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손정민 군이 실종된 이후 내걸린 현수막의 내용. 아래 사진의 빨간 지점은 실종된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사진=경찰 현수막 캡처]
고(故) 손정민 군이 실종된 이후 내걸린 현수막의 내용. 아래 사진의 빨간 지점은 실종된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사진=경찰 현수막 캡처]

지난 4월 25일 새벽 실종된 손정민 군이 6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고, 시신은 부검에 들어갔다. 경찰은 증인과 폐쇄회로(CC)TV 영상을 중심으로 실종 및 사망 경위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은 의혹 투성이이다.

손군과 같이 술을 마신 친구 A씨가 처음에는 취재 카메라를 향해 울먹이며 “친구를 찾아주세요”라고 말했지만, 그 이후로는 취재나 수사에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품는 상황이다. 손군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달린 댓글에서 친구 A씨를 용의자로 지목하는 것에 대해 ‘2차 가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친구 A씨는 아파트의 CCTV 제출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상황이다.

지난 2일 경찰이 실종 전후 손군의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확보한 영상자료는 △실종 전날인 지난달 24일 오후 11시 30분쯤 한강공원 인근 편의점에서 손군이 물건을 계산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다음날 오전 2시쯤 손군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친구 A씨와 함께 있는 장면을 찍어 올린 영상 △같은 날 오전 4시 30분쯤 친구 A씨가 혼자 공원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긴 공원 CCTV 영상 등이다.

경찰은 실종 당일 손군과 A씨를 한강공원에서 목격한 증인 3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명은 공통적으로 “당일 오전 3시 40분 이후 두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 사건은 서초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담당하다가, 현재는 강력팀으로 사건이 넘어간 상황이다. 친구 A씨에 대한 최면 조사까지 실시됐지만, 사건은 오리무중이다. 손군의 행방이 확인되는 3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 2시간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건과 관련된 6가지 의혹을 정리한다.

① 손군의 몸에 난 상처는 왜?...부검의의 1차 소견은 “직접 사인 아닌 듯”

손군이 발견된 당시 머리 뒤쪽과 빰에 상처가 있는 것을 손군의 아버지가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지난 1일 1차 부검 결과, 이 상처가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사인이 아닌 것으로 구두 소견을 냈다. 시신이 부패되면서 육안으로는 정확한 파악이 어려워, 부검에 들어가면 최소 15일 정도 걸릴 것으로 알려진다.

② 새벽 2시에 찍힌 동영상과 손군의 신음소리

손군은 새벽 2시경, 친구와 동영상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다. 그런데 A씨는 그 이후 손군이 달려가다가 넘어져서 신음 소리를 냈고, 그래서 자신이 끌어올리다가 자신의 옷과 신발도 더러워졌다고 밝히고 있다.

A씨의 말이 맞다면 두 사람은 젖고 더러워진 채로 3시반까지 잤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4월 말의 한강변에서 아무런 방한장비 없이 새벽에 젖은 채로 잠에 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그리고 손군이 신음소리까지 낼 정도로 다쳤다면, 당연히 손군 집으로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추운 한강변에서 같이 잠들었다는 점이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③ 친구 A씨는 3시 30분에 부모에게 전화를 해

두 사람이 2시 이후 잠을 자다가, 친구 A씨는 3시반 경에 잠에서 깨어나 부모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A씨는 어머니에게 “정민이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했고, A씨 어머니는 “정민이도 깨워서 집으로 보내고, 너도 빨리 들어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집중 취재한 CBS 김승모 기자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손군 아버지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손군의 아버지는 A씨와 A씨 부모의 이 통화 내용에 대해 경찰로부터 전해듣고 친구 A씨의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따졌다. 그러자 돌아온 답은 “미안하다”였다는 것이다.

손군의 친구 A씨는 손군이 실종된 새벽 3시30분 경, 부모와 통화를 했다. 손군의 아버지는 경찰을 통해 그 사실을 알고 A씨의 부모에게 따졌지만 “미안하다”는 대답만 들었다.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손군의 친구 A씨는 손군이 실종된 새벽 3시30분 경, 부모와 통화를 했다. 손군의 아버지는 경찰을 통해 그 사실을 알고 A씨의 부모에게 따졌지만 “미안하다”는 대답만 들었다.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손군의 행방을 알고 손군을 구할 수 있었던 첫 번째 기회를 친구 A씨의 부모가 날려버린 것이다.

④ 친구 A씨는 4시 반경 혼자 귀가

친구 A씨는 새벽 3시반에 자신의 어머니와 통화를 끝낸 후, 다시 잠에 들었다가 4시반 경 잠에서 깨어나 집으로 돌아갔다고 전해진다. 친구 A씨가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공원 CCTV에 찍혔다.

집에 돌아온 A씨에게 부모님은 “정민이는 어떻게 됐냐?”고 물었고, 술에 취한 A씨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민이의 행방을 잘 모르겠다는 A씨의 답변을 들은 부모는 당연히 손군의 부모에게 연락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하지만 A씨 부모는 손군 부모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손군을 살릴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렇게 추운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부모와 통화를 하고 다시 잠에 들어서 4시반 경에 깨어났다는 A씨의 말에 믿음이 안 간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⑤ 친구 A씨와 부모는 5시반 경 손군을 찾으러 나서... 손군 부모에게 연락은 안 해

A씨와 부모는 손군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자, A씨와 함께 두 사람이 술을 마셨던 곳으로 찾으러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까지도 손군의 부모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건의 댓글에서는 A씨와 A씨 부모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손군의 행방을 모르겠다는 아들의 얘기를 듣자마자, 경찰에 연락을 하거나 손군 부모에게 연락을 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손군 아버지도 이 부분을 제일 아쉬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군의 행방을 확인할 수 있는 3번째 기회마저 날려버린 것이다.

⑤ 사라진 친구 A씨의 핸드폰은?

사라진 A씨의 휴대폰은 또 다른 관심사다. A씨는 손군 실종 당일 오전 3시 30분쯤 본인 휴대폰으로 자신의 부모와 통화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당시에는 A씨 핸드폰과 손군 핸드폰이 둘다 현장에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후 A씨는 손군의 휴대폰을 소지하고 귀가했다. A씨 휴대폰은 실종 현장 주변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지난달 30일 손씨가 실종 현장 인근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을 때 소지품에도 없었다.

이에 따라 실종 당일 오전 3시 30분부터 오전 5시 30분까지 2시간가량 손군의 행적을 파악하는 것이 사인 규명의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전 3시 30분은 손군이 공원 방문객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점이고, 오전 5시 30분은 귀가했던 A씨가 부모와 함께 공원으로 돌아와 손군의 실종을 파악한 시간이다.

⑥ 친구 A씨는 운동화를 버렸다

친구 A씨는 사건 당일에 신었던 운동화를 버렸다는 것이 손군 아버지의 주장이다. CBS 라디오 김승모 기자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손군 아버지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바에 따르면, 손군 아버지는 아들이 실종됐을 것으로 믿었다. 따라서 아들이 넘어져서 옷이 더러워졌다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서 A씨의 아버지에게 운동화를 좀 보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지는 빨았을 것 같아서, 신발이라도 보여달라고 한 것이다.

손군의 아버지는 손군이 실종되었다고 믿던 당시, A씨의 아버지에게 운동화를 좀 보여달라고 요청했으나 “버렸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손군의 아버지는 손군이 실종되었다고 믿던 당시, A씨의 아버지에게 운동화를 좀 보여달라고 요청했으나 “버렸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그런데 A씨의 아버지에게서 0.5초 만에 돌아온 답은 "버렸다"라는 것이었다. ‘흙이 묻고 더러워져서 버렸다’는 대답이었다고 손군 아버지는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보통의 아빠가 애 신발 버린 것을 그렇게 알고 있어서 즉답을 했다는 것이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사람들 역시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친한 친구가 실종되고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더러워진 신발을 버릴 생각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뭔가를 숨기기 위해서 신발을 의도적으로 버렸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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