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북민 보듬어야 할 남북하나재단 임원의 슈퍼갑질 의혹 감사 돌입 내막
[단독] 탈북민 보듬어야 할 남북하나재단 임원의 슈퍼갑질 의혹 감사 돌입 내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문재인정부 4년 100대 국정과제 추진실적 보고서'가 지난 10일 국무조정실을 통해 공개됐다. 2021.05.10(출처=대한민국 정부, 사진편집=조주형 기자)
'문재인정부 4년 100대 국정과제 추진실적 보고서'가 지난 10일 국무조정실을 통해 공개됐다. 2021.05.10(출처=대한민국 정부, 사진편집=조주형 기자)

'문재인 정부 4년 100대 국정과제 추진 실적 보고서'가 지난 10일 공개됐다. 여기서, 현 정부여당은 "북한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바로 이 부분은, 사실과 얼마나 부합하느냐는 질문으로 연결되는 대목이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국무조정실을 통해 공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는 북한인권 단체 관계자 면담 및 전문가 의견수렴 등 민간과의 소통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라며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와 달리 정작 현실은 그렇지 못한 모양새다. 탈북민의 정착을 가장 먼저 도와야 할 남북하나재단(구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임원급 인사가 탈북민들을 상대로 '슈퍼 갑(甲)질'을 했다는 폭로가 탈북민들로부터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남북하나재단 현판.(사진=연합뉴스)
남북하나재단 현판.(사진=연합뉴스)

기자는 지난 12일 저녁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남북하나재단 임원에 대한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확인했다. 주요 의혹은 ▲ 본인 텃밭 농사에 탈북여성 동원 의혹 ▲ 탈북여성에 대한 상습적인 성적 비하 발언 의혹 ▲ 개인 휴가 중 재단 직원 동원 의혹 등이다.

여기서 이같은 의혹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남북하나재단 임원은, 생활안정부장 등을 역임한 전00 사업운영본부장이다.

지난 13일 저녁, 재단에 따르면 전 본부장은 자체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급기관인 통일부 역시 이날 해당 의혹 사건의 감사 돌입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해당 의혹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공개한다.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 소개란 캡처.(출처=남북하나재단, 사진편집=조주형 기자)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 소개란 캡처.(출처=남북하나재단, 사진편집=조주형 기자)

#1. 남북하나재단 임원, 탈북여성 교육사들을 본인 가족 텃밭으로?

전00 본부장은, 남북하나재단 교육개발부 팀장으로 근무하던 2014년 4월부터 6월 경 3회에 걸쳐 공주시에 위치한 본인 가족의 감자 텃밭에 재단 소속 탈북여성 교육사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탈북민들로부터 받은 인물이다. 재단의 전담교육사들은 계약직 직원들로, 전00 본부장이 전담교육사업 담당자였던 탓에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전00 본부장은 수확한 감자를 나눠주면서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탈북민들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상관의 요구였기 때문에, 전담교육사들에게는 자발적인 봉사가 아니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담교육사들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상관의 농사일에 동원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참석자들은 해당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그 곳이 전00 본부장 가족의 텃밭임을 알았다"라며 "참석자들은 '봉사'라는 미명하에 차비와 식비를 들여 그 먼 곳까지 사적 요구를 받은 점에 대해 지금도 억울하다"라고 전했다.

통일부.(사진=연합뉴스)
통일부.(사진=연합뉴스)

#2. 휴가 중 직원에게 여행 가이드 부탁?···재단 사후대처 '논란'

전00 본부장에 대한 추가 의혹 폭로는 2020년으로 이어진다. 전00 본부장은 그해 1월 제주도로 개인 휴가를 떠났는데, 남북하나재단 제주하나센터에서 근무하던 재단의 정00 팀장에게 마중을 나오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정00 팀장이었던 인물이 '상사가 요구하므로 티켓을 들고 공항에 나가 전00 본부장 일행을 마중하고 제주하나센터까지 차로 일행을 태워줬다'라는 폭로다. 또한 '전00 본부장은 제주하나센터 근무 중인 이00 상담사에게 본인 일행의 가이드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라는 것과 '결국 이00 상담사는 근무시간 중 장보기 등을 하게 됐다'라는 폭로까지 쏟아져 나왔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 재단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감사 대상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밝힌 의혹에서 정00 팀장은 재단 복귀 후 생활안정부장이었던 김00 부장과 한00 사무총장에게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는 고작 '덮고 넘어가는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폭로가 모두 사실일 경우, 재단의 자체 감사 기능에 대한 신뢰성은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남북하나재단에 대한 KTV국민방송 보도 캡처.2021.05.14(사진편집=조주형 기자)
남북하나재단에 대한 KTV국민방송 보도 캡처.2021.05.14(사진편집=조주형 기자)

#3. "북한 이탈여성들, 중국 남성들 동거 상대"···언론에 나타난 그의 발언 '논란'

여기서,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전00 본부장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2010년 9월29일 한 차례 언론을 통해 노출된 바 있는데, 당시 한국기술교육대학교 HRD연구센터 박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던 그는 탈북여성들에 대해 "북한이탈여성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중국 남성들의 동거 상대로 수요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탈북민의 증언에 따르면, 전00 본부장은 北 개성공단의 북한여성들에게 지급된 달러 액수와 국내 탈북여성들의 급여를 비교하며 '왜 투정을 부리느냐'라는 발언을 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지난 1월,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에는 전00 본부장의 이같은 발언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확인됐다. 박모 씨는 "탈북여성들은 중국 남성들과의 동거 수요로 탈북한 게 아니라, 북한 정권의 폭압 속에서 자식과 가족이 굶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태를 묻은 고향을 떠나온 것"이라며 "죽어가는 자식을 살리려고 목숨을 던졌던 수많은 탈북 여성들, 그 길을 택하고 떠나왔다가 무주고혼이 돼 유명을 달리한 여성들을 너같은 인간이 알고서 하는 말이냐"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을 비호하고 있는 재단 이사장은 동반 사퇴하라"며 "인권변호사 출신이신 문재인 대통령님, 강력 조치 부탁드린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남북하나재단에 게재된 전00본부장에 대한 글.(출처=남북하나재단)
남북하나재단에 게재된 전00본부장에 대한 글.(출처=남북하나재단)

#4. 탈북민들 "인간 자체에 대한 모독···이런 사람이 남북하나재단 임원이라니"

탈북민들은 전00 본부장의 이같은 발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창당 발기인 대회에 이름을 올린 '남북통일당'을 통해 탈북민들의 심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남북통일당 대표인 최정훈 자유수호연합 대표와 13일 야간에 나눈 통화내역 일부다.

- 전00 본부장의 '중국 남성 동거 수요' 발언이 실제로 보도됐더라구요?
▲ 탈북 여성들을 특히 '중국 남성들의 동거 상대로서의 수요'라고 표현한 데에 대해서는 여성, 아니 완전히 인간에 대한 모독이나 마찬가지죠. 이런 사람이 탈북민을 위한다는 재단에 있다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 남북하나재단의 임원이면, 어느정도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하는 자리인지?
▲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서 정착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재단이죠. 그런데, 전00 본부장 같은 인식을 가진 사람이 탈북민을 위한다는 재단의, 그것도 임원자리에 앉아서, 목숨 걸고 대한민국으로 온 탈북민들을 이런 식으로 이주민 취급을 한다니 참...우리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입니까?

-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에 정식으로 진정서를 제출하신 적 있습니까? 
▲ 북한인권단체들이 남북하나재단을 비롯해 통일부에까지 수차례 진정을 넣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무런 조치도 없으니...황당할 따름입니다.

남북하나재단.(사진=연합뉴스)
남북하나재단.(사진=연합뉴스)

#5. 재단 간부 감사 여부 묻자 말아낀 남북하나재단 "자체 감사 중"

앞서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해 전00 본부장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지난 13일 저녁 기자가 남북하나재단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00 본부장은 재단 자체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 측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일부에도 전00 본부장에 대한 진정이 접수된 상태로, 통일부는 재단에 이첩하면서 사실 확인 단계를 진행 중이다"라며 "조사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밝히거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부적절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남겼다"라고 언급했다.

남북하나재단의 상급기관인 통일부의 입장도 들어봤다. 이날 저녁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문제가 감사 범위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10.19(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10.19(사진=연합뉴스)

#6. 굶어 죽고, 폭언 듣는 탈북민···지성호 "文 정부, 북한인권 문제 나서야"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에서의 탈북민들에 대한 처우는 어떠했을까.

지난 2019년 7월31일, 탈북여성 한 모씨(42)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아파트에서 관리인 A씨에 의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한 씨 곁에는 그의 6살배기 아들도 함께 숨이 끊어진 채로 누워있었다. 한 씨가 마지막으로 돈을 인출한 시점은 두달 전인 그해 5월 중순이었는데, 인출금액은 3천858원이 다였다. 경찰은 이들이 아사(餓死)했다고 발표했다.

한 씨는 10년 전인 2009년 중국으로 탈북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인 남성을 만나 아들을 낳았다. 결국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씨 모자는, 냉장고에 고춧가루만을 남기고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에서 30년간 대북정보분석업무를 다뤘던 곽길섭 국민대학교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탈북민 3만명 시대를 맞이했다. 여기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정책은 탈북민 포용정책"이라며 "탈북민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이런 분위기가 직간접적으로 북한의 주민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진단했었다.

탈북자 출신인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 역시 "현재 중국에는 인신매매를 당한 탈북여성이 무려 20만 명이 있는데, 이들을 구출하는 것 외에도 현 정부는 탈북민 정착을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라며 "북한인권 문제에 진보와 보수를 떠나 보편적인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지성호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6.4(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지성호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6.4(사진=연합뉴스)

#7. 자화자찬 文 정부 실적 보고서···재단 감사 결과에 '제식구 감싸기 논란' 피해갈까

앞서, 이같은 비극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정부 4년 100대 국정과제 추진 실적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북한이탈주민 보호·지원 정책으로 국내 입국한 탈북민이 우리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인 정착에 필요한 핵심은 자립·자활 역량 강화라는 인식 아래 노력한 결과, 북한이탈주민의 평균 임금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일반국민과의 격차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라고 파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탈북민들의 대한민국 정착을 도와야할 남북하나재단의 임원급 직원의 탈북민에 대한 각종 행태에 대한 의혹 사건은 14일, 재단 감사 과정 중에 있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의혹에 대해 이렇다할 규명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제식구 감싸기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이 증진되고 있다고 명시한 '문재인 정부 4년 100대 국정과제 추진 실적 보고서'의 내용이 자칫하다간 '대(對)국민 거짓말'로 전락할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19.12.19 / 지난해 7월, 이 원내대표는 통일부장관으로 임명됐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19.12.19 / 지난해 7월, 이 원내대표는 통일부장관으로 임명됐다.(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