이다. 이로써 한중 간 백신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

삼바는 ‘화이자 위탁생산’ 보도 즉각 부인... ‘모더나 위탁생산’ 물밑 협상 진행 중 

한국은 화이자, 모더나 등의 국내 위탁생산(CMO) 일정과 주체마저도 불투명하다. 최근 일부 언론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화이자를 위탁생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즉각 부인했다. 내부적으로는 ‘모더나’ 위탁생산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13일 언론 보도를 통해서 밝혀졌다.

그간 모더나 위탁생산과 관련해서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후보기업 이름이 거명되었다. 정보가 새어나가면 CMO계약 자체가 취소되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간 함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푸싱제약, 화이자 만든 바이오엔테크와 손잡고 연간 10억회분 mRNA백신 생산

지난 9일 중국 푸싱제약은 자회사를 통해 바이오엔테크와 합작회사를 세웠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15년간 1억달러씩 투자하고, 본사는 중국 상하이에 두기로 했다. 중국 제약사는 백신 생산시설 설립과 당국의 허가를 맡고, 바이오엔테크는 백신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백신 생산공장 설립에 통상 1년 정도 걸리는 사정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해, 연간 10억회분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엔테크가 15년이라는 기간을 투자하는 만큼, 양 사의 계약에는 단순한 위탁생산이 아닌 기술이전도 포함됐으리라는 분석이다. 이번 백신 생산체결로 중국은 백신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중국은 시노팜, 시노백 등 자국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에 mRNA 백신까지 추가하게 된 것이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를 인체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보 전달물질(메신저)만 투입해 코로나19 바이러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다른 부작용도 비교적 적은 반면, 유효성은 높다. 또한 특정 유전자만 합성하면 만들 수 있어, 후보 물질의 개발이 빨라 변이 바이러스는 물론 다른 질병에 대한 활용도도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자국 백신 개발과 해외 기술 이전을 동시에 진행,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최소 수년 이상 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치료제와 방역에 매달린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우구어 사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2월 초 푸싱제약 글로벌 R&D 사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중국은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퍼지는 상황이라 바로 임상 파이프라인을 설계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상의했다"고 말했다. 양 사는 mRNA 플랫폼을 활용해 향후 코로나19 외 다른 감염병 치료제나 백신도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 2월 마카오와 홍콩에서 '바이오엔테크-푸싱'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허가했다. 바이오엔테크 측은 중국 본토에서도 7월 이내에 사용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등 5곳 백신 임상 중...효능과 안전성 뛰어난 mRNA 백신은 없어

반면 국내 mRNA 백신 개발 소식은 감감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5곳이 백신 임상 계획을 승인받아 시험을 진행 중에 있지만, 모두 mRNA 백신은 아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는 합성항원 백신을,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은 DNA 백신을, 셀리드는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mRNA 방식의 화이자 백신은 초저온의 냉동고에 보관해야 한다. 만 7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일 오전, 성동구청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 화이자 백신 보관용 냉동고와 해동 냉장고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mRNA 방식의 화이자 백신은 초저온의 냉동고에 보관해야 한다. 만 7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일 오전, 성동구청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 화이자 백신 보관용 냉동고와 해동 냉장고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발이 당장 어려운 상황에서, 방역 당국은 그간 미국 모더나와 mRNA 백신 국내 생산에 대해 물밑 협상을 꾸준히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mRNA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mRNA 백신을 자체 개발하려면 10년은 족히 걸린다"는 분석이 공공연하다.

지난 10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정례브리핑에서 “mRNA 백신 국내 생산을 위해 해외 제약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 제약사로는 모더나가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더나는 최근 한국과 일본, 호주에 자회사 직원 채용 공고를 낸 상태이다. 모더나가 국내 제약사와 협의를 한다는 것까지는 알려졌지만, 이 협의가 단순 위탁생산(CMO)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공장 인수를 통한 직접 생산일지, 나아가 기술 이전까지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모더나 한국 자회사 설립하지만 mRNA 백신 기술 이전은 어려운 실정

모더나 자회사 설립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국이 ‘백신 생산 허브’ 기능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푸싱제약이 바이오엔테크와 백신 생산 합작회사 설립에 성공하면서, 중국과의 백신 격차가 더 커졌다고 평가받는 형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모더나와 협의에서 ‘mRNA 백신 기술 이전’까지 이끌어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중국의 푸싱제약처럼 mRNA 백신에 대한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까지 하려면 첩첩산중이다. 녹십자 등 독감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사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백신 후발국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mRNA 백신을 자체 개발해본 제약사가 없다.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모더나의 ‘니즈’를 충족시킬 설비와 역량을 가진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정도가 꼽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본격적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는 데만도 1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 “mRNA 백신 통제권 쥐려면 정부의 과감한 투자 필요”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번 기회에 백신 분야에서 가능성을 찾으려면, 모더나를 포함한 해외 제약사의 힘을 빌려서라도 mRNA 백신 통제권을 제대로 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mRNA 기술의 중요성을 전 국민이 알게 된 만큼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한 모더나 백신 생산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단순 위탁 생산을 넘어서는 기술이전까지 진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앞서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 역시 지난 7일 브리핑에서 "mRNA백신 플랫폼은 암 등 감염병 외의 다른 만성병 영역으로도 확장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며 "RNA 백신 기술은 금년 중에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우리는 그동안 백신 개발에 대한 투자, 관심, 지원, 노력이 전부 부족했고 축적된 시간도 짧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전기를 맞았다"며 "어쩔 수 없이 mRNA백신 플랫폼도 개발해야 하고 절박하기 때문에 개발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전력투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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