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기소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강성 의원 간에 자중지란(自中之亂)이 벌어지고 있다.

유 이사장에 대한 검찰 기소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과 박주민 의원이 팽팽하게 이견을 보이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실시된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박 의원은 그 이전 최고위원 경선에서 1등을 했던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민주당 내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현역의원이라는 점에서 이들 간 이견은 내홍’ 조짐‘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 같은 내홍은 유 이사장 지키기가 그만큼 비합리적인 정치행위라는 점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김용민, “유시민 기소는 검찰권 남용, 차기 대선주자 탄압”

발단은 김 최고위원이 지난 5일 올린 페이스북의 글이다. 김 최고위원은 “정부와 국가기관은 업무수행과 관련해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고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검찰의 (유 이사장) 기소는 검찰권 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서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기소는 검찰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사진=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서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기소는 '검찰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사진=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 최고위원은 이어 “유 이사장에 대한 대선 출마가 언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위와 같은 기소가 이뤄졌다는 사실에서 검찰의 정치적인 의도가 의심된다”며 “하루빨리 검찰개혁이 이루어져야하는 이유다”라고 했다. 검찰의 기소가 차기 대선주자인 유 이사장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김용민은 유시민이 인정한 잘못마저도 부인해

이 같은 관점은 유 이사장 스스로도 인정한 잘못마저도 감싸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지난 2019년 말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검찰이 자신과 노무현재단 계좌를 불법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해 7월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2019년 11월 말 12월 초순쯤에 당시 한동훈 검사가 지휘하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간의 ‘추-윤갈등’이 격화되던 시기이다. 한 검사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유 이사장의 발언은 추-윤 갈등 국면에서 윤 총장 사퇴를 압박하는 효과를 빚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지난 1월, 돌연 자신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인정하면서 사과했다. “공직자인 검사들을 전적으로 불신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주민, “유시민 기소가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볼 수 없어”

박주민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다음날인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기소가 정권에 대한 공격이다, 이렇게 보는 것 자체가 안 맞다”며 김 최고위원의 의견을 반박했다.

박 의원의 반박 포인트는 2가지이다. 우선 박 의원은 “유 이사장이 현 정부의 사람이거나 현 정부에 관여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라며 “이 사건 때문에 검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되겠다는 판단, 이 사건을 어떻게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검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판단도 좀 안 맞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에 대한 기소를 빌미로 삼아 검찰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김 최고위원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박주민 의원은 검찰의 유시민 이사장 기소가 정권에 대한 공격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박주민 의원은 검찰의 유시민 이사장 기소가 정권에 대한 공격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박주민, “유시민 대선출마할 거로 안 봐, 명예훼손 기소는 좀 나간 것”

두 번째 견해가 다른 부분은 ‘유시민 이사장의 대선 출마 여부’이다. 김 최고위원은 ‘유 이사장에 대한 대선 출마가 언급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밝히며, 유 이사장의 대선 출마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김 최고위원의 견해와 달리, 박 의원은 “유 이사장의 대선 출마 여지가 남아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박 의원은 유 이사장의 대선 출마 여부와는 별도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유 이사장이 기소된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좀 나간 것이 아니냐”며 “한 검사장 개인을 거론했다기보다는, 한 검사장이 소속돼 있던 반부패강력부에서 한 것 아니겠느냐 정도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은 “정부의 정책이나 행위에 대해서 비판한 게 해당 기관의 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기소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며 “기소된다 해도 유죄로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친문상왕 김어준은 ‘다스뵈이다’에서 김용민 손 들어줘

친문상왕인 김어준은 다음날인 7일 방송된 유튜브 프로그램 <다스뵈이다 161회>를 통해 김 최고위원의 손을 들어줬다.

김 최고위원이 지난 2일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고 득점을 얻으며 최고위원이 된 것에 대한 축하를 겸하면서였다. 김어준은 김 최고위원이 4‧7 보궐선거 참패 이후 백가쟁명식으로 여러 반성이 나왔을 때, 오히려 ‘검찰개혁 완수’를 주장한 것이 당원들의 마음에 가닿았기 때문에 최고위원으로서 ‘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이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한동훈 검사가 유시민 이사장을 기소한 것에 대해서 논평을 내놨다”고 칭찬을 했다. 김어준식 표현으로 “야 바람탔는데”라는 조롱섞인 칭찬이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기본적으로는 무죄가 나올 사안이다. 지금 기소하는 것은 검찰이 또다시 정치를 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유시민 이사장에 대해 ‘금융정보 통보 유예조치’를 해놨기 때문에, (유 이사장) 본인이 볼 때는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에 김어준도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한동훈 개인으로 느꼈을 불편한 감정이 있을 수 있다”며 “개인이면 그런 계좌를 들여다 볼 권한이 없기 때문에, (유 이사장은) 반부패강력부장을 지칭한 것”이라는 주장을 덧붙였다.

​친문상왕 김어준은 161회 '다스뵈이다'에서 현 최고위원 김용민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다스뵈이다 캡처]​
​친문상왕 김어준은 161회 '다스뵈이다'에서 김용민 최고위원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다스뵈이다 캡처]​

김어준과 김용민은 유시민의 사과마저 외면한 채 ‘정치 검찰’ 프레임 덮어씌워

김어준과 김 최고위원의 ‘유 이사장 지키기’는 2가지 면에서 비판을 받는다. 첫째는, 유 이사장이 직접 “한동훈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 계좌를 뒤졌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7월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한동훈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 '조국 사태' 와중에 제가 (재단 유튜브인) 알릴레오를 진행했을 때 대검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며 "그래서 '얘 이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다. 뭔가를 찾자'해서 노무현재단 계좌도 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어준과 김 최고위원이 비판을 받는 두 번째 대목은 ‘유 이사장이 이 사안에 대해 직접 사과를 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유 이사장의 발언이 한동훈 검사장과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유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지난 1월 22일,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본인 주장이 허위였음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김어준과 김 최고위원은 이 부분에 대해 눈을 닫은 채, 줄곧 ‘정권에 대한 공격’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다.

검사장을 지낸 변호사, “공개사과만 하면 모든 죄가 용서된다는 착각 버려야”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5일 김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주장에 대해 "유 이사장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한, 명백한 사안을 걸고 넘어져 정치적 기소로 트집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사과까지 했으니 검찰 기소는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이사장의 공개사과로 인해 이 사건이 잠잠해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한동훈 검사장은 유 이사장을 상대로 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검찰에 유 이사장의 처벌을 원한다는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한 검사장의 이런 소송에 대해 당연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검사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공개사과만 하면 모든 죄가 용서되리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본 명예훼손은 국가기관 여부와 관계없이 한동훈 검사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검찰 본연의 책무인 정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는 최근 유 이사장의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된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대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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