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장된 재정의 역할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정부를 꼬집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은 '합리적인 수준'이었으나 앞으로 재정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긴급한 상황에서 쓸 돈이 없을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다.

KDI 허진욱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29일 '코로나 위기 시 재정의 경기대응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허 총괄은 "(앞으로)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기 재정계획에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계획된 바, 경기 전망이 재정계획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국은 대체로 최근 급증한 재정적자를 향후 4~5년간 점차 감축할 것을 계획하고 있으나 한국은 큰 폭의 재정적자와 가파른 국가채무 증가세가 중기에서도 지속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재정 정상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망을 보면 독일과 일본, 호주 등 주요국이 재정적자를 점차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명시했다.

3개국 모두 2020년 통합재정수지 적자 폭이 한국보다 높은 수준이었으나 중기재정계획 상 목표치는 한국보다 낮다. 즉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보다 재정을 더 확대했으나 앞으로 재정 정상화 계획을 밝힌 것이다.

반면 한국은 2020~2024년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토대로 2024년까지 확장적 재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허 총괄은 예상했다. 일례로 지난해와 올해 급격히 악화한 관리재정수지는 2024년까지도 거의 회복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지난해와 올해 한국의 재정 대응에 대해선 '합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한국은 4차례에 걸쳐 총 66조8천억원 상당의 추경(세출 확대 54조6천억원+세입 경정 12조2천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 상 총지출 증가율은 8.9%에 달하고, 3월에는 14조9천억원 상당의 추경도 확정한 바 있다.

2020년 1~4차 추경과 2021년 1차 추경의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2020년 0.5%포인트, 2021년 0.3%포인트로 KDI는 추정했다. 추가적인 재정지출 1원당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는 0.2~0.3원으로 분석했다.

올해와 지난해 한국의 재정 기조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대규모 추경이 집행됐던 2009년과 비교해도 확장적인 수준이지만 주요국과 비교하면 재정 대응의 상대적인 크기는 작았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독일 등 코로나 확산세가 극심했던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2020년에 발생한 추가 재정 대응의 크기가 GDP 대비 10%를 크게 초과한 반면, 한국은 3.4%에 그쳤다. 2020년 본예산이 이미 주요국 대비 확장적이어서 추가 재정 대응 규모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부분도 있다.

허 총괄은 "경제위기에서 확장 재정은 합리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으나 경기 회복기에 재정 기조의 정상화가 지체된다면 향후 긴급한 재정 수요가 발생하였을 때 대응 여력이 약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고령화와 산업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재정지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재정 운용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KDI의 보고서는 한국은 지난해 9월에 수립된 2020~2024년 국가 재정운용계획 당시 전망치를, 일본(올해 1월)과 독일(올해 3월)은 최근 시점의 전망치를 반영하고 있어 단순비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2021~2025 중기계획은 최근의 경기회복세와 경제사회 여건 변화, 중장기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보다 역점을 둬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위기 대응 과정에서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 속도와 중장기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해 과감한 지출구조조정 및 재정 혁신을 통해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고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등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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