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양향자 반도체기술특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반도체기술특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이 하루아침에 끝날 것 같지 않다. 적어도 2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전쟁에 명운을 걸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지원과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반도체 전쟁을 지휘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뒤처질 우려까지 제기된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면 ‘40% 세액 공제’ 약속

미국·중국·유럽·일본·대만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안을 추진해 중장기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면 40% 세액 공제를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만 TSMC(360억 달러), 인텔(200억 달러), 삼성(170억 달러) 등이 대규모 투자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한국 반도체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세제 혜택, 인센티브 제공, 정부 주도의 우수 인력 양성과 생태계 구축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도 반도체 전쟁에 대비하는 조짐이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반도체 업계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을 다짐했다.

삼성전자 임원출신 양향자 ‘반도체특위’ 위원장...“8월까지 초파격적인 반도체지원 특별법 확정”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임원 출신인 양향자 의원이 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특위는 총 25명 규모로 구성됐다. 소병철 김경만 김병주 김주영 의원이 부위원장을 맡았고, 관련 상임위원장인 이학영(산업위원장), 윤후덕(기재위원장), 이원욱(과방위원장) 의원과 홍익표 정책위의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김형준 정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단장 등도 자문역으로 합류했다.

양 위원장은 특위 첫 회의에서 "이번 반도체 전쟁은 세계 대전으로, 훨씬 어렵고 긴 싸움이 될 것"이라며 "늦어도 8월까지 반도체 산업 지원 특별법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국의 지원책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파격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초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양 위원장은 당장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 시행령으로 가능한 수준의 지원책과 규제 완화책을 대통령께 건의드릴 것이라고 했다.

23일 첫 회의에 이어 29일에도 2차 회의가 열리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양 위원장은 1차 회의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속도전에 뒤처지지 않도록 8월까지 초파격적인 지원방안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의에 참석한 박진규 산자부 차관은 “우리나라에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기지를 육성하고 반도체 종합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종합적인 K반도체 벨트 전략을 수립해 상반기 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바이오·미래차 산업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도체·바이오·미래차 산업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현재 세제, 예산, 인프라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며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당에서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한양대 박재근 교수, ”미국은 삼성전자가 미국땅에 공장 지을 경우 55조원 준다“

하지만 반도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등 각국이 반도체 공장 설립 시 과감한 세제 혜택과 신속한 행정 지원에 나서고 있는 데 반해, 우리 정부는 너무 안이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지난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미국의 ‘반도체 산업지원법'과 세제 혜택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미국은 삼성전자가 미국 땅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경우 55조원을 주겠다고 한다”며 반도체동맹을 맺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항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자국에 투자라하고 압박하는 와중에, 중국은 그걸 견제하는 상황이다. 이에 박 교수는 “미국에 시장이 있기 때문에, 미국 투자는 당연하다. 반면 우리 반도체 수출의 40%는 중국으로 향한다. 그러니까 중국도 우리의 큰 시장이므로, 양쪽에 다 생산기지를 가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미‧중 정부는 파격적 지원으로 투자 압박, 한국 정부는 실질적 투자혜택 안 줘”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파격적인 지원을 내세우며 반도체 투자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실질적인 혜택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그러면 우리는 지금 애국심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되나?”라고 질문하자, 즉답을 피한 채 “그래서 어제 전문가들이 모여 미국처럼 ‘반도체발전특별법’을 만들어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대국민토론회를 했다”고 말했다.

IT용 반도체만 주로 생산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점에,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IT용 반도체만 주로 생산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점에,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28일 진행된 대국민토론회가 개최되기 전, 박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부가 큰 폭의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탄소중립 때문에 2030년이 되면 신규 자동차의 50%는 전기자동차로 바뀌게 된다. 전기자동차에 자율주행이 들어가지만, 거기에 필요한 반도체를 유럽이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유럽에서도 60조 원 이상 지원을 조건으로 반도체 공장 유치를 진행중이다.

박 교수는 “IT용 반도체만 주로 생산해왔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인텔처럼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선행 투자로 기술을 축적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 반도체 회사들로서는 사업성이 안 나온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기차로 급속히 전환되고, 이후 자율주행차가 대세를 이룰 테니 정부도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해 큰 폭의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로 전략적인 투자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거기에서 삼성전자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국경제의 미래에 끼칠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다”며 이 부회장의 부재로 한국이 반도체 전쟁에서 뒤처질 수도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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