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지속된 교전으로 양측에서 최소 2000명 이상의 사상자 발생
연립 내각 구성에 실패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교전'이 '호기'로 작용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경쟁 세력 '하마스' 억누르려 하는 가운데,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조직 '하마스'는 이번 공격으로 지지율 높일 계산하고 있어

이스라엘 남부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인 가자지구에 위치한 건물들이 이스라엘군(軍)의 공습으로 불타고 있다.(사진=로이터)
이스라엘 남부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인 가자지구에 위치한 건물들이 이스라엘군(軍)의 공습으로 불타고 있다.(사진=로이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 충돌이 13일(현지시간) 나흘째로 접어들고 있다. 두 세력 모두 상호 보복 공격을 주고받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안고 있는 ‘내정(內政) 문제’ 때문에 이번 사태가 단기간 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슬람의 금식성월(禁食星月)인 ‘라마단’ 기간 중 ‘권능의 밤’을 맞아 예루살렘에 위치한 모스크(이슬람 예배당) ‘알아크사’에서 예배가 진행되던 가운데, 해당 예배에 참석한 이들 중 일부가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벌였고, 이스라엘 경찰이 이들을 진압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당일 팔레스타인 측에서는 약 3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이스라엘 남부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 가자지구(地區)를 실효 지배중인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조직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해 동(東)예루살렘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한 뒤, 이스라엘 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듣지 않는다며, 10일 오전 보복 차원에서 이스라엘의 수도(首都) 예루살렘을 향해 미사일 수 기를 발사했다. 이스라엘군(軍)은 전투기를 동원해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보복 교전’은 12일(현지시간)에도 이어졌다. 이스라엘 측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고층 건물 대부분이 무너졌다고 한다.

이스라엘 경찰들이 예루살렘 시내에 위치한 모스크 '알아크사' 경내에 진입해 반(反)이스라엘 시위 참여자들을 진압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이스라엘 경찰들이 예루살렘 시내에 위치한 모스크 '알아크사' 경내에 진입해 반(反)이스라엘 시위 참여자들을 진압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인명 피해도 상당하다.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후 계속된 이스라엘 측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측에서 5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14명은 어린이이며, 3명은 여성이다. 부상자 규모는 약 32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습으로 ‘하마스’의 가자지구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향해 1000기가 넘는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스라엘의 옛 수도 텔아비브에는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 130발이 떨어졌다. 이스라엘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 인명 피해는 사망자 6명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 무력 충돌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쌍방에서만 최소 2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는데, 피해 규모로써는 지난 2014년 발생한 무력 충돌 이래 최대 규모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정전(停戰)을 고려함에 앞서, 완벽하고 장기적인 안정을 위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에 대한 추가 공격을 시항해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휘부의 주거지, 정보기관 본부, 무기 생산 시설, 무장 정파들의 군사 기지 및 터널 등을 주요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중동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이 안고 있는 ‘내정 문제’가 그 이유다.

이스라엘군이 보유한 미사일 요격 시스템 '아이언 돔'이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미사일들을 격추시키고 있다.(사진=로이터)
이스라엘군이 보유한 미사일 요격 시스템 '아이언돔'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地區)에서 발사된 미사일들을 격추시키고 있다.(사진=로이터)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관련 보도에서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연립 내각 구성에 실패하면서 반(反)네타냐후 세력이 주도권을 가져가게 된 상황에서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간 무력 충돌이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쪽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달 말 이달 중 예정돼 있던 팔레스타인 평의회 선거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경쟁 세력인 ‘하마스’의 선거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압바스 수반 측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선거 무기한 연기’의 구실이 되고,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지속함으로써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유엔(UN)은 양측 간 중재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상호 적대 행위를 금지할 것을 양측에 호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국 뉴욕 현지 시각으로 12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 간 충돌 완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 채택이 불발로 끝나는 등 사태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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