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화이자 백신이 바닥났다는 조선일보의 기사는 가짜뉴스라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화이자 백신이 바닥났다는 조선일보 기사는 가짜뉴스라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화이자가 바닥났다’는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주말 ‘화이자 백신 물량 부족으로 지역에 따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1차 접종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일 ‘화이자가 부족하지 않다’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온라인 브리핑에서 ‘5,6월 백신 접종 추진계획’을 밝혔다.

정부 접종계획 발표했지만, ‘백신 냉장고’ 텅텅 비어 1차 접종 당분간 중단

그러나 당장 접종할 백신 물량은 고갈된 것으로 보인다. 75세 이상 화이자 1차 접종은 이달 셋째 주부터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일 광주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가 주말을 맞아 75세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화이자 백신의 수급 불안으로 광주의 일부 구청 보건소는 오는 3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예약을 받지 않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광주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가 주말을 맞아 75세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화이자 백신의 수급 불안으로 광주의 일부 구청 보건소는 오는 3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예약을 받지 않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 역시 9일 이후부터는 1차 접종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신규 1차 접종은 오는 27일부터 가능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우리 방역당국이 가진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가 전부이다. 나머지 백신들은 대부분 하반기에 공급일정이 몰려 있는 상황이다. 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서 백신 냉장고는 텅텅 비어가는 상황이다. 백신 보릿고개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홍남기 총리대행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에 이르기까지 방역당국의 관계자는 전부 “화이자 백신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3일 방역당국은 5,6월 백신접종계획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물량이 언제 들어오는지는 밝히지 않아, 의혹은 확산되고 있다.

김어준의 가짜뉴스, “1차 접종 중단은 150만명의 2차 접종을 위한 결정”

그런 와중에 친문 상왕인 김어준은 “화이자 바닥났다는 조선일보 기사는 가짜뉴스”라면서 스스로 가짜뉴스를 제조했다. 1차 접종을 당분간 자제하라는 것은 “고령자에 대한 2차 접종시기를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코로나 접종 단위 1차 접종 예약을 당분간 자제하라고 센터에 요청한 것은 맞지만, 이는 물량이 문제가 아니다”면서 “4월말 기준 화이자 접종자 수는 177만여명 수준이고, 그 중 2차 접종까지 마친 접종자 수는 23만명이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김씨의 계산대로라면 1차만 접종한 인원이 150여만명이나 된다. 그런데 화이자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은 3주이다. 따라서 이 150여만명에게 5월 내에 2차 접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전국의 화이자 접종센터는 현재 257개소가 있다. 한 센터에서 하루에 소화 가능한 사람은 600여명에 달한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고, 방역당국의 설명도 이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하루에 접종할 수 있는 인원은 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257개소 접종센터에 600명을 곱한 수치이다.

현재 1차 백신을 접종한 150만명에게 2차 접종을 다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0만명에 1일 접종 가능자 수인 15만명을 나누면 10일이라는 계산이 도출된다. 즉 10일 동안에는 1차 접종을 하지 않고, 2차 접종만 해야 하기에 1차 접종은 10일 이후 즉 5월 중순에나 가능하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1차 접종을 제한한 것은 “고령층에 대한 2차 접종시기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당연한 결정”이라고 주장하며 “이걸 조선일보는 ‘화이자 바닥났다’로 둔갑시켰다. 아주 못됐다”라고 결론을 마무리지었다.

홍남기 총리대행 발언 분석해보면...남은 백신은 150만명분이 아니라 31만명분

그러나 이 같은 김씨의 주장은 ‘홍남기 국무총리대행의 발언’으로 검증해보면 완전한 가짜뉴스임이 확인된다.

홍 총리대행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먼저 주말 일각에서 ‘화이자백신 바닥’ 등의 표현으로 지나친 불안감을 가져오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백신접종은 당초 방역당국이 계획하고 구상한 범주와 일정에 준거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 총리대행은 “상반기 도입물량 1809만회분 중 화이자백신이 약 40%인 약 700만회분을 차지하는 바, 화이자 백신은 일정지연 없이 매주 정기적인 요일에 순차 도입되고 있다. 앞으로 5~6월 중에도 500만회분이 매주 순차적으로 도입 예정이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현황. 현재 남은 화이자 백신은 약 31만회분에 불과하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현황. 현재 남은 화이자 백신은 약 31만회분에 불과하다. [연합뉴스 제공]

홍 총리대행의 표현대로라면 4월말까지는 200만 회분이 들어왔다는 계산이다. 연합뉴스의 2일 보도 역시 홍 총리대행의 발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5월 2일까지 국내에 도입된 화이자 물량은 홍 총리대행이 발언한 200만회분보다 약간 많은 ‘211만 7천회분’이다. 그 중 이미 접종한 물량은 180만 회분이다. 김어준씨가 말한 177만회와 비슷한 수치이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남은 물량은 약 31만회분에 불과하다. 1차 접종을 해서 2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는 150만명에 턱없이 모자라는 물량이다.

김어준씨의 계산과 달리, 150만명에게 2차 접종을 할 150만회분량의 화이자 백신이 남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김씨는 “화이자가 바닥났다는 조선일보의 기사는 가짜뉴스”라고 규정한 것이다. 김씨 자신의 발언이 가짜뉴스임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가짜뉴스로 진실을 가리려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백신물량 동났는데...권덕철 장관은 상반기 접종물량을 1300만명분으로 상향조정

현재 남아 있는 31만회분으로는 2차 접종을 하기에 턱없이 모자라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홍 총리대행을 포함한 방역당국 관계자는 “화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3일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서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 역시 “6월까지 500만 도즈가 들어올 예정이다”는 말만 할 뿐, 5월에 2차 접종이 가능한 물량이 도입될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화이자는 1차 접종만 맞아도 90% 정도 예방효과가 있기 때문에 1차 접종을 쭉 하고 3주 뒤에 2차 접종을 늘리면서 1차 접종을 좀 줄여 나간다. 이렇게 왔다갔다 교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규 접종자가 줄어드니까 아마 그런 부분들 때문에 지금 배송에 차질이 생긴 게 아니냐라고 지적을 하는데, 말씀드린 것처럼 화이자는 일정량이 매주마다 들어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홍 총리대행과 손영래 반장의 발언에 한술 더 떴다. 권 장관은 지난 3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에서 상반기 접종계획을 기존 1200만명 목표에서 100만명을 추가해 1300만명 목표를 발표했다. "정부는 5~6월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 1420만 회분을 공급해 상반기 최대 1300만명의 예방접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 물량을 바닥낸 화이자 백신에 대한 5월중 수급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발표하지 않았다. 화이자 백신은 5~6월에 걸쳐 총 500만회분이 순차적으로 공급된다고만 밝혔다. 코백스(COVAX)를 통해서도 화이자 백신이 상반기 중으로 29만7000회분이 공급될 예정이라는 내용을 추가해 발표했다.

천은미 이대병원 교수, “물량 확보 못하고 대규모 접종계획 수립한 게 화근” 지적

이처럼 화이자 백신이 바닥을 보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접종계획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4월말까지 300만명 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차 접종자를 무리하게 늘렸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충분한 물량도 확보하지 않은 채 (화이자) 백신을 매주 찔끔찔끔 들여오면서, 75세 이상 대규모 접종군 전체를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해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백신 도입 물량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접종을 받을 수 있게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잘못된 백신 도입 일정을 덮으려고만 한다면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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