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행정안전부 장관, 오른쪽)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상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행정안전부 장관, 오른쪽)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상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모 언론사 인터뷰 도중 ‘백신의 세부 물량을 공개’해 곤혹을 치뤘다. 방역당국은 이에 ‘백신 제조사와의 비밀유지 협약’ 위반 소지가 있으며, 실제로 해당 제약사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과 관련된 민감한 미공개 정보들이 정부 관계자를 통해 연이어 흘러나오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철’중 한 명인 문 대통령 핵심 측근 전해철의 ‘고의적 실수’?

더욱이 전 장관은 ‘문재인의 3철’ 중 한 명으로 불리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다. 그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을 겸하고 있는 전 장관이 ‘백신과 관련된 비밀유지 협약’을 몰랐을 리 없다는 점에서, 그의 ‘가벼운 입’은 고의적이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뒤늦은 백신 수급 계획과 관련된 거듭된 비판 여론에 압박을 느낀 정부가 ‘고의로 정보를 흘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 것이다. 의심하는 국민들을 향해 “백신수급계획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급한 속마음이 들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코로나 접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란 통계가 나오고, 수급 계획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지면서 정부가 공개해서는 안 되는 정보를 무리하게 공개하면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고 추측했다.

전해철 장관, 제약사들과 비밀유지 협약 맺은 ‘주차별 공급량’ 공개

전 장관은 지난 11일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세부 공급계획’을 언급했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주차별 공급량이 언급된 것이다.

여기서 ‘주차별 공급량’은 제약사들과의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도입 시기에 맞춰 공개되는 정보이다. 제약사와 각국이 체결하는 ‘비밀유지 협약’에 따르면, 백신의 총 공급량과 최초 도입 일시는 공개 가능하다. 하지만 세부적인 가격, 세부 도입 일정, 일정별 백신 물량은 공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 협약을 위배할 시에는 공급 중단이나 연기 등의 페널티도 가능하다.

전 장관의 사고수습은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 맡았다. 손 반장은 12일 브리핑에서 “전 장관의 잘못이 아니라, 실무진의 잘못”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인터뷰 과정에서 행안부 장관이 백신의 주차별 물량에 대해 설명하진 않았다. 이후 실무진이 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비밀유지 협약 위배 소지가 있는 자료가 제공됐다”며 “제약사들에서 문제 제기를 해왔고 보안을 강화하는 등 개선 방향을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이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대본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이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대본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제공된 자료의 세부 공급계획은 현재 저희가 제약사들과 확정한 공급계획과 차이가 있었다"면서 "행안부가 해당 언론에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제외하는 것으로 수정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손 반장의 적극적인 조치로 사고수습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서 "제약사에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며 정부 내 정보 관리, 공개하는 정보의 보안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방안을 함께 논의해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8월 백신 위탁생산 발표로 타격 입었던 제약사 관련 종목은 급등락 

하지만 해당 제약사들은 여전히 곤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백신 제조사와의 비밀유지 협약 위반 소지를 어긴 것은 물론, 민감한 정보가 정부 고위 관계자를 통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민감한 정보가 공개됨에 따라 주식 시장이 요동치면서, 결국 기업이 뒷감당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방역당국이 ‘8월 코로나19 백신 국내 위탁생산’을 발표한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방역당국의 그 발표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추측을 낳고, 주식 시장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15일 공식 브리핑에서 “국내 한 제약사가 8월부터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대량 위탁생산할 것이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회사 이름과 백신 종류는 함구하는 바람에, 시장에선 위탁생산 업체를 찾아내느라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관련 종목은 급등락했다. GC녹십자, 에스티팜,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주가는 급등하고 주주 문의가 폭주하자, 일부 업체는 홈페이지에 아직 생산설비를 갖추지 않았다는 공지를 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3일 ‘8월 위탁생산설’의 주인공이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보도되기 전까지. 위탁생산 기업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됐다.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업을 지목하는 후속 기사들이 나오면서, 지목을 받은 업체가 오히려 주가 폭등을 우려해 “사실이 아니다”고 밝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제약업계는 정부의 어이없는 부주의에 전전긍긍하며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의 아님 말고식 발표에 대한 뒷감당은 결국 기업이 져야 한다. 주가 급등락에 따른 주주의 손해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며 “부정확한 미공개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그 기대감으로 주식을 산 사람들의 손해는 어쩔 것인가. 엄중한 백신 수급 상황에서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정보 제공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