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던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전격적으로 열리게 된 데는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신문은 양국 외교수장이 한일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한미일 3자회담 뒤 토막 시간을 낸 것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성사에는 "미국의 의향이 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일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체면을 세워줬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미국 주도의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성사됐으며 장소는 미국 대표단의 숙소였다.

앞선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외교에 힘을 기울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무엇보다 한미일 협력을 중시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의지를 고려해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 응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본 측은 당초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회담이 열리더라도 한국 측이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딱히 대안을 내놓지 않을 것임을 일본 정부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요미우리에 "한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는데, 한일만 안 하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다. 미국의 체면을 세워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미국 측의 의향을 따르는 형태로 어떻게든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실현됐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정의용 외교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이 앞으로도 소통하기로 했지만 양국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임기 1년을 남긴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일 관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요미우리도 문 대통령이 임기를 얼마 남겨 놓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지 세력의 비판을 받기 십상인 대일(對日)유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관측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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