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하기전까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여권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에 올인하는 분위기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수사권 독립을 계기로 검찰이 담당하는 6대 범죄(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 등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별도의 기관,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검찰의 기존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기조였다.

하지만 지금와서 보면 이같은 ‘검수완박’ 추진은 윤석열 총장의 사퇴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카드’로서의 성격이 더 강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중심으로 검찰내 극소수 친정부 검사를 동원해 ‘윤석열 찍어내기’를 시도했지만 99%의 검사들은 이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벌였다.

이런 분위기에 당황한 민주당 강경파등 여권 핵심부에서 내놓은 카드가 바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즉 ‘검수완박’이었다. 줄곧 버티던 윤석열 총장도 검찰조직 보전과 후배 검사들을 위해 사표를 던졌다.

윤석열 총장 사퇴 이후 검수완박에 대한 여권의 분위기는 돌변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속도조절론이 나오더니 중대범죄수사청 법안 발의를 준비하던 민주당 내 강경파들도 입을 닫았다.

친문 강경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일단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새로운 수사행정을 안착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추미애 장관의 불법 무도한 윤석열 찍어내기가 국민적 반발을 불러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4·7 재보선에서 참패함으로써 여권이 더 이상 검수완박을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은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총장 사퇴 후, 청와대가 후임 검찰총장 지명을 거의 두달이나 미룬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윤석열 총장에 맞서며 충성심을 보여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바로 지명했을 경우 4·7 재보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성윤 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있는 상황에서 이를 정리할 시간을 주기위한 배려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성윤 지검장은 이 문제를 정리하기는커녕,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려다 실패하는가 하면 ‘황제조사’ 의혹까지 일으키면서 오히려 문제를 키우기만 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지검장을 기소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도 결정적이었다.

결국, 이 지검장을 제외하면 현직 검찰간부 중에서는 충성심이나 기수 문제 등으로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검찰총장 자리는 김오수 전 법무부차관에게 넘어갔다.

일반적으로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권에서 충성심을 따져 검찰총장을 고를 때는 예외없이 현직 간부를 골라왔다. 검찰조직을 잠시나마 떠났던 사람이나 재야 법조계 출신에 비해 임명권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조직장악력이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김오수 검찰총장 지명자는 호남 출신으로 문재인 정권의 박상기 조국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모두 보필한 대표적인 친여 검찰간부 출신이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여권의 믿을맨’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의 임기말에는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포함, 각종 권력형 범죄사건이 터졌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말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통한 검수완박을 사실상 포기한 것은 김오수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일선 검사들에게 그의 ‘말빨’이 통하도록 검찰조직 보전이라는 훈장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명후 기자들을 만나 가장 먼저 ‘조직안정’을 거론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난 30여년의 검찰사를 되돌아 볼 때, 김오수 총장체제가 막상 임명권자가 기대하는 ‘충견(忠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역대 검찰총장 등 수뇌부가정권 말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에 성공한 사례가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정권 말기에는 검찰조직 또한 구심력 보다는 원심력이 강하기 때문에 총장의 조직 장악력이 현격히 떨어지고 무엇보다 개별 검사들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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