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나연준 칼럼] 호남 시민사회와 민혁당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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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1.05.08 11:33:39
  • 최종수정 2021.05.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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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사건과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은 당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른바 ‘주사파’가 엄연하게 실재하는 정치세력이고 나아가 제도권정치로 진출할만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통진당은 해산되었고 이석기는 구속 중이다. 이석기가 리더였던 경기동부세력은 민중당과 진보당을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듯 보인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정치를 본다면 경기동부세력은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진보당은 기초의원 10명, 당원 7만 명을 확보 중이다. 정당 인사들은 노동조합과 학생운동,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 시민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기동부연합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처럼 정치세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호남지역 NL, 즉 광주전남연합과 정치적 동맹관계 때문이다. 우파는 이석기와 경기동부연합에 대해서 나름의 이해는 있지만, 이들이 좌파 내부에서 어떻게 합종연횡을 하며 정치적 세력을 키워왔는지 무관심하다. 이에 대한 역사적 과정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국연합과 민주노동당

1980년대 중후반 ‘NL(민족해방)’은 학생운동 정파로 등장했다. 빠른 속도로 학생운동을 제패한 NL은 노동조합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로 세력을 확장해 나아갔다. 1991년 NL은 전국적 역량을 집결하여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이하 전국연합)’을 발족했다.

당시 전국연합은 지역별 지부를 두었는데, 조직 내부에서 특정 지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내부 파벌화 과정을 겪는다. 인천연합, 울산연합,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다른 지부들이 이합집산하며 3대 파벌로 수렴하게 된다. 전국연합은 2007년 해산했지만, 당시 형성되었던 3대 파벌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을 본거지로 성장한 경기동부연합은 NL 내부에서도 막강한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이 바탕에는 지역민 다수가 호남출신이라는 것(이석기 역시 전남 목포 출신)과 한국외대라는 학생운동 거점의 선후배 관계, ‘광주대단지사건’의 경험과 낙후한 지역 현실 등등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심을 수 있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국연합은 대중조직이었지만 내부적으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지하정당이 있었다. 바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이다. 민혁당은 강철서신으로 유명한 김영환이 만든 반제청년동맹의 후신으로, 주요인사는 하영옥, 이석기 등이 있다. 민혁당 산하에 경기남부위원회와 영남위원회가 있었는데, 이석기는 경기남부위원회 장이었다. 쉽게 말해 당시 NL의 전국적 대중조직은 전국연합, 지하조직은 민혁당이었다.

일명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라는 단체의 회원들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7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19.12.7(사진=연합뉴스)
일명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라는 단체의 회원들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7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19.12.7(사진=연합뉴스)

2001년 전국연합은 이른바 ‘군자산의 약속’, 즉 9월테제를 정치방침으로 채택했다. 최종 목표는 “10년 전후로 자주적 민주정부와 완전한 연방제 남북통일”이었다. 이것은 본격적인 제도권 정치로의 참여 선언이었다. 이에 따라 전국연합은 PD계열이 창당을 주도한 민주노동당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이후 민노당은 2008년 분당 때까지 NL과 PD의 격렬한 내부투쟁을 반복하게 된다.

민노당에 조직적으로 입당한 전국연합은 2004년 6월 당직선거를 기점으로 당내 헤게모니를 잡았다. NL은 PD를 압도했고, NL 내부에서도 경기동부연합은 막강한 정치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광주전남연합과 동맹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래 광주전남연합은 인천연합의 지도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2003년 인천연합의 리더격인 강희철이 사망하면서 지도력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광주전남연합은 경기동부연합으로 지도선을 갈아탔다.

광주전남연합의 주요 인물은 장원섭, 김선동, 오병윤을 들 수 있다. 이 중 장원섭은 이석기가 속한 민혁당 조직원 출신이다. 즉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의 정치적 동맹의 연결고리는 민혁당이었다. 당을 장악한 두 조직은 주요 당직을 갈라먹었다. 예컨대 2006년 이후 정책위의장은 경기동부의 이용대가, 사무총장은 광주전남연합의 김선동, 오병윤, 장원섭이 맡았다.

두 조직의 정치적 밀월은 통합진보당으로까지 이어졌다. 2012년 경기동부연합은 이석기, 김재연 등을 비례대표로, 김미희(성남중원)를 지역구로 당선시켰다. 한편 광주전남연합은 오병윤(광주서구을)과 김선동(전남순천곡성)을 원내로 입성시켰다. 당시 민주당과 통진당은 반MB연대를 명분으로 연합공천을 했었는데 이들이 당선된 지역구는 모두 민주당으로부터 양보받은 지역이었다. 즉 경기동부와 광주전남은 당선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독식했던 것이다.

두 파벌은 지금까지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 통진당 해산 이후 민중연합당, 민중당, 진보당을 함께 했다. 2017년 대선에서 김선동은 민중연합당 대통령후보로 출마했고, 2020년 총선에서 장원섭은 민중당 광주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총선 당시 민중당 비례대표 1번 김해정 역시 광주에서 활동하는 인사다. 즉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은 지난 20여 년 동안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전 광주 송정역 광장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열었다.2019.05.03(사진=연합뉴스) / 그런데 이날 민중당과 광주국민주권연대,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등 강성단체들이 몰려나와 이들을 둘러싸는 모습.서 광주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항의 속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열고 있다. 2019.5.3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전 광주 송정역 광장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열었다.2019.05.03(사진=연합뉴스) / 그런데 이날 민중당과 광주국민주권연대,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등 강성단체들이 몰려나와 이들을 둘러싸는 모습.서 광주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항의 속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열고 있다. 2019.5.3

경기동부연합과 실천연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라는 조직이 출범했다. 당시 NL 소장파를 중심으로 결성된 실천연대는 다른 조직에 비해 보다 종북적 성격이 강했다. 실천연대는 김정일 선군정치를 찬양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등 노골적인 종북행보를 거듭하다, 2010년 불법 이적단체 판결을 받았다. 대표 김승교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승교는 이미 2000년대 민노당에 입당하여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민노당 내부갈등이 격화되어가자, 경기동부연합은 실천연대와 손을 잡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김승교가 민혁당 사건 변호사였다는 사실이다.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의 정치적 동맹처럼, 실천연대와 접점도 민혁당이라고 볼 수 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이정희는 원래 경기동부연합이 아니었다. 실천연대를 통해 스카웃되었다. 이정희의 남편 심00 변호사가 실천연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정희와 그는 같은 법무법인 소속인데, 김승교는 최근까지 해당 법인의 고문변호사로 있었다. 이들의 돈독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9년 5월 3일 광주 송정역에 등장한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의 구호 투쟁용 피켓.2019.5.3(사진=연합뉴스)/
2019년 5월 3일 광주 송정역에 등장한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의 구호 투쟁용 피켓.2019.5.3(사진=연합뉴스)/

실천연대와 대진연, 전남대

실천연대에서 주목할 인물은 황선이다. 황선은 한총련 출신으로 통일대축전에 참가했고, 2000년 범청학련 남측본부 부의장 및 대변인을 맡았다. 2007년 민노당 부대변인과 2008년 총선 당시 민노당 비례대표 9번, 2012년 총선에서 통진당 비례 15번을 받았다. 2008년 실천연대 새정치실현특별위원장을 했다. 또한 황선은 북한 방문 중 평양산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유명하다. 황선의 남편 윤기진 역시 한총련의장과 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 등 종북활동을 했다. 이로 인해 10년 수배와 5년 수감생활을 겪었다. 현재 윤기진은 국민주권연대(주권연대) 대표다.

황선과 윤기진 부부를 주목한 이유는 이들이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진연은 전대협, 한총련, 한대련의 뒤를 잇는 전국적 NL학생운동 조직이다. 김정은 찬양, 북핵옹호, 주한미군철수 등 노골적 반미종북투쟁에 몰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 10월 18일 주한 미국대사 관저로 침입하여 반미구호를 외친 사건을 들 수 있다.

황선, 윤기진 부부와 대진연은 이념적 지향점이 같은 것을 넘어 조직적으로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월간조선 탐사보도에 따르면 대진연은 황선이 운영하는 ‘평화이음’과 같은 사무실을 쓴 적이 있으며, 김정은 방남 사업 등 통일운동사업을 여러 차례 함께 했었다(‘北 김정은 만세 외치는 대진연의 언더(지하)조직 大공개, 월간조선, 2020년 6월호). 또한 대진연은 황선과 윤기진을 초청하여 내부강의를 한다. 최근까지도 황선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진연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중이다.

대진연은 전남대 출신이 핵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앞선 월간조선 보도를 인용하자면 대진연 상임대표 김한성은 2015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이다. 특히 대진연 실세로 알려진 서울대진연 운영위원장 류선민도 전남대 출신이다. 류선민은 2005년 전남대 자연대 학생회장, 2006년 전남대 부총학생회장,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15기 의장(2007년), 2008년 전남대총학생회장(제39대)을 지냈다. 류씨는 2019년 6월 윤소하 전 정의당 원내대표 의원실에 협박 메시지와 흉기, 조류 사체 등을 담은 소포를 보낸 사건 주모자로 유명하다.

황선의 남편 윤기진이 대표를 맡고 있는 주권연대와 전남대 학생운동권과 관계도 주목할 부분이다. 주권연대 광주지부는 아시아컬쳐커뮤니티라는 회사와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곽성용은 2009년 전남대학교 부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현재 전남대 민주동우회 사무처장을 겸하고 있다. 아시아컬쳐커뮤니티는 2014~2017년에 걸쳐 약 8천여만원 상당의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사업을 위탁받은 바 있다. 총학생회 출신이 총학생회 사업을 수주하는 전형적인 내부거래이자 운동권 인맥을 통한 보급투쟁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황선, 윤기진 부부와 대진연은 더욱 정치적으로 밀접해지는 중이다. 대진연과 주권연대는 민중당(현 진보당)으로 집단입당하여 정치적 운명을 같이 하고 있다. 실제로 호남 지역사회에서 세 조직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2019년 5월 3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광주를 방문했을 때 격렬하게 비난하는 시위를 주도했고, 이 때문에 황 대표는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5.18 당시 조갑제 기자가 찍은 사진.(사진=나연준 칼럼니스트 제공)
5.18 당시 조갑제 기자가 찍은 사진.(사진=나연준 칼럼니스트 제공)

5.18기념행사까지 개입하는 NL세력

현재 호남지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 NL성향 운동권은 진보당, 주권연대, 대진연이다. 이들의 과거를 추적하면 2000년대 경기동부연합, 광주전남연합, 실천연대가 있다. 그리고 이를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민족민주혁명당이 나온다. 결국 민혁당의 후예들이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살아남아 호남시민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들은 5.18기념행사까지 개입하고 있다. 올해는 5.18 제41주년이다. 문제는 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회 단체 4곳 모두 NL성향이라는 점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광주본부와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은 말할 것도 없고, 동네5.18네트워크와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는 주요 활동가가 진보당 인사다. 41주년 행사 중에는 심지어 ‘미국책임론’, ‘반미의 날’을 운운하고 있는 지경이다.

더구나 기념행사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다. 올해 행사 현수막 제작 업체로 선정된 ‘처음처럼’은 NL성향 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심지어 내부거래 의혹 정황마저 있다(광주5.18행사위, 前사무처장 회사에 일감몰아주기 의혹, 펜앤드마이크, 2021.4.28.). NL성향 단체가 5.18을 매개로 반미선동과 보급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남대 에타 캡처. (사진=나연준 칼럼니스트 제공)
전남대 에타 캡처. (사진=나연준 칼럼니스트 제공)

얼마 전 대진연은 전남대학교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5.18행사홍보글을 올렸다가 학생들로부터 김정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진연 조직원은 “김정은은 북한 인민에게 한없이 따뜻한 지도자”라고 답했다. 5.18행사 참가단체 민주노총 광주본부 산하 공무원노조는 최근 이석기 자서전 <새로운 백년의 문턱에 서서>에 대한 독후감 대회를 열고 수상 작품집까지 발간했다. 이런 자들이 5.18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5.18 당시 광주시민은 “북괴는 오판말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40년이 지난 지금 반미를 외치고 김정은을 찬양하는 세력이 5.18행사에 개입하고 있다. 나는 광주시민에게 묻고 싶다. 5.18이 반미투쟁이었나? 5.18이 종북운동이었나? 만약 그렇다고 답한다면, 광주시민 스스로 모든 5.18단체를 해산시키고 모든 행사를 거부해야 한다. 만약 아니라고 답한다면, 5.18행사와 단체에 들어가 있는 저 민혁당의 후예들을 솎아내야 한다.

나연준 객원 칼럼니스트(제3의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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